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부존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지금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퇴직 증후군이거나 후유증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해온 바 있습니다.

실제로 직장에서 또는 이 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던 어떤 동료들이 어느날 떠난 후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존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새벽에 중국 여행지에서 심장마미로 돌아가시거나 자신의 집 목욕탕에서 혈압으로 쓰러져 절명한 분이 이후 모임에도 안 나오고 어느집 결혼식이나 상가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것만으로 그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완성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혹시 어디에 존재하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다는 가정도 세울 수 있습니다.

 

중병으로 10년 넘게 투병중인 분이 있을 것인데 이 분이 존재하는 것인지 부존재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는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집에서 직장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존재라는 것은 그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의 존재는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고 단체로 등산을 하면서 한방향을 바라볼 때 확실해진다고 봅니다.

 

이것을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고 그 움직임 중에 함께 같은 목표와 방향으로 이동하며 교류하면 상호간의 존재는 더욱 더 확실해 집니다. 유대, 연대, 신뢰속에 자신의 존재는 물론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호간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그것을 사회라 하고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 칭하는 것입니다.

 

무인도에서 평생을 혼자 살다가 스스로 만든 돌무덤 속으로 떠나갔다면 이 인생은 정말 존재감 없어 보입니다. 존재는 사회적 활동이고 부모와 배우자와 자녀에 의해서 존재가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존재는 문화를 이어가고 발전시키게 됩니다.

앞날을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귀양생활 속에서 다산선생님도 많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존재에 대해 고민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저술하고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부모 자식간 연대의 방법중 하나로서 편지를 쓰고 보냈습니다.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3년동안 여러 가지 필체로 쓴 것이 하피첩이라는 서간문입니다.

 

유배지에서 고생하시는 남편에게 아내의 정성을 담은 정표로 보낸 색바랜 치마하나. 이를 받아본 남편 정약용 선생은 아내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그 치마를 작게 잘라 그 위에 편지를 쓰기 시작하여 3년 만에 하피첩을 완성합니다.

그 하피첩 4편중 3편이 존재합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명인사의 저술이 모두다 존재하는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하피첩의 존재운명은 한강물위 부평초만큼 위태아슬하였습니다.

 

을축 대홍수때는 종손이 목숨을 걸고 하피첩을 구했습니다. 6.25전쟁 중에 분실되고 수원의 어느 넝마할머니 손수레에서 다행스럽게 존재의 힘을 받아 4편중 3편이 돌아온 것입니다.

이 3편의 하피첩도 경매, 압류, 경매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소유하게 되고 남양주시 다산박물관에서 그 사본을 입수하여 관리하고 있으므로 참으로 소중한 존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존재의 묘미라 할까요. 그냥 평범한 돌은 많아서 존재감이 떨어집니다. 둥근 돌에 수정이 박혔거나 국화 문양이 새겨진 수석이래야 존재감이 높아집니다.

평범한 이에게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만 범상하지 않다하여 모두가 존재감 갑은 아닌줄 생각합니다. 직장에서는 차라리 존재감 없는이가 일 잘하는 이로 평가됩니다. 꼭 없으면 존재감 높아지는 직원이 있습니다.

 

평소 저 혼자만 일하거나 대충하기에 동료 상사가 그 일을 모르므로 이사림이 출장가거나 연가중에 업무활동이 벌어지면 주변에서 대신할 사람이 없기에 존재감만 커지는 것입니다. 이 경우라면 부의 존재감, 마이너스 존재감입니다.

반면에 있는 듯 없는 듯 한데 그 직원이 없는 날은 무었인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고 그 사람이 있는 날은 아무일 없이 부서 업무가 돌아가는 것을 뒤늦게 느끼게 됩니다. 옛 구전사설에 ‘시아버지 죽었다고 좋아했더니 돗자리가 떨어지니 생각이 나고, 시어머니 죽었다고 좋아했더니 무명등걸이 뚫어지니 생각이 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무명 등걸은 목화로 실을 뽑아 만든 옷을 말합니다. 이 세상이 잘 되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글 읽는 소리, 길쌈하는 소리, 아이우는 소리가 필수라는 말도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인가 봅니다.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글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고 옷감을 마련해야 하고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에 존재를 위한 필수품목입니다.

 

자동차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만개의 부품과 함께 최종적으로는 윤활유와 휘발유와 핸들과 브레이크가 필요합니다만 요즘 IT에서는 네비양이 중요합니다.

다 아시는 바이지만 남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세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첫째는 어머니 말씀, 다음은 아내의 이야기, 그리고 세 번째는 네비양의 안내멘트를 잘 듣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 네비양도 참으로 바쁘다고 합니다. 주인님이 자동차 시동을 걸고 네비양의 얼굴에 목적지를 설정하는 동시에 네비양은 엔진에게는 오늘 출력 예상치를 전하고 바퀴에는 거리를 알리고 브레이크에게는 활동영역을 전달합니다. 네비양에게 부여된 여행지의 거리, 도로사정, 오늘의 날씨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말입니다.

우선 수원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고석정을 간다고 하면 의정부까지는 고속도로, 이후에는 국도, 그리고 차량이 적은 강원도 구간을 달리는 것이니 엔진이 전반부 고속도로는 막힐 것이 예상되지만 연천을 지날 즈음에는 고속도로가 아니지만 차량은 감소하여 편하게 주행할 수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브레이크는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바쁘겠지만 연천 철원으로 가면 쉬면서 대략 운행할 수 있음을 여감합니다. 연료통과 게지는 후반부에 주유소가 적으므로 미리 급유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주인님에게 연료게지가 잘 보이도록 색상을 강조하게 될 것입니다.

전방 연천 고성에는 상대적으로 주유소가 적으니 말입니다. 물론 수도권외곽고속도로(저는 원웨이로 改名을 주장합니다) 수원-의정부 구간에는 주유소가 구리휴게소 한곳 뿐임을 연료통과 그 일행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습니다.

# 이제는 제1순환선으로 아름답게 개명되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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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