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自讚(자화자찬) - 2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자금관리 부서에 근무하면서 도청 산하 5개 현장 부서에 매월 운영자금을 송금하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예산배정은 전월 25일경 전달되고 자금은 필요시에 송금하는 것이 재원운용의 큰 방침이었지만 건설공사 등 수억원대 시설비는 일정에 맞춰서 송금하지만 경상비와 인건비 등은 월말에 송금하였습니다. 당시에는 복리후생비가 월초에 지급되었습니다.

 

 

서류작업으로 바쁘게 일하던 시절이었으므로 매월 25일에 예산을 배정받고 자금 신청을 하기가 버거웠나봅니다. 5개 사업소가 제날짜에 자금신청서를 보내지 못하여 전화를 걸어 신청금액을 확인하거나 총액만을 확인하여 자금지출 결재를 받아 보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행정이란 서류로 진행하는 것이니 반드시 첨부되어야 할 서류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결재를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재과정에서 지출총액과 첨부물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만, 그래도 오늘 꼭 지출을 해야하고 부족된 서류는 내일 오전까지 채워 맞추겠다고 보고 드려서 결재를 받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전에는 자금 송금일이 월말이 아니라 다음 달 초에 진행되어 하루 이틀 늦게 입금된 경우가 있어서 제날짜에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복리후생비는 매월 1일에 지급되었으므로 여러 가정에서는 이 돈으로 아이의 분유를 사거나 관리비를 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20일 봉급일에서 10일후이니 적은 봉급으로 생활하는 가정에서는 춘궁기 보리고개에 다다를 즈음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매월 1일 오전에 복리후생비가 지급되도록 매월 29일,30일에 송금하였고 늦어도 31일 오후에 돈을 보냈습니다. 매월 1일 오전에 지출이 가능하도록 애를 썻다고 자부합니다.

십여만원 이 돈을 기다리는 이가 500명이면 4인가족 2,000명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오로지 월급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봉급 생활자의 모습을 상상하였습니다.

복리후생비를 받는 것은 근무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급여와 함께 청구권이 있는 권리인데 혹시 실무자 한두명이 게을러서 그 권한을 제한한 것은 아닐까 반성해 봅니다.

 

당연한 권리를 말하지 않는다고 월초, 3일, 4일에 베풀듯이 돈을 보냈다면 참으로 잘못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주변에 이 같은 부주의로 인한 다수의 불편과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닐까 사려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을 깊이 있게 알아챈 동료 공무원은 최근까지도 공석, 사석에서 만나면 30년 전에 자금을 적기에 보내주어서 다른 동료들에게 면이 서고 다함께 행복해 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당시의 작은 정성이 훗날에는 큰 힘으로 공직 발전에 도움을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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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