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내리던 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98년 동두천시청에 근무할 당시 휴가를 받아 집에서 다음날 일정을 논의하는 저녁시간에 평소 동사무소 업무에 신경을 많이 써 주시던 관내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지요. 비가 많이 오고 있고 피해가 발생할 염려가 되는 상황이니 동장님이 휴가중이어도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 좋겠소.

시청에 수십년 출입하신 사장님이시고 공무원의 기본을 참으로 깊이있게 아시는 분이기에 지도편달의 전화를 하신 것이지요.

 

 

곧바로 차를 몰아 내달렸고 의정부를 지나 양주에 이를 즈음 정말로 비가 참으로 많이 온다 했습니다. 지금 양주시청 신청사 인근을 지날 때에는 중형 차 크레도스(20세, 1996~2016)가 움찔하고 흔들림을 느낄 정도의 황토물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동두천시 경계에 이르니 경찰관이 진입하지 말라고 교통 통제를 합니다. 밤 12:30인데 가지 말라면 이 폭우속에서 그냥 선채로 비를 맞으란 말씀인지요.

 

교통통제도 대안을 가지고 막아야 합니다. 쥐를 몰아도 도망칠 곳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에서 배수의 진을 치기도 합니다만 늘 우리는 퇴로를 생각하면서 작전을 짜는 것 아닐런지요.

그리하여 좌측 강변우회도로를 타고 동사무소로 들어갔습니다. 차를 몰아 가는 길에 번개가 치면 잠시 잠깐 앞길이 넓게 보이는데 그 넓은 신천에 물이 한가득하고 수면이 아스팔트에 넘실거리는 파도가 되어 더 넓은 바다인 듯 보입니다. 그러니 작은 차량은 마치 부평초 나룻배, 고무배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우선은 사무실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 직인함을 비롯하여 인감대장, 주민등록표 등 중요 부책의 안전유무를 확인하였습니다. 12:50분경인가요(노트에 적어두었는데요). 수년전 돌아가신 김정일 실장님을 비롯한 시청 공무원과 동사무소 직원들이 비에 온통 젖은 채 돌아왔습니다.

신천 뚝에 나가 초저녁부터 막고 막다가 결국 전선이 무너지고 침수가 시작되자 사무실로 철수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밤을 새웠고 김 아무개씨 1차 구조작전은 실패하고 두번째 도전으로 집근처에 이르니 다행스럽게도 어제저녁에 인척입으로 피신을 했다 합니다.

 

훗날 2달 지나서 김 아무개씨를 만나니 가슴이 뭉쿨하였습니다. 척추장애인 그분이 물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익사하는 영상을 스스로 그려보았던 바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2011년에 동두천시청에 근무하면서 맞이한 수해는 저녁입니다. 식사하다가 비가 많이 내린다 싶어 나가보니 정말로 빗물이 아니라 하늘에서 컵으로 물을 쏫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사무실에 들어가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생연4동(지금의 중앙동)에 나가서 수해현장을 살피는데 이는 마치 "데자뷰"상황이었습니다.

 

정말로 시간은 흘러흘러 2017년입니다. 동두천시와의 깊은 인연은 수해뿐 아니라 다른 참 좋은 일로 자주 연결되곤 합니다. 동장 근무당시 총무담당이 이제 공보전산과장으로 사무관 승진하였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팀장으로서 각 분야를 총괄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좋은 날에 한번 모여서 지난 20년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삶이 세상살이가 다 만남과 그 우정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아침 폭우가 마치 20년전, 7년전 동두천시 수해를 몰고 온 그 분위기로 내기레에 머리속에 상존하는 빗줄기와 습기 높은 날씨에 걸맞게 마음속 기억이 새롭게 나타나서 오늘아침 상념의 시간에 머리결을 통해 찾아왔습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면서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그 기억을 마음속에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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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