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매뉴와 계산법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동료들과 함께 오리집에 갔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재미있게 주고 받으며 훈제오리를 구워먹었고 후반부에 된장찌게를 먹고자 주문을 하였습니다. 사실은 종업원이 주방장님 퇴근시간이 임박했다며 식사를 할 것이면 지금 주문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메뉴를 받아보니 공기밥+된장찌게, 누룽지, 잔치국수 등이 있습니다.

 

 

4명이 누릉지+된장찌게를 주문했습니다. 누룽지를 먹으며 된장찌게 국물을 떠먹는 맛을 알기에 말입니다. 하지만 누룽지만 나오고 된장찌게는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일찍 퇴근하시는 존경받는(?) 주방장님이 된장찌게를 끓이시는 중이려니 하면서 기다렸지만 누룽지를 후루룩 다 마시도록 된장찌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종업원에게 물었습니다. 된장찌게는 언제 나오는 것인가요? 종업원의 대답은 누룽지에는 된장찌게가 나오지 않고 그냥 김치하고 드시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더더욱 재미있습니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프로그램에 공기밥+된장찌게은 가격이 있지만 된장찌게+누릉지에 대한 가격표가 없어서 나오지 않았답니다. 우리의 기대는 가격표는 공기밥+된장으로 체크하고 실제로는 누룽지+된장을 주시면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여러명의 종업원이 각각의 코너를 담당하다보니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조직에서도 각 부서의 기능만을 강조하다보면 전체공정의 흐름에 이상기류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공직에서도 각 부서는 잘한 일이지만 시정 전체를 스크린해보면 잘못한 부서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플랑카드 단속을 잘한 것이 잘한 것인지는 몰라도 다른 일로 충돌이 일어납니다.

 

민원인에 대한 친절을 강조하지만 세금을 내시면서 즐거운 분이 많은 세상이 아니므로 세무부서는 더더욱 친절해야 할 것입니다. 된장찌게를 먹지못하고 누룽지와 김치만으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그 식당의 간판이 참 멀어도 보입니다. 혹시 우리가 근무하는 기관의 간판이 흐리게 보이도록 한 일은 없었는지 한번 뒤돌아볼 일입니다.

 

농촌 양옥집에 대문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을 했는데 이집은 음식 조합이 없어서 누룽지를 팔지 못한다 하니 식당이 판매시스템에 묶어있는 안타까운 일임을 지적하면서 가정이나 직장에서 自繩自縛(자승자박)의 어려움을 자초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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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