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번뇌의 새벽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가뭄 끝에 폭우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나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 한다고 합니다. 효교육 강사님 강의내용 중에 요즘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맘에 안 들면, 사달라는 핸드폰 새 모델을 사주지 않으면 "나 공부 안해"라고 버틴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를 위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학생이기에 누군가에게 "나 안 해, 나 싫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살아가면서 그 누구에게도 "나 싫어!!!:"라고 말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모두가 일하라고 합니다. 어느 상황에서도 싫다고 말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일을 부탁한 기억도 적고 주변의 누구에게 나는 지금 이 일이 싫다고 한 일도 별로 없을듯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東西古今으로 요구를 하고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한가득입니다.

언젠가는 한 두번이라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것을 술에 취하면 아마도 실현을 하는가 봅니다. 평소의 마음속 기대감을 술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혹시 술의 힘이거나 음주의 핑게로 어리광을 부려보는 것은 아닐런지요.

 

혹시 이 시대 젊은 직장인, 아니면 50대 60대 장년들의 자화상일까 생각해 봅니다. 더구나 1950년대생으로서 급하게 쫓기듯 살아오다가 어느 날 불쑥 ‘너는 오늘부터 50대 후반이야’라고 말해줍니다. 어느 자료에 담당자가 생각없이 적어 넣은 자료에 이강석(60)이라는 서류를 보는 순간 가슴이 탁하고 막힙니다.

아이고 내가 정말로 60세를 먹었나? 작은 충격의 여운이 오래갔습니다. 늘 마음속으로 올해까지는 59세라고 생각하고 정말로 정년이 되는 2018년 말에, 2018년 12월 31일에 60세라고 자임하기로 했는데 누군가가 1년 반전에 나이 60세를 기정 사실화한 것이 작은 충격으로 다가섭니다.

 

그리하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고 주장을 펼칠 곳도 없습니다. 업무적으로는 윗선에 신경을 써야하고 휴가를 잡으니 회의 일정이 잡히고 휴가를 가려는데 도청 행사 일정과 겹치게 됩니다. 사실 일정이라는 것은 늘 다른 일들과 겹치게 마련입니다만 아직도 민간으로 이전하지 못한 마음속 잘잘한 인연의 끈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정한 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바가 송구합니다.

살면서 누구에게 반항을 해보고 아니라고 반박도 해보고 그러고 싶습니다만 도무지 1950년대 생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그림이거나 무지개 같은 기대입니다. 緣木求魚입니다.

 

안 되는 일이니 아예 포기하는 서커스단의 코끼리 다리를 묶고 있는 쇠줄입니다. 코끼리는 8년간 묶였던 쇠줄에 익숙해졌고 10살되는 해에 쇠줄이 풀리고 연약한 끈을 매어두었지만 그 반지름의 끈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혁신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 상수, 최선입니다. 그러하다면 주변의 사람들이 굴곡진 힘 빠진 미리 나이 먹어가는 청춘의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어야 합니다.

 

최소한 하루 이틀 네 맘대로 놀아보아라 방임, 방종을 하거나 일주일 산사에 들어가 여우 오소리 부엉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민가가 그리우면 다시 돌아오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다 부질없는 혼자말인줄 알지만 그래서 저 비오는 진흙길을 횡단하는 지렁이도 보다 더 습기좋은 장소를 택하기 위한 도전입니다. 결국 인간이 만든 아스팔트, 시멘트길에서 밟혀 두동강이 나고 각각이 생명체로 꿈틀거릴지라도 그 지렁이의 삶과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부처님의 깊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생명체의 존엄함을 알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 내리는 7월의 어느 날 새벽에 불초 불자 부처님 앞에 고합니다. 저 높은 곳이 아닐지라도 주변의 모든 번뇌를 녹차잔 향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혜의 샘물을 더 넓고 깊게 해 주시기를 앙청합니다.

 

부족한 凡人(범인)의 소견머리로 가슴속 생각을 여과없이 내던진 오늘 아침의 오만과 방종을 반성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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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