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세상 내다보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사람이 살아가는 일중에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는 일도 큰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열로 며칠 버티다가 힘들다 하여 달려간 응급실인데 일단 응급실이 아니라 기다리는 '응접실'이다. 그냥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 사무장인 듯한 분들이 바쁘게는 움직이는데 응급환자와 또 응급환자의 1.8명쯤 되는 보호자와 가족으로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실'이다. 그러니 의사와 간호사는 바쁜데 환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의사를 만나는 것 같을 것이다.

더구나 아픈 증상을 말하면 혈액검사, 소변검사, 또 피검사, 복부내시경으로 검사를 한다. X-RAY는 첫 번째 검사항목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판독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소요시간은 담당 닥터만 안다고 한다.

 

요즘 '골든타임'이라는 종합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교통사고 여고생이 종합병원 과장들의 소관따지기, 수술 우선순위 정하기에 휘둘리다가 수백km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가는 바이다.

피검사는 이상 없으니 복부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상판독은 응급실뿐 아니라 다른 여러 과에서 보내진 화상을 보느라 담당의사는 아주 바쁘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에는 뼈가 부러져 X-RAY찍은 후 서너 시간 지나서 물기가 줄줄 흐르는 필름을 들고 와서는 수건으로 쓱 문지른 후 형광 불대3개가 켜져 있는 아크릴판에 철커덕 끼워 넣고는 어떻게 부러졌나 한번 보고는 석고보드로 고정시키면 전부였기는 하다.

하지만 요즘은 영상으로 촬영된 파일이 광 파일을 타고 오가는 시대다. 사람이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판독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들의 진료과정은 일반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니 그쯤으로 마무리 한다. 이번에는 응급실 사람들의 모습이다. 16명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8개의 이동식 침대가 연신 오간다. 거동이 불편한 응급환자는 침대를 통으로 데려가고 다시 그 침대타고 돌아온다.

응급실 안쪽은 '관찰실'이라는 명패가 달려있다. 시간을 가지고 살펴야 하는 환자인가보다. 커텐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중간쯤부터 보면 노환의 할아버지를 다른 노인과 할머니가 모시고 왔다.

 

다음은 50대 아저씨인데 또래의 아저씨들이 함께 와서 웃기도 하고 수시로 음료수 먹으러 나가는 것 같다. 나갈 때마다 지갑을 들고 돈을 주려하지만 두 보호자격 아저씨들은 손사래를 친다. 그 옆은 고혈압 환자인듯 한데 눈 속에 증상이 왔단다.

밤새운 남편이 잘 위로하고 있었는데 큰언니와 둘째 언니가 문병이라고 오자마자 "안 죽어!!! 안 죽어!!!"를 연발하는 바람에 환자가 울고 남편도 울었다. 나중에 온 며느리도 울었다. 문병을 오신 것인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러 오신 것 같다.

 

다음 환자는 40대 초반 총각으로 보이는데 거동이 불편한데다가 고열로 고생을 한다.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겨드랑에 매달고 누워 있다가 이내 무슨 검사를 받고 왔는데 6시간동안 머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한 시간 묶어두어도 고통일 것인데 6시간을 숨만 쉬고 있으라는 것이다.

그 다음 청년은 2시간가량 헛소리만 하다가 병실로 올라갔다. 링거액 줄을 흔들고 컥컥 거리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주변을 불편하게 했다. 보호자는 늘 상 보아온 모습이어서인지 별 제재를 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옆은 할머니가 집에서 넘어졌다. 어깨뼈를 다쳤나보다. 딸이 소변검사를 위해 소변을 받는다. 응급실에서는 딸이 더더욱 소중해 보인다.

우리 줄 첫 번째는 아이인데 자전거 타다 넘어진 것 같은데 어제저녁 기억이 없단다. 도도한 스타일의 엄마가 따지듯이 물어본다. 어제 저녁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말해라. 모른단다. 착하게 생긴 아빠가 왔다. 아빠가 또 묻는다. 어제 어디 다녀온 것을 기억하느냐? 모른단다.

 

부모의 표정에는 일시적으로 이러하다 내일은 다시 기억을 찾고 본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한다. 아이의 표정으로 보니 많이 불안해 보인다.

바로 옆 오른쪽 환자는 보호자가 없단다. 하지만 입원해야 하니 보호자를 데려오란다. 친구 2명이 왔다. 세상 사는데 친구도 소중하다. 왼쪽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적다는 말에 혼자 울었다. 의사와의 대화를 들어보니 얼마 전 '당신은 백혈구 수치가 모자란다'는 말을 들었고 이제 백혈병 환자가 되는구나 하면서 울었단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응급환자들이 오갔다. 밤 8시에 모든 검사결과 이상이 없으며 감기몸살로 판단한다면서 처방전을 주었다. 그리고 챙겨간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는 바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