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점심식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의정부 부대찌게가 150원이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1970년대 후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이 5만원 정도였으니 150원으로 나누면 333이 되고 요즘 9급 공무원 월급이 230만원이라면 10,000원으로 계산하면 230그릇이니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같은 저의 계산법에 이의가 있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첫 발령을 받은 비봉면사무소 사거리에는 청룡집이라는 정육점이 있어서 김치찌게에 밥을 팔았습니다. 단골인 면사무소 직원들은 아무 때나 가서 스스로 밥을 차려 먹었습니다. 먹을 만큼 밥을 퍼서 곰삭은 신김치 돼지고기 찌게와 함께 점심을 먹고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누가 얼마를 먹었는지 기록도 없습니다.

 

윤 사장님은 월급날 밥값 내겠다고 오는 공무원들에게 알아서 내라 했습니다. 이번 달에 20번 정도 먹은 것 같다고 하면 1끼니에 얼마씩 쳐서 받았습니다. 더 먹었다 하지도 않고 공무원들이 먹은 숫자를 몇 끼니로 할까 고민도 하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그냥 조금만 받으려 하시니 말입니다.

 

하지만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돼지고기 두부찌게를 주문해서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이른바 '약식회식'이 있고 그날 먹은 식대는 현금으로 지불합니다. 점심, 저녁은 월단위로 계산합니다만 돼지고기찌게, 막걸리, 두부 등 안주와 함께 한잔 한 회식비는 그날 저녁에 '현찰박치기' 입니다. 정으로 이어지는 소비자와 공급자 관계라 할 것입니다.

 

직원들은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할아버지 제사에 고기를 삽니다. 이른바 적거리를 주문하는데 이때에도 손이 아주 큽니다. 2근 1,200g을 달라는데 저울에는 1,450g이 달려도 그냥 2근 값만 받으시니 말입니다.

 

더구나 소기름 큰 덩이는 덤으로 주십니다. 당시까지(1977)도 가정에서는 우지(소기름)를 잘게 썰어 신 김치와 함께 끓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200원이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6,000원이 넘습니다. 10,000원짜리 점심도 약하다고 합니다. 월급이 올랐다 생각했는데 물가는 더 앞에 가서 우리의 신용카드 긁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달치 점심 저녁을 장부책에 기록도 안하시고 대충 그까이꺼 대략 계산하시던 윤재의 사장님이 그립습니다. 여유로운 손길의 진솔하신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만 이제는 만날 수 없습니다.

 

5년 전에 남양 소재 장례식장에서 두 번 반 절하고 보내드렸습니다. 아저씨 돌아가시니 이번에는 밥과 술상을 받았지요. 20대 시절 2년 반 동안 점심과 저녁을 준비해 주시던 아저씨는 그렇게 30년이 지난 후에 술상하나를 주신 후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최일병(실명) 아줌마는 역시나 여유롭게 빈소의 아내 자리에 앉아서 30년 전 손님이었던 50대 후반의 조문객에게 "아저씨는 떠나갔어"하시며 손을 잡아 주십니다. 오늘아침에 갑자기 면직원 밥집 윤 사장님이 생각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윤 사장님이 면직원들 점심 저녁을 풍족하게 챙겨주고 염가로 계산해 주시면서 그대들이 비봉면과 화성군과 경기도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라는 화두를 간직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 마음이 그러하니 나를 대신하여 공직을 통해 비봉면민의 행복을 키우라는 화두를 그때 이미 우리에게 던져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 키 크고 목소리 굵은 윤재의 사장님이 보고 싶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