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비빔밥#지나간 메유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5라운드 60분동안 진행되던 과거 WBA, WBC 권투에서 15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리고 심판이 두 선수를 갈라 놓으면 아직도 힘이 남았다고 심판에게 알리고 싶은 듯 끊임없이 허공으로 펀치를 날리고 이른바 이제부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듯 새도벅싱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해설자는 "이 대목에서 저렇게까지 어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선수가 경기시간에 최선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했어야지 아직 힘이 남았다는 것을 과시하는 듯 저러는 것은 심판에게 별로 어필할 것 같지가 않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운동경기를 하는 경우 최선을 다하고 스포츠맨십으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3명의 심판이 매긴 점수에 의해 판정승 하기도 하고 판정패로 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심판은 채점한 점수를 계산하느라 바쁜 시각에 링 위에서 나홀로 주먹을 날린다고 점수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수요일 점심에 서둘러 구내식당에 갔습니다. 내일 목요일 부터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4일간의 연휴이니 오늘은 금요일 같은 수요일입니다. 그런데 식당 게시판에는 메뉴판 3장이 붙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3일치를 지난 월요일에 게시한 듯 한데 오늘도 3장이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메뉴판만을 남기고 2장은 수거하였습니다. 불법 현수막은 아니지만 개표를 마친 아침에 만나는 투표독려 프랑카드와도 같습니다. 당선사례,낙선사례 프랑카드가 붙을 자리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이 메뉴 게시판 앞으로 수백명이 지나갔을 것인데, 그리고 어제도 3장의 메뉴판중 화요일 식단을 찾느라 눈이 피곤하였을 것인데 누구도 지나간 월요일 메뉴판을 떼내지 않았습니다.

 

수요일에도 그냥 두었다면 저녁시간이 되어도 메뉴판 3장, 월요일 점심 메뉴, 화요일 점심메뉴, 수요일 점심메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연휴 4일을 지킨 후 월요일 오전 11시경에야 회수되었을 뻔 하였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또한 해결하고 말았지 말입니다. 이후에 온 식당 손님들은 아주 편리한 시선으로 오늘의 메뉴를 확인하게 되었지 말입니다. 복잡하게 매달린 3장의 메뉴중 오늘의 메뉴를 골라 잠시후 만나게 될 점심식사 밥과 반찬이 무었인가를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조금 덜어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머리속 생각이 가슴까지 가는 길이 그리도 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머리속에서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손발이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말입니다. 월례조회 시상식에서 80이 넘으신듯 보이는 어르신이 단상에서 상장을 받으시고, 훈장을 받으시고 어느 쪽으로 가야하고 어디쯤에서 내려 딛어야 하나 고민하실 때, 그 앞에 자리한 공무원들이 마음으로는 걱정을 하지만 뛰어 올라가 어르신의 손을 잡고 단하로 안내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마음준비가 덜한 듯 생각합니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송혜교에게 속삭이는 대사입니다. 이미 마음과 몸이 기울어진 연인 사이에서 나올 법한 대화입니다. 이제 머리속에서 생각이 들거든 곧바로 몸이 움직이도록 마음을 평온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필요한 일이라면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몸이 움직이도록 마음을 단련해야 하겠습니다.

월례조회 시상식에서 어르신이 단하로 내려오시다가 넘어지시면 시청 공무원 모두의 공동책임이라는 점을 다 같이 인식했으면 합니다. 어쩌면 머릿속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어르신 경호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고 지나간 바람이 풍차에 힘을 보탤 수 없듯이, 이미 지나간 메뉴는 식당에서 배식하지 않습니다. 먹을 수 없는 메뉴판이 계속 자리를 고수할 수 없도록 구내식당을 애용하는 전 직원이 살피고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식당 메뉴는 참 맛있습니다.

채소를 잘게 썰어 주셨는데 따스한 밥과 고추장이 환상의 조화를 이뤄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전주비빔밥보다는 이번주 비빔밥, 오늘의 비빔밥이 가장 찰지고 맛집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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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