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남편과 부인에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직장 상사나 동료는 1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늘 비교되고 평가할 수 있는 파트너 이지만 부부는 평생을 함께하기에 비교될 수 없는 독점적 지위이다. 또한 공무원에게 청렴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업무가 거의 독점적이기 때문이다.

 

호적, 주민등록, 인감 등 신분을 확인하는 서류는 물론 보건복지관련 자료도 동사무소나 구청 등 관공서에 가야한다. 만약에 이런 서류를 은행이나 백화점, 호텔에서 발급한다면 국민들은 행정기관에 가지 않고 친절을 넘어 고객을 감동시키는 백화점, 7성급 호텔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말하면 결국 아내에 대한 불만이 될 것이다. 아내는 유리하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유리한 것은 친구남편의 예를 들고 불리한 것은 먼 나라 딴 나라 사람의 사례를 잘도 끌어댄다. 집근처에 삼성 박사들이 많이 사는데 그들은 회사에 가서 아침을 먹는단다.

 

건너편 아파트 7동의 아내들은(우리 부부는 6동에 산다) 왜 ‘삼성맨의 아침식사’를 오늘아침 메뉴에 올리는 것일까? 너도 아침에 넥타이 매고 회사 가서 밥먹어라. 그러면 나는 늦잠자고 설거지도 안하고 11시쯤 친구만나 아점(아침+점심)먹고 수다 떨다가 3-4시에 집에 와 푹 쉬겠다는 말이냐?

 

가장 기가 빠지는 이야기는 남의 집 남편, 또는 친구의 신랑이 돈 잘 번다는 말이다. 도대체 돈을 잘 버는 기준이 뭐냐? 얼마를 벌어야 잘 버는 거냐? 멀마면 되겠니? 소지섭에게 물어 보던가 애정남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가?

 

밖에는 비가 내린다. 비는 고르게 내린다. 오뉴월 소나기가 소잔등을 가른다는 말처럼 가끔은 맑은 하늘 보며 터널을 들어갔는데 터널을 나설 때는 비가 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요즘 터널은 9km가 기본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는 고르게 내린다. 사람이 사는 것도 늘 같은 상황일 것인데 받아들이는 이들이 서로 다르게, 매일 차이 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 오후에는 비가 그쳐야 벼가 잘 자랄 것인데 바라는 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아내는 아침 준비에 바빠서 남편이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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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