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굽은 소나무가 마을을 지킨다는 내용의 지방선거 홍보물이 보입니다. 외지에 나가 자신의 영달을 이룩하고 다시 고향에 돌아와 선거직에 나서는 이를 거부하는 의사가 다분히 내포된 말이라고 봅니다. 자신은 어려서부터 지금 나이 50대 중반까지 이렇게 마을을 지키며 살았음을 강조하는 선거 전략입니다.

 

 

반론은 목재론입니다. 곧은 나무는 목수들의 눈에 들어 곧 벌채되고 한옥의 목재가 되어 이미 집을 짓는데 기여하였다는 말입니다. 아니면 외지에 나가 큰일 많이 하고 이제 다시 고향에 돌아와 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아무려면 어떠합니까. 동네 굽은 소나무이든 외지에 다녀온 기둥 나무이든 모두가 마을을 위해 이 한 몸 열심히 봉사하며 일하겠다는 것인데요. 부락 어르신들의 말씀을 시청에 전하고 시정을 이끌고 도정에 우리의 주장을 반영하겠다는 것인데요.

 

 

시의원, 도의원, 시장이 모두 봉사하겠다는 자리입니다. 얼마전부터 유급제가 되었지만, 과거 시의원과 도의원은 명예직으로 한 번 의회가면 그 당시 돈 3만원 정도를 여비로 받았을 뿐입니다.

 

요즘에는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유급제가 되었고 그 금액도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결정하는데요 금액도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여타 경비도 있고 세미나도 가고 해외여행 경비도 있습니다.

 

물론 그만한 능력과 역량이 있으신 분들이 사업 현장에서 그만한 열정으로 일하신다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것이기는 합니다만.

 

5월8일 어버이날입니다. 오늘 아침 3단지에서 혼자 아침을 맞이하니 쓸쓸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차분히 사색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머리속에 차곡차곡 쌓아 둘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어느 해에는 어린이 날도 잊고 어버이 날도 망각한 바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요. 오늘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결혼한 분들은 장인장모, 시부모에 대해 곱상한 생각을 해보는 날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고향의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조홍시가를 한번 읽어보심도 권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늘 자신의 오늘 모습 위에 부모님의 젊은 모습을 투영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홍시가는 박인로 선생이 1601년 41세에 지은 시입니다. 뒤늦게 효도를 다하고자 해도 부모님은 자식을 기다려주시지 않는다는 아픈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조홍시가 (早紅枾歌) / 박인로(1561~1642)

반중(盤中)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 즉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 즉 하다마는 ----- [회귤고사(懷橘故事)라고도 한다. 육적은 오나라 왕 손권의 참모를지 회귤고사(懷橘故事) : 육적은 귤을 받았지만 먹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더니 원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얼른 귤을 집어 품 안에 감추었다. 육적이 돌아갈 때가 되어 원술에게 작별인사를 올리는데 그만 품 안에 있던 귤이 떨어져 데구르르 굴렀다. 원술이 "육랑(육적을 가리킴)은 손님으로 와서 어찌하여 귤을 품에 넣었는가(陸郞作賓客而懷橘乎)"라고 물었다. 이에 육적은 "집에 돌아가서 어머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欲歸遺母)"라고 대답하였다. 원술은 어린 육적의 효심에 감동하였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육적회귤 [陸績懷橘]

 

모든 이들이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아침 뵙는 부모님들이 처음부터 주름지고 허리 굽은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이 늘 당신을 걱정하고 배려하고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단 모두는 행복을 알게 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당신을 걱정하였을까요.

 

도대체 몇 명 몇 천명의 도움을 받아 오늘 아침에 눈 비비며 일어나 아침 수저를 잡는 것일까요. 더구나 이 한밤 편안히 가라고 도대체 몇 명의 군인이 전방을 지키고 우리동네 밤새 근무한 경찰관, 소방관은 몇 명이란 말입니까.

 

가스회사 직원, 전기회사 임직원, 지하철 근무자, 새벽 버스 운행자, 그리고 그들의 새벽밥을 챙겨준 아내와 어머니는 도대체 몇 분이겠습니까. 크든 작든간에 하나의 도시가 저녁에 불 켜고 아침에 태양을 맞으며 출발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을 현존하는 컴퓨터가 계산이나 하겠습니까?

 

어버이날 아침에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리면서 동시에 수많은 분들, 우리의 아침과 점심과 저녁이 있게 해주시는 자연의 에너지 우주의 알수 없는 磁氣場(자기장)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아휴,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태산 위에 떠오르는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얼기설기 마치기는 합니다만 약간 뒷머리가 간질간질 창피하기는 합니다.

 

이렇게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어버이날에 효와 도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글을 남기는 것으로 불효를 조금 깍아보려는 얇은 술수를 쓰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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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