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생각#허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생각의 이전에 백지상태에서 또는 줄기세포 상태에서 자신이 1달 후에 인체의 어느 부분을 담당하게 될지조차 모르는 논산훈련소 8중대 2소대 소총수인 것처럼 서있는 훈련병의 눈빛으로 있을 당시부터 이미 그 세포 속 핵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대목은 아마도 신의 세계, 조물주의 영역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틈새시장, 역새권으로 인간의 한 부분, 片鱗(편린)이라도 되는 생명의 역할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작은 세포 속에 생각이라는 것, 의식이라는 어떤 진동이 존재하였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인간으로 살면서 마음대로 못하는, 운명으로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몇 가지에 대해 공감을 할 것입니다. 그 몇 가지 중 압권은 우선 부모와 가족입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것이 한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도저히 다른 집 다른 부모의 품에서 태어나리라는 생각조차 금기시하는 것입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와서 어미닭을 알아보는 방법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냄새, 진동, 육감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병아리도 어미닭을 알아보는 것이 자연의 攝理(섭리)이니 조금 낫다는 인간의 핏덩이로 태어났으니 부모를 제일로 감촉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리고 태어난 고향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태어난 것을 행복한일로 생각하고 행운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이가 들면 首丘初心(수구초심)으로 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가고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 10대 중반부터 금수저 은수저 흑수저가 구분되고 결국 대비분의 청소년들이 나무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금속으로 된 젓가락을 받지 못하고 나뭇가지, 미루나무 잘게 쪼개어 만든 1111젓가락으로 라면을 건지고 스파케티를 말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도자기 젓가락으로 라면을 먹는다면 그 맛이 다를 것입니다.

 

같은 옷을 입혀놓고 느낌이 다르다는 인터넷 사진은 알고 보니 다 광고였다고 합니다. 거기에 속아서 광고료를 내주었다는 것이지요. 수많은 자료들이 모두 진지한 것인 줄 알고 살았던 초중고 시절을 지내고 이제 성인이 된 이즈음 20대들은 일단 매사를 의심부터 시작합니다.

 

야! 지금 밖에 비가 내린다. '진짜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니 고개만 들면 확인되는 비 온다는 말에 대해서도 진짜가짜를 따지기 위해 우선 '진짜요?'를 던지고 고개를 듭니다. 정말로 비가 온다. '정말 진짜로 비가 오네' 다시한본 본인의 언어로 비가 온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위해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 해야 할 역할중 하나인 듯 보입니다.

 

그래서 60전후 장년들이 15세 전후에 품었던 감성들은 더 이상 길바닥에서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모두 골동품상의 뒷편 거미줄 사이 빈 창고에 집어 던져야 할 판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 20전후 여성들이 만들어낸 언어 속에서 말없는 고문을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맛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고마운 것 같아요. 모든 사실을 사실로 말하지 않고 '그러할 수도 있다고 보기는 하는데 약간은 미심쩍은 면이 있기도 하다'는 취지의 '같아요' 씨리즈를 듣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너무 아름답다합니다. 아름다우면 아름답고 우아하고 멋진 것인데 '너무'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럼 우리가 기대하는 아름다움이 90인데 이 사람은 100만큼 아름다우니 불필요하게 10만큼은 아름다움에서 버려야 한다는 말인가요?. 너무 맛있으니 다음번에 이 음식을 만들 때는 10g정도 MSG를 빼고 조리하여야 한다는 말인가 생각합니다.

 

오버해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참 좋다는 말을 하려는 대목에서 쌩뚱하게도 '너무'라는 말이 튀어져 들어오는 것입니다. 너무라는 말은 정도를 넘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소금을 한주먹 가져오라 했는데 한 바가지 소금을 들고 왔으니 너무 많이 가져온 것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 1컵 정도 물을 부어야 하는데 2컵 분량을 불쑥 가져왔으니 너무 많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다양한 생각들이 세포속에서 생성되고 줄기세포 상태에서도 쉬지 않고 무의식의 의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세포마다 단어 어휘를 간직하고 있다고 몇 개의 세포가 모이면 문장이 되고 다시 더 집합하여 페이지가 되고 수 페이지가 단편이 되고 중편을 형성한 다음 장편이 되어 태백산맥을 넘고 토지를 쌓아 올리며 서사시를 완성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숨은 의식을 찾아내는 인고의 세월을 만나보기로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