모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열대야 수준의 더위속에 한밤을 지내면서 방안이 더워서 거실에 나와 잠을 청했습니다. 선풍기를 약풍으로 틀었습니다만 잠을 청하는 머리속에는 번뇌가 들어옵니다. 선풍기를 틀고 자다가 숨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풍기 바람이 계속해서 코에 불어오면 숨이 막히고 점차 폐활량이 적어지다가 산소결핍으로 의식을 잃었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어려서 밤중에 화장실 가려면 왜 전에 들은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과도 같습니다. 머리에서 지워진 줄 알았던 일들이 그와 연결되는 상황에서는 고리를 걸고 기억속에서 현실의 무대로 나타나 피노키오처럼 판토마임을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선풍기에 대한 걱정이 커지자 살짝 방향을 바꿔보았습니다.

선풍기 풍향을 바꾸기 위해 잠시 일어났다 다시 누워 잠을 청하니 이번에는 모기가 앵하고 지나갑니다. 모기로 말씀드리면 1960년대 어린 시절에 마당 한가운데에 쑥불을 피워 모기의 접근을 막았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불편한 진실이라 할 수 있을까요. 연기가 매워 피하면 모기가 대들고 연기 안으로 들어가면 모기는 접근이 안 되지만 콧물이 나는 것을요.

 

배가 아프니 쑥으로 배꼽을 뜨라해서 과도하게 열을 가한바 배아픈 것은 나았는데 이번에는 배꼽이 아프더라는 말과도 같겠습니다. 그리하여 한여름 더위 피한다고 마당 멍석에 앉아서 하늘보며 별을 세고 모기불 피워 열기를 더하면서도 앵앵거리는 모기를 피하였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20분 정도인지 알수 없는 시간이 흘러 잠시 잠깐 잠을 자는 사이에 어딘가 다녀온 헬리헤성 모기가 또다시 앵하고 지나가며 잠을 깨웠습니다. 모기의 헬리헤성 주기는 30분인등 2시간을 꿈속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꿈속으로 방황을 하다 새벽 3시에 기상하였습니다.

 

오늘다리 허벅지에 붉은 반점이 보입니다. 모기의 전쟁터입니다. 한방만 물렸으니 다행입니다. 어느 모기는 5mm간격으로 5방 침을 놓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24절기 중 處暑(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주둥이가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7월이지만 속히 빨리 날짜가 지나가서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역시 계절의 정점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평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퍼는 싫어하는 내리막이지만 등산에는 오르막이 효과적이라면서 내려오는 등산은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줄 뿐 운동효과는 적다고 합니다.

달력을 보니 7월23일, 열흘 후에 (오늘 7월14일) 대서가 오십니다. 가장 덥다는 절기이니 앞으로 며칠간은 더위를 즐기고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녀야 하겠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에 공감하는 새벽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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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