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지도자대회 지각 사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5년 이야기 입니다. 새마을지도과 서무담당으로 근무할 당시에 부산에서 새마을지도자대회가 열렸습니다. 달반 이상의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내일아침 부산으로 출발하는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사무실 뒷편에 부길식당에 저녁마다 부대찌게 15인분을 주문하여 일하시는 선배들 식사를 추진하였습니다. 별도의 말씀이 없으시면 그냥 부대찌게를 주문하면 되는 일입니다. 요즘에도 많은 분들이 부대찌게에 밥 비며 먹다가 나중에 라면 넣고 육수추가하고 그러시지요.

 

 

저녁마다 시군과 통화를 하면서 참석자 명단, 승차계획, 숙박계획, 고속도로 차량 이동계획 등 참으로 많은 행정적인 일을 하였습니다. VIP행사 이므로 당시 공직 선배들은 작은 실수도 용서되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일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1985년이면 좀 지난 세월이기는 하지요.

그리하여 D-Day 1일전날이 왔고 각 시군의 새마을 지도자들은 수원 북문 인근 숙소에 집결하였습니다. 당시 행정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안성에서 평택에서도 수원으로 올라와 숙소를 잡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저녁 시군 본부방을 돌면서 물품을 전하고 중요 사항을 알려드리고 피곤한 몸으로 어느 방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평소 일찍 기상하는 편이지만 그날은 참으로 평안하게 깊은 잠을 자고 아침 6시반경 아주 고요한 분위기를 느끼며 일어났습니다.

방안에 혼자 덩그라니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방을 나와 다른 방 이방 저방을 둘러보아도 고요뿐입니다. 사람들이 잠을 자고 나간 자리는 새와 쥐, 집안의 소의 자리보다 번잡합니다.

 

동물들은 나가고 들어와도 집이 늘 그러하게 정갈한데 사람이 난 자리는 참으로 복합적입니다. 여하튼 아무도 없습니다. 버스를 타고 모두 입장휴게소를 향해 출발한 것입니다.

포도가 유명한 입장휴게소에서 일단 관광버스 대열을 정비한 후 안전하게 아주 천천히 이동하도록 내무부에서 지침을 주었기에 그리하기로 한 줄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대략 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 시각이면 신갈를 지나 오산시를 지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럼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황당하게도 서무담당의 타자기, 서류 등은 어제저녁에 버스에 선탑하였으므로 개인짐만 다랑들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급한 마음에 김포에 가서 비행기로 부산인근 공항으로 가야하나 생각했지만 곧바로 자신이 그렇게 까지 중요하거나 요긴한 인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부산에 가지 않고 그냥 수원에 남아있어도 별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래도 일단은 부산으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수원역에 가니 부산행 무궁화호가 있습니다. 평일이므로 좌석도 구했습니다. 일단 기차를 타니 할일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기차는 5시간 넘게 달리고 달려 부산역에 승객들을 내려주고 돌아갑니다.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경기도 새마을지도자 숙소가 있는 여관촌을 찾아갔습니다. 이미 안내공무원 2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왔다고 인사를 드리니 지도자님들은 어디에 계신가 물어옵니다.

제가 선발로 먼저왔습니다. 살짝 거짓 설명을 하고 방안에 들어가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1시간쯤 지나서 왁자지껄 새마을지도자님들이 오셨습니다. 뛰어나가 계장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야! 너 벌써 와있니? 네 제가 일찍 왔습니다.

 

우리과 선배들이 입장휴게소에 도착할 무렵 한사람이 빈다는 느낌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알아서 하려니 하고 계속 부산으로 달려온 것이지요. 당시에는 요즘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버스에 카폰도 없었고 내무국장님에게도 모토로라 핸드폰이 지급된 것은 이후 10년이상 세월이 흐른 후의 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새마을지도자 대회는 부산 실내체육관 인근의 버스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상상력으로 보았으며 성공적인 행사를 마무리한 기념으로 장관 표창을 한장 받았던 기억이 오늘 따라 새록새록 따스한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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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