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생선가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주 희박한 확률이라면 동전을 던져서 옆면으로 서는 것일까. 그 다음으로 힘든 가능성은 비누 방울을 던져서 볼링핀을 넘어트리는 일일까?

정말로 어려운 가능성이 나에게 일어났으니 바로 三鮮구이를 맛있게 먹고 마지막 지느러미 부근과 꼬리부분을 발라 먹다가 목 안쪽 윗벽이 갑갑한 느낌이 오고야 말았다.

 

 

어려서 어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밥을 쌈싸서 꾹 하고 넘기면 된다고 했었지. 그래서 통김치 하나를 대충 삼켜보아도 안되고 화장실에 가서 크게 기침을 해보아도 해결되지 않는다.

거참 힘든 일이다. 목안이 간질하여 토할 것 같기도 하고 기침을 여러 번 일부러 해보아도 해결이 안 되는 목에 걸린 생선가시다. 아침에 면도하다 베인 것이 생선가시가 목에 걸리는 것으로 액땜을 하는 것인지.

사무실에 돌아와 양치를 하고 칫솔로 몇 번 문질러 보았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니 흰 생선가시가 목젖 옆 부분에 마치 수지침처럼 박혀있다. 지난해 교육 때 수지침을 배웠는데 그 침이 손바닥에 박힌 것과 어쩌면 그리 도도함이 같던지. 그리고 칫솔로 문지르니 침에 피가 나온다. 찔린 부분에서 미세한 출혈이 있나보다.

 

사무실에는 이 가시를 빼낼 장비가 없단 말인가. 나무젓가락 가지고 빼내는 방법은 없을까. 계란을 먹으면 된다는 민간요법도 있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사무실 앞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이 형이 급히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가지로 올라와 가자고 한다. 거참 대단한 병도 아닌데 차를 타고가야 하는 일인지. 어찌 되었든 차를 타고 병원에 들어갔다. 오후 1시이니 병원은 조용하고 원장님은 2시까지 점심시간이시란다. 접수하고 기다리란다.

거참, 생선가시 하나에 병원 신세를 지려고 접수를 해야 하나. 병명을 생선까시 1개로 적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간호사님이 봐주시면 어떨까요 하니 원장님이 보셔야 한단다. 지금 환자는 목구멍이 답답한데도 원장님 식사하시는 동안은 의자에서 기다리라는 말이다.

 

다시 4-5과정도 있는 인근 병원으로 가니 두 분 간호사님이 계신데 역시 원장님은 식사중이시다. 제가 목구멍에 생선가시가 걸려서 왔습니다만 간호사님이 처치해 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 간호사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원장님이 보셔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목구멍에 가시는 이비인후과로 가셔서 기계장치를 써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 병원에는 이비인후과가 없습니다.

그럼 핀셋을 빌려 주십시오 했다. 차태워 온 이 兄에게 핀셋으로 빼달라고 할 판이다. 난 지금 목구멍이 갑갑하다. 하지만 간호사의 대답은 이랬다. ‘핀셋을 원장님 허락 없이 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곧바로 병원을 나와 1층 약국으로 갔다. 다행이 약국의 핀셋 판매는 의사의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았다. 2천원짜리 핀셋을 사 주머니에 넣고 이형의 차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오다가 차가 신호에 걸리자 내가 빼보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눈의 각도나 거리감이 맞지 않고 목 안쪽인 관계로 핀셋이 닿으면 이주 불편한 느낌으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이형이 다시 시도했지만 혀가 올라가면서 그 문제의 생선까시를 가린다고 했다.

사무실로 왔다. 오면서 생각해 보니 말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말 마져 못했다면 난 그냥 지쳐, 짜증나서 쓰러졌을 일이다.

 

사무실에 들어와 작은 의자에 앉아 목을 뒤로 넘겨 돌파리 의사 이형이 처치에 들어갔다. 3번의 시도 만에 가볍게 흰색의 생선까시는 제거되었고 목안의 평화가 돌아왔다.

수첩에 테잎으로 붙여둔 그 생선가시의 크기는 이랬다. 길이 3cm, 두께 0.2mm/ 흰색으로 아마 고등어 갈비인 것 같다. 그리고 목안에 박힌 깊이는 1.5cm정도로 나타났다.

참으로 79kg의 인간이 이 작은 가시 하나로 인해 차를 타고 병원 3곳을 헤매고 약국에 가서 핀셋을 사는 등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떨었다는 사실이 조금 창피하다.

 

하지만 3곳 병원의 간호사들이 환자같지 않은 환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혹시 내가 동료들이나 민원인에게 핀셋하나면 해결할 일을 덤프트럭까지 불러오게 한 일은 없는지 반성해 보았다.

반면 그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없이 생선까시를 빼다가 목젓을 다치게 하거나 입안에서 크게 출혈이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 또한 쉽게 간과할 일은 아닌 듯싶다. 면허를 받은 의사의 진료 중에도 의료사고는 발생하니까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의사선생님이 핀셋으로 이 생선가시를 뽑아준 의료비는 얼마를 청구했을까. 의료보험은 적용해 주었을까.

 

조크하는 말 중에 어떤 이가 고장난 기계를 너무나도 쉽게 망치질 한번으로 고치고 청구한 수리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며 고친 내역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수리공은 수리비 내역은 어디를 때릴까 20%, 어느 정도의 힘으로 때릴까 생각한 비용이 79%, 망치질 비용은 1%라고(% 배분은 지금 임의로 작성함) 적어 주었다고 한다.

정말로 의사의 처치로 목에 걸린 생선가시를 뺏다면 의사의 핀셋으로 뽑은 비용은 청구되었을 비용의 1% 이하일 것으로 생각해 두자.

여하튼 생선을 먹을 때 다른 이가 더 먹을까, 내가 조금밖에 못 먹을까 조바심하지 말고 천천히 먹어야겠다. 그리고 가급적 생선은 가시가 커서 아예 접시에서 발라먹을 수 있는 큰 생선, 고래, 상어를 먹든가 뼈가 없는 오징어, 앗싸가오리, 홍어, 문어 등을 먹어야겠다.

 

1시간 반의 환자놀이가 좀 길게 기억될 것 같다. 그 작은 가시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그 만남 속에 인간은 얼마나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민원인이 오시면 정말로 가능한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하여야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 열심히 하지 사무실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너는 뭐하는 놈이냐고 할 분이 계실 것 같은데, 하지만 이 사건이 공무원에게 실용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목젖을 간질이는 他山之石(타산지석)의 민원처리, 대민봉사, 행정 처리의 기준이 되는 法語(법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첨언한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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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