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급(緩急)조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세상사에 급한 일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습니다. 호떡집에 불난 듯 하다는 말은 좁은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어찌할 바가 없다는 의미로서 불을 끄려하기 보다는 주변에 번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건물에서 추락한 환자는 급하게 일으키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라 그 자세에서 氣道(기도)를 확보하고 안정을 취하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집에 도착한 가족을 맞이하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라 반가운 일입니다. 아파트 현관의 문의 자물쇠를 풀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인데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아들이 아빠로부터 야단을 맞는 미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물쇠를 풀고 기다리면 문열고 들어올 것인데 말입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었지만 '과공은 결례'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서두를수록 좋은 일, 반드시 서둘러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초가집에 불이 나면 최대한 빨리 불을 꺼야 합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최우선적으로 환자를 구출하고 119를 불러야 합니다. 환자를 태운 구급차는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뉴스에서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라는 기사를 봅니다. 엠블런스나 경찰차가 경음을 울리며 달리자 앞선 차들이 길을 터 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응급조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가슴에 울컥하고 먹먹해지는 기사입니다. 한번 더 보고 싶은 뉴스입니다. 기적을 이루는데 동참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의 마음이 풍족히 흐르는 순간입니다. 우리사회가 이처럼 찰지고 감칠맛나는 살만나는 세상임을 공감하고 가슴 뻐근해지는 일입니다.

 

부부의 대화도 서두를 것이 있고 늦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인들 사이에서는 아마도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대화의 기법이 더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연애의 스킬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손에 물 한방울 닿지 않게 해준다면 샤워는 못한다는 말이 아닌줄 압니다. 하지만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부부나 연인에게나 시급한 어휘입니다. 늦으면 그만큼 후회할 것입니다.

사무실의 업무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의 처리업무는 오후에 하고 다른 부서의 요구사항을 오전에 서둘러 처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남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마쳤어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처리해 주었는가, 마지못해 보내준 자료인가를 전문가는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누구로부터 대우를 받았음을 알고 배려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촉이라는 것이 있고 감이라는 제6의 느낌이 있으며 이를 통털어 6감이라고도 하고 육감이라고도 합니다.

술을 마실 때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맛을 알게 되는데 청각이 몰랐으므로 긴 논의 결과 술잔을 쨍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5감을 능가하는 4차산업 혁명과도 같은 융합된 느낌을 우리는 촉이라고 합니다.

같은 말도 ‘어아’가 다르다 합니다. 정말로 살아가면서 같은 말에서 억양과 장단고저가 있어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릅니다. 더구나 요즘은 SNS시대입니다. 늦고 빠른 것부터 촉입니다. 보낸 문자글에 대한 답이 1시간 걸리면 늦은 것입니다. 5분안에 답을 해야 현대적 의미의 SNS를 아는 분이 됩니다.

 

세상을 살면서 빨라야 좋은 것과 느려도 무방한 것이 있음을 알고 일상의 삶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일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밥빨리 먹으라고 '우리애기 1등!'하는 엄마·아빠는 반성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늦은 식사도 문제이겠지만 적정한 시간을 가지고 즐기면서 먹는 식사는 또 하나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출근도 일찍하고 퇴근도 일찍하는 회사가 좋기는 하겠습니다만 이 또한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사무실에 오래 버티기 보다는 규정된 6시가 되면 퇴근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도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내 못해낸 일은 내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완급을 조절하는 사회적 조절능력이 참으로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 또한 4차산업 혁명의 한 툴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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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