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인생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년 전 그리도 평온하게 다니던 길인데 오늘은 참으로 거칠게 다가옵니다. 아들의 두 번째 제안으로 광교산에 갔습니다. 인재개발원으로 차를 몰아가서 주차하고 찬찬히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위로 나르는 듯 건너는 육교를 지나 아랫길로 차분히 걷다보면 오르고 또 내려가야 하는 광교산 길을 만납니다. 약수터 가는 길도 보이고 헬기장 가는 코스도 나옵니다.

 

 

광교산 헬기장은 2곳이 있으며 오늘 단거리로 가는 헬기장은 중간급 작은 시설입니다. 사실 헬기가 내렸는지 일지가 없어서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산불, 등반객 조난 등 경우의 수는 있으니 필요한 시설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등산객들의 이정표가 되고 목적지가 됩니다. 우리 부자도 이 헬기장을 목적지로 하여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산길이라는 것이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거리면서 인생의 한나절 축소판 처럼 여러가지 경우와 상황을 만납니다. 페이스북 글에서 보니 유학생 경험으로 여행을 떠날 때 준비물을 적어내는 그룹스터디에서 교수님의 기대치에 부응한 팀의 준비 잘한 상은 "그냥 출발한다"라는 답을 적어낸 팀에게 주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산행도 그러할까 생각해 보았는데 답은 ‘아니오’ 입니다.

 

즉 산을 오르면 문명에서 멀어집니다. 그래서 조금 준비가 필요하며 생존에 필요한 물품이 우선입니다. 정신자세도 중요하다 하겠습니다만 등산에는 정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절실함이 있습니다.

즉 물, 옷, 체력입니다. 옷이 필요하고 물을 준비해야 하고 체력을 보충할 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광교산이나 다른 산에서 이것을 모두 대체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습니다.

 

당일치기 등산이라면 날씨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합니다. 최근 강추위에 긴장한 나머지 내복을 입었으나 따스하였고 바람막이 옷을 입었으므로 곧바로 땀이 납니다.

산악 전문가의 방송에서 차라리 두껍게 옷을 입고 산에 오르면 금방 땀이 나서 효과적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1km 이내에 후끈 거리는 것은 옷을 과도하게 많이 입은 때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옷을 줄이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헬기장 목표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산은 늘 그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출근길처럼 매주 월요일 아침에 지나던 이 길이 오늘은 많이 힘이 듭니다.

체력은 늘 쓴 만큼 강해지는가 봅니다. 그간 등산을 게을리 한 탓으로 이 길 이 숲속이 힘들어 보입니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번에도 광교산의 이 길을 애용하고자 합니다. 자주 들어 익숙해지고 친숙해지면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길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친숙하지 않아서 입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설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인생사 인 것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