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최근 방송에서 김홍신 작가님이 만년필로 하루 12시간 이상 글을 쓰면서 팔목이 아프고 어깨가 마비되는 고통을 겪으시면서 저술에 몰두하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회의원 8년간은 저술을 중단하셨고 나머지 인생에서 글쓰기에 전념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기계치'여서 키보드를 쓰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물론 만년필로 원고지나 노트에 글을 쓰는 손맛이 있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머리속에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시상을 스피드하게 타자로 이어가신다면 더 멋진 글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베토벤의 월광곡은 마슴속으로 날아오르는 악상을 아주 짧은 순간에 담아낸 것이라고 합니다.

글도 베토벤의 악상처럼 순간적으로 번개처럼 다가서는 문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만년필에 잉크 넣어서 손가락으로 눌러쓰면서 아픈 손목에 파스를 뿌리실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기만 하면 글이되고 문장이 되고 만년필처럼 잉크를 찍을 일도 없이 無限軌道(무한궤도)처럼 탱크처럼 달려가는 컴퓨터 워딩의 기능을 활용해 보실 만도 합니다.

 

시인도 컴퓨터로 작품활동을 하는 시대인데 더구나 장문의 소설을 쓰시는 분이 지금도 손목에 힘을 주어 잉크로 원고지를 채워가신다니 조금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시골 조직에서 리더역할을 하셨다는 김홍신 작가님은 스스로 조직의 보스는 대부분 본인처럼 작고 왜소하다면서 그 당시 대적하던 상대팀 보스와 철도길 기관차 앞 레일에 누워서 오래버티기 내기에서 패하면서 양측 조직원들의 양해를 얻어 대학에 진학하였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올린 '인간시장'이라는 장편소설이 1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독자는 작가의 경험적 이야기에 환호하는 것입니다.

상상이나 가정으로 쓴 이야기에는 공감이 부족할 것입니다. 물론 대단한 상상력에는 공감할 것입니다만 실직적인 이야기는 가슴으로 읽혀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는 점에 대해 자심감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손에 힘이 빠져도 타자치기는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손목에 힘을 들이는 만년필 필기는 나이 70대에는 조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80을 바라보시는 조석구 선생님이 얼마전에 엽서를 주셨는데 역시나 만년필로 꾹 눌러 쓰셨습니다. 그리고 말미에 "답장은 보내지 마시라"하십니다.

 

고려대를 나와 고향에서 교편을 잡으신 지역의 지도자 이십니다. 가수 김상희씨와 동기동창이십니다. 평생동안 써오신 시와 글을 묶어 한정본으로 내놓으셨는데 그중 한권을 주셔셔 혜존하고 있습니다. 3,000권 중 1권이 집에 있습니다.

이후에 쓰신 시집 한권을 다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편지를 드렸더니 엽서로 답신을 주시면서 제가 번거로울 것을 걱정하여 답장은 보내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노작가님의 배려와 혜안에 감사드리면서 선생님의 작품집을 다시한번 열어 봅니다. 오산을 넘어 경기도를 지나 대한민국 전역에 펼쳐질 노 작가님의 글을 생각합니다. 인류를 향한 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도 김홍신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키보드를 안 쓰시는지, 이어령 교수님처럼 7대의 고양이를 활용하시는지는 나중에 여쭤보겠습니다. 고양이는 마우스에 의해 움직여지는 컴퓨터를 이어령 박사님이 지으신 이름입니다. 본체를 고양이라 하고 움직이는 마우스를 쥐라고 하신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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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