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길을 횡단하는 지렁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이 땅의 주인 지렁이를 풀섭으로 보냈습니다. 지렁이는 그 옛날 척박한 이 땅을 먹고 토해내서 옥토로 일궈낸 주인이었습니다. 인간이 지상을 차지하고 시멘트길, 아스팔트길을 내고 벽돌을 찍어내니 지렁이의 공간이 줄어들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주빅뱅으로 지구가 생성되어 태양계의 일원으로 태양주변을 365일 몇 시간만에 돌고 돌아다닐 음 어느 날 지구 화산암 부스러기를 갉아 먹는 무척추 동물이 탄생했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 생명체가 지렁이일 것입니다. 이 넓은 지구의 단단한 돌 부스러기를 먹고 토해내기를 반복하여 지금의 옥토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땅의 주인은 바로 지렁이 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당시에는 지렁이 몸집이 지금보다 더 컷을 것입니다. 수십 배 컷을 것입니다. 그래서 좀 큰 돌 부스러기를 기계처럼 들이마신 후 녹여서 배출하고 다시 먹고 배출하기를 반복하여 수 만년 만에 풀과 나무가 융성하는 들과 산을 만들어 내고 그 자손들이 지금은 퇴화하여 작은 지렁이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렁이가 만든 옥토에 사는 인간들이 다시 모래와 자갈을 합해고 시멘트를 섞어서 길을 만들고 담장을 치는 것이지요. 지렁이는 눈이 없으니 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친구의 전파를 탐지하여 우정을 만나기 위해 시멘트 도로를 횡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기가 말라 지칠 즈음에 건조한 개미들이 달려와 지렁이를 먹이 감으로 정하고 개미굴로 끌어가는 것입니다.

 

출근길에는 이슬이 있어서 지렁이가 시멘트길 가운데를 지나갑니다만 건너편 인도 경계석의 높이가 18cm에 이르므로 15cm 키의 지렁이가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계석 틈새를 이용하여 넘어갔어도 다시 건너편 집 앞마방이 시멘트 포장이거나 보도블럭이고 블럭 틈새는 다시 시멘트로 마감하여 진흙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출근길을 어가면서 만나는 10여 마리 지렁이를 다 살리지는 못하지만 그중 가장 늦게 출발하여 몸통에 물기가 흐르는 녀석을 구해줍니다. 작은 막대를 이용하여 밀러내려 하면 소금 맞은 미꾸리지처럼 발발 거리며 반항을 합니다.

 

그래서 이날은 주변에서 휴지를 얻어 몸통을 잡어 건너편 풀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무슨 일로 이쪽으로 이동방향을 잡았는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 더 넓은 풀밭으로 가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밭에서 올해 가을 겨울을 넘기고 자손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아주 먼 옛날에 지구상에 태어나 바위와 암석을 부드러운 몸통으로 갈고 녹여서 옥토를 만들어 풀이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리게 함으로써 척추동물 인간의 삶의 터를 일궈준 지구의 원주민 지렁이를 살리는데 작은 손길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지금도 인간의 삶을 위해 지렁이들이 땅속에서 새로운 토양을 만들기 위해 작은 몸통을 꾸준히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야 하는 듯 보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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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