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에서 주머니와 옷고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주머니는 욕심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 저승가는 길에 가져갈 것이 없으니 주머니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가서는 또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에 힘들었던 이승의 그 어느 것도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이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홀가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수의를 입을 때 옷고름에 나비고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새롭게 발견되었습니다.

한번 염습을 하면 다시 풀어볼 일이 없기에 세 번 네 번 꽁꽁 매어 드린다고 합니다. 여러 겹의 옷을 입혀 드리고 힘차게 매어 드려야 좋아하신다고 시골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아저씨(할아버지) 몸을 모아드려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장으로 모셔도 수의는 흙이 되어 함께 할 것이고 화장을 해도 수의 옷고름은 연기가 되어 나비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갈 것이므로 미리 나비넥타이 매듭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장에서 조총을 발사하는 것은 그 영혼이 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가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나비가 되고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영혼은 참으로 편안해 보입니다.

최근 건축물 리모델링 중에 수십억원어치 금괴가 발견되었고 공사에 참여하신 분이 한 두개씩 나누어 가졌는데 그중 한 분이 욕심을 내서 더 가져간 후 분란이 일어나 경찰이 나서서 금괴를 회수하였다고 합니다. 부자이지만 치매로 인해 상속하지 않고 사망하여 금괴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경찰은 금괴를 회수하여 유족에게 돌려주었는데 발견된 금괴 갯수가 증언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고 금괴를 받은 자식들은 배분 문제로 또다시 싸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금괴를 숨기지 않고 다른 좋은 곳에 쓰셨다면 돌아가신 후에도 존경받는 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자식들이 싸움을 벌이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건축 리모델링 업을 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그 일에 종사하였을 것입니다.

 

 

수의에 담아가지 못하는 재물을 벽장속에 숨겨두었다가 저승길에 가져가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오히려 금괴로 인해 리모델링 사업자와 인부들이 경찰에 잡혀가고 자식들이 또다시 재산싸움으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를 다시한번 생각합니다. 수의 옷고름을 옥매듭짓는 이유를 한번 더 되뇌이어 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합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다른 이가 대신할 수 없는 어떤 일을 오늘 내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필요합니다. 오늘 아침 이런 말을 생각해 내고 글로 표현할 수 있으니 또한 큰 행복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