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생각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4년 공무원 8급으로 근무하면서 인사계에 갈뻔 했지만 최종 점검에서 '악필'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인사계 차석이 "아이는 심부름 잘하게 생겼는데 글씨는 부족하다"며 다른 분을 선택하였습니다.

새마을과 서무담당으로 근무를 시작한지 3주후에 당시 인사계로 추천해 주신 고마우신 선배님으로부터 인사계 낙방사유를 듣고 정신을 차려서 타자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중고 여학생들이 소나기에 우박을 보탠듯이 우르르쿵쿵 타자를 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인 타자학원을 2달 정도 다녔습니다. 타자 선생님이 손가락을 독수리의 부리처럼 세우고 하나치고 둘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사무실의 타자기를 쓰다가 아예 개인 타자기를 구매하여 책상위에 놓고 자신의 업무는 물론 주변 선배들의 협조전이나 시군에 보내는 공문 시행문도 타자했습니다. 청타용지에 쳐서 발간실에 가져가면 당시 36시군에 보내는 공문서도 인쇄가능했습니다.

 

지금은 31시군에 공문을 일일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결재순간에 미리 정해진 코스를 타고 문서가 전자결재 시스템을 타고 시청으로 군청으로, 다른 관련기관으로 뛰어가서 접수를 기다립니다만 당시에는 공문 결재받는 일도 큰일이지만 공문서를 보내는 것은 더 큰 과업이었습니다.

즉, 공문 시행방법은 일반적인 발간후 발송, 팩스송신, TT(테렉스)송신이 있습니다. 어떤 부서는 시군 공무원을 불러 공문서를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비상대책부서의 비밀문서인 경우에 시청과 군청의 담당자가 도장을 들고와서 문서를 수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부서에서는 앞서 말한 3가지 문서발송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문표지만 팩스나 TT로 보내고 첨부물은 추가로 인쇄하여 보내기도 했습니다.

공문서 시행에 대해 장황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어려움이 닥치면 그것을 넘어 더 발전하고 진취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타자를 배운 손가락은 타자기 시대에서 워드프로세서로 발전하여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1988년에 국별로 1대씩 워드프로세서가 배정되었습니다. 수일동안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익히고 특히 프린터의 구조와 방법을 숙달했습니다. 큐닉스워드에서 문장을 서식의 중앙에 가는 명령이 ".ce"입니다. 그런데 문장의 끝에 "~"가 있습니다. 당시에 우리는 '날나리'라 불렀는데 이것을 문장으로 인식하므로 ".ce"명령을 주었지만 문장이 중앙에 위치하지 않았습니다.

한나절을 싸우다가 옆자리 동료가 우연히 화면에서 그 문제의 '~'가 길게 늘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하여 중앙으로 와야하는 문장의 끝으로 그 날나리를 당겨온 후 출력을 하니 원하는대로 문장 센터를 완성한 바 있습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큐닉스 워드를 다룰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아래한글이 나왔습니다.

 

아래한글은 화면에 보이는대로 출력되기에 참으로 편리합니다. 글씨크기 모양 위치 등을 화면에서 보면서 편집하고 출력하면 그대로 인쇄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이제 1999년에 홍보팀장으로 일하면서 손학규 도지사님의 월례조회를 자리에서 모니터링합니다.

월례조회 시상식을 마친 후에 도지사님 훈시가 시작되면 차분히 앉아서 말씀을 정리했습니다. 말씀이 반복되는 여유시간에는 제목을 잡고, 소제목도 정하고 문장을 수정하거나 가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훈시말씀이 끝나는 순간에 도지사님 훈시말씀 자료를 총무과, 자치행정과, 기획계등에 보내고 이어서 도청 출입 언론인 메일로 보냈습니다.

 

도지사님께서 4층 회의실은 아서서 2층 집무실로 내려오시기 전에 오늘 말씀자료는 언론사에 도착한 것입니다. 1988년 7급당시에 상황실에서 이재창 도지사님의 간부회의 말씀을 듣고 전화로 불러서 오후 3시 석간신문에 기사로 나오게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언론은 신속성이 중요합니다. 정확성이 중요한 것은 기획부서와 회계부서이고 신속하고 추상적인 부서는 공보실과 예산부서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앞으로 닥쳐오는 난관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녹이고 융합해서 새로운 대안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부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평소 대화중에도 "그게 아니구요"라 하기 보다는 "옳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제 의견을 추가합니다"라고 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주어진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해결하고 현실에 융합하는 보다 폭넓은 고민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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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