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가 편안한 이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쉽게 생각하면 시는 쓰기에 편안하고 짧을수록 좋은 시처럼 느껴지니 단시간에 마음속 생각을 글로 적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와 있는 시와 그리고 앞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탄생할 그 수를 알 수없는 시도 비슷한 형상으로 나올 것이다.

 

 

다만 어느 시는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가려 뽑아 신문에 크게 보도할 것이고 누구의 시는 그냥 자신의 까페에서 혼자 놀다 잠들고 다시 다음날 아침에 깨어서는 늘 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을 것이다.

까페에서 조회수가 수 천번이라고 해서 그 시가 더 무거워지는 것인지, 또는 1자리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그것은 시가 아닌 것 또한 아닐 것이므로 참 편하고 쉽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학분야라는 생각을 한다.

 

이른바 대하소설은 작가가 산중에 들어가 10년동안 거의 매일 원고지를 잡고 늘어져야 가능한 것이라지만 시는 비오는 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스마트폰 자판을 몇자 두드리면 까페로 날아가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고 다음날 까페를 열면 그 자리에 다소곳이 활자들이 배열해 있으니 참 편한 일이고 더구나 2013년 이 시대에는 더더욱 쉬운 일이다.

다만 시는 어느 상황에 대한 느낌을 평온하게 적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TV에서 보니 어느 강가에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한다. 강바람 강물 강가의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문외한은 저 피하노를 어찌 옮겨왔으며 바닥이 무를 것 같은데 어찌 버팀판을 설치하였을까를 걱정한다. 연주가 끝나면 그 연주자도 피아노를 이동시키는데 참여하는 것인지?

흔히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자들은 반드시 자신의 악기를 메고 다닌다. 해외 갈때도 비행기표를 사서 그 옆자리에 첼로를 앉힌다는 장한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보험사고시 인적부분을 반영하지 못한단다. 애지중지하는 악기이지만 사람이 아니니 사고 시에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여튼 세상을 보는 안구는 동일할 것이나 그 눈을 통해 받아들인 세상에 대한 감성은 각기 달라서 시라는 것이 이 세상 문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것일 게다.

지하철 역 노숙자의 얼굴을 보면서 시를 구상하고 그 표정이 전혀 힘들다는 필이 아니더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세밀한 관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제 밤 내내 힘들었을 상황을 함께 느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시는 체험이기도 하고 상상이기도 하며 그 둘이 혼재된 상황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는 어렵다. 어려우니 시인들은 시를 잘 쓰기 위해 시집을 낸다. 1집에서 시작하여 8집 9집을 내고도 더 내려 한다. 아내와 싸우면서도 시집을 내려하는 이유는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있고 글로 정리하지 못한 감흥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1집에서 9집까지 서가에 진열해 놓고는 마음 한구석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서재로 들어가 원고지와 씨름한다. 키보드를 두드린다.

 

시집을 내지 않은 시인은 그 맛을 모른다. 된장찌게 맛을 모르기 때문에 김치찌게만 먹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피자와 치킨을 먹고 큰 아이들이 콜라와 맥주만 좋아하는 어른이 되는 것과 같다. 어려서 김치전과 닭백숙을 먹었다면 커서도 막걸리와 동동주를 마시게 될 것이다.

 

시는 편안한 작업이 아니라 많이 불편하고 조금은 가시러진 재료를 다루는 목공예 같다. 더하다면 쉽게 늘어지는 유리공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다행이라면 조금 파격으로 작품을 다듬고 힘을 주어 유리녹인 물을 부풀리면 가끔은 자신조차 놀라는 작품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늘 썼다고 시가 나오지는 않는다. 낚시밥 숫자만큼 고기를 잡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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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