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해야 할 일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공직을 퇴임하면서 공무원증을 반납하는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열정적인 경찰은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면서 권총, 탄띠 그리고 경찰 뱃지를 상사에게 반납합니다.

 

 

일련번호가 양각되어 있는 경찰 뱃지는 경찰의 상징이고 자존심입니다. 브르스윌리스는 웃통을 벗어도 허리춤에 경찰 뱃지를 걸고 범인과 대치하면서 권총을 쏘며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이 쓰던 공무원 책상에서 개인 용품을 꺼내어 포장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38년 공직생활중에 30번 정도 발령을 받고 자리를 이동하여 새로운 책상을 배정받았는데 명퇴를 하거나 공로연수를 떠나게 되면 정해지지 않은 후임자에게 책상과 의자를 인계하여야 합니다.

 

몇 군데 은행에 가서 통장을 정리하였고 이제는 주거래은행 하나면 족할 것입니다. 연금을 받을 통장 하나만 있으면 되겠군요. 별도 비자금도 없고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개인적 기금도 없으니 말입니다.

 

산중턱에 사는 어르신의 물항아리처럼 물을 길어 붓고 쪽박으로 퍼서 밥 짓고 찌게국물 추가하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면 바가지 들고가서 낙엽 긁어낸 후 맑아지기를 기다려 술동이에서 전한술 떠내듯 샘물받아 이고 내려오듯이 말입니다.

 

20날 월급대신 연금이 들어온 통장을 기계에 넣고 자르륵 거리는 소리 몇순배 돈 후에 툭하고 내미는 통장정리 내역을 보면서 들어오는 돈은 적고 빠져나가는 돈은 참으로 많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은행문턱을 힘겹게 넘어오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럴저럭 세월과 잔소리 나누다가 어느해가 되면 통장은 가족에게 넘기고 인감도장은 기념품 함에 넣고 그래도 둘러보다가 이내 정리해야 할 것들이 남았구나 할 것입니다. 지금 80세 어르신들이야 e-Mail을 쓰시는 분이 적으실 것이지만 더이상 열지 못하게되는 메일 게정을 폐기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래서 보낸 편지함도 이제는 지워버리고 아무개 편지함에 중요하다해서 저장해둔 편지도 일괄 삭제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니 말입니다. 페이스북 이후 매일 수십개 메일이 들어왔으므로 100개씩 보기를 하고는 발신자 이름을 한몫에 좍 훝어내리다가 농협, 보험, 그리고 특정하게 아는 발신자를 찾아 제목보고 다시 지나가기를 반복했었지요.

 

하지만 모두 지워도 별일 없는 상황에서는 속내용 볼 것 없이 일괄 삭제를 크릭할 것입니다.

 

이래서 새로운 어풀이 필요해 졌는데 그것은 단계별로 지우거나 폐기해야 할 것들의 순서를 정하는 것입니다. 한 인간의 IT를 정산, 청산하는 어풀을 만들어 하나하나 체크리스트로 정리하면서 아직 남은 것이 있으면 찾아내어 처분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ID와 패스워드가 연결된 것들을 한방에 훅 하고 삭제할 수 있는 어풀을 만들어 한 5만원에 판매하면 이 또한 큰 수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연로하신 대기업 회장님께서 그룹의 후계자를 정하는 일을 하지 못하여 투자자나 주주들이 크게 상심, 걱정하는 사례를 봅니다. 정년이 없는 개인기업이라 해도 함께 투자한 소액주주, 개미주식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신다면 가업으로 이어가기 보다는 기업의 공익적 차원에서 큰 결심을 하셨어야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 방송에 나오시는데 일반인이야 그냥 안타까운 마음뿐이지만 투자자들은 늘 근심과 걱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작과 맺음이 있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욕심을 내지 말고 이번 횡단보도 초록불은 내 신호등이 아니고 그 다음 켜지는 것이 내 신호이고 기회라 생각하는 여유로운 생각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