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여유와 생각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새벽 꿈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새벽 꿈은 키보드 앞에 앉으면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靑山流水(청산유수)같이 흐르는 문장을 만나서 이를 글로 적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까지는 기억되는데 그 내용은 사라집니다.

 

 

전설따라 삼천리에 나오는 이야기중 過去(과거)에 科擧(과거)시험 시제를 시험문제를 전날 밤 여우가 인간으로 변신한 여인을 꿈속에 만나서 듣고 그 자리에서 받은 문장을 답안으로 적어냅니다.

평가위원을 담당한 대신이 임금에게 고하기를 초장 중장은 신의 글인데 종장은 사람의 문장이라는 평가를 합니다. 起承轉結(기승전결), 앞부분의 글은 기억이 나서 한시로 적어 답안을 적었지만 마지막 부분이 생각나지 아니하므로 자신의 생각으로 마무리한 때문입니다.

 

역시 당대 최고의 문객인 과거시험 총괄 본부장 대신께서 글을 보니 명문인데 신의 길과 인간의 도리가 교차하는 부분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안성시 칠장사에서 본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도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凡人(범인)이 犯接(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 잠시 다녀올 수 있는 영광은 자신을 내던지는 살신성인의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구미호의 꼬임에도 넘어가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보고 여우로 변신한 산신령이 선비에게 과제의 일부를 살짝 던져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무상급식은 없는 것이니 마무리 부분은 선비의 능력으로 채우도록 하는 것이지요.

 

결국 운칠기삼입니다. 운이 7할이고 재능이 3할이라는 말인데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자 이기기 어렵고 공부하는 자중에 진솔한 자를 따라잡기 힘들며 진중한데 재수좋은 놈은 그 누구도 이겨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즐기는 자를 따를 방법은 더 이상 없다 했습니다.

신의 도움으로 과거에 급제하고 왕을 가까이 모시는 신하가 되어 정사를 돌보는 책사들이야 말로 범사에 늘 감사하는 자세로 봉사하는 삶을 이어온 시대를 뛰어넘는 인물일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보면 어느 일정의 구간이 있고 그 구간속의 세월을 이어가는 속도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국도를 지나다 보면 구간 과속단속 구간이 나옵니다. 어느 지점을 통과한 차량이 3~4km정도를 주행한 후 독립문처럼 설계시공된 센서가 설치된 구간을 지나면 평균 속도가 측정되는 원리입니다.

차량번호를 인식하고 추적하여 도로공사이거나 경찰에서 설정한 입구에서 출구까지 지나가는데 소요된 평균 속도를 가지고 과속 여부를 가리는 것입니다.

 

정말로 빠르게 통과하면 차량번호가 체크되어 경찰에 알려지고 이를 바탕으로 과속 범칙금이 부과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투망식으로 이른바 일망타진하는 방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IT기술의 발전도 대단하지만 그 기술을 과속방지에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던진 전문가의 지혜에 감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시험을 보는 선비가 마지막 문장을 기억에서 지우고 스스로 글을 지어 과거 답안을 제출하게 하였던 바는 신의 영역이라 가능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가끔은 글을 쓰는 창의력이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는데 오늘아침 111배를 올린 덕에 창의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속 생각을 이리저리 지휘하면서 스스로 선택방식을 동원하여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과거의 생각이 마구 날아다니던 그 시절의 작은 생각조까리 한 두개를 얻은 듯하여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개운합니다.

가슴이 서늘하게 훅하고 생각이 온통 백지상태로 변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황당한 일을 당하면 판단력이 사라지고 내 앞에 던져진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스스로 고민하거나 판단하려 하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말입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아이를 살린 어머니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경찰차에 태워 병원까지 달려간 4분 동안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살다보면 긴급하여 당혹스러운 경우를 만나면 자신의 판단보다는 주변의 주장에 끌려가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 더더욱 자신의 주관으로 명쾌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맑은 아침이지만 오후에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오후의 일기예보가 자주 틀리는 것을 보면 역시 장마철입니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대응하면 실패가 적은데 급하게 대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餘裕(여유)는 時急(시급)을 이깁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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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