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사자와 호랑이는 빠른 다리와 날카로운 송곳니로 살아갑니다. 시원한 오후에 5분짜리 사냥을 해서 영양 한 마리를 잡은 6마리 사자가족은 만찬을 즐긴 후 잠을 자고 다음날 오전에도 게으른 눈으로 주변을 굽어보며 그냥 존재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호랑이도 일순간 달려가 먹이 감을 낚아채면 2~3일은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늪지대 악어도 지나가는 누(소와 비슷한 동물) 뒷다리 잡아채 물속으로 끌어가 익사시킨 후 아내 악어와 빨래 짜듯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통비틀기를 하여 먹이를 나누면 보름정도는 물만 먹으며 소화시킬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한방에 먹이를 먹고 되새김질 하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는 20년 내내 휘발유만 넣어주면 씽씽 달리고 그러다가 조금 미안하면 엔진오일 갈아주고 미션오일 보충하면 그만입니다. 가끔 공기압 살펴보고 플러그 전선줄 갈아주면 그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참으로 필요한 소품이 많습니다. 큰 물건으로는 미사일, 여객기, 덤프트럭, 아파트, 100층 빌딩이 필요합니다. 百貨店(백화점)은 이제 千(천)화점 萬(만)화점이 되었습니다. 백화점에서는 주로 마른 물건을 준비하였다면 마트는 식재료 등 물기가 있는 제품으로 손님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플라스틱과 작은 철로 만든 제품은 '다이소'에 다 있습니다.

집안에 들어가 보면 치약, 칫솔, 치간치솔 치실을 비롯하여 면봉, 손톱깍기, 볼펜, 눈썹그리기 등 다양한 소품들이 줄서 있습니다. 아내의 화장대는 작은 다이소입니다.

마트 진열대보다 더 다양한 화장을 위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100개는 넘을 그 소품의 사용 순서는 한 번도 틀린 일이 없다고 하니 화장하시는 분들의 기억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이 시대의 달인들인 것입니다.

 

절을 하면서 오른발을 겹치고 다시 왼발을 아래로 하는 것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화장대를 가득 채운 저 많은 크고 작은 병들을 일일이 순서를 지켜 15가지 이상을 찍어 바른다고 하니 여성들을 존경하는 바입니다.

인간이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만 정말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품의 가지 수도 50,000개가 더 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유롭지 못한 복잡한 삶은 인간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 냈다는 생각입니다.

### 저 강물과 바다에 사는 그 수를 알 수 없는 물고기들이 깊은 곳, 얕은 곳, 또는 심연에서 부화하고 성장해 살아가면서 동족끼리 추돌사고나 접촉 사고를 내지 않습니다.

모든 지느러미가 공군 이글 시범단 비행기보다 더 가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천적의 공격을 받으면 일시에 피신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기네끼리 충돌 추돌 접촉하는 일이 없습니다.

 

물고기 떼가 고래의 공격을 받아 피신할 때는 마치 가창 오리 떼가 하늘 위아래를 날듯이 피신하지만 그 와중에도 교통사고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고래에게 통째로 수 백마리 물고기가 그룹으로 사라지는 먹이사슬이야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인 화면일 뿐 자기네끼리 충돌하지는 않습니다.

인간들도 살아가면서 인간끼리 충돌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의견이 달라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다보면 경미한 충돌이나 야구장 심판을 향한 우리 측 감독의 배치기 정도 항의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우리 인간들도 각자의 공간을 적적히 활용하면서 지구상 생명체의 선두주자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충돌이라는 것은 자동차라는 기계의 등장과 속도라는 경쟁의 구도 속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그 정도가 심하여 이제는 교통사고 사망사고 줄이기 운동을 벌인다고 합니다. 무엇이 중한디? 요즘 자주 나오는 조크성 주장입니다.

생명보다 중요한 일정은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일반도로에서 시속 130km로 달려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고속도로 최근 개통되었으면 최고속도 110km, 과거의 고속도로는 대부분 시속 100km를 지켜 달라 사정을 합니다. 고속도로 굽은 구간에서는 시속 80km로 가야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인간들은 자신의 욕망과 무리한 기계 작동으로 이른바 고속, 과속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대형 사고를 만납니다. 다른 차량들을 비집고 달려가서 이룩하는 성과도 있겠으나 일순간의 운전실수로 자신은 물론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이웃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조금 과거로 거슬러 가보면, 본래 지구는 지렁이의 터전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지구토양을 만든 일등공신은 지렁이과의 생명체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지렁이가 만든 옥토의 일부분에 인간이 살게 되면서 보도 브럭, 시멘트길, 아스팔트길, 돌 박은 길을 늘렸습니다. 인간들의 욕심이 커지면서 지렁이의 영역은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지렁이들이 자신들의 토양으로 알고 인간의 길을 횡단하다가 죽음에 이르곤 합니다. 가도 가도 시멘트길이고 그 위에 쌓인 마른 모래 위를 구르다 보면 잠시 후에 병정개미떼가 나타나 논산훈련소 봉체조 하듯이 지렁이를 끌고 갑니다. 마치 곶감 이전의 반 건시로 숙성된 지렁이 몸통은 개미들의 식량창고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풀이든 곤충이든 지렁이조차도 먹이사슬을 이어가는 참으로 착하고 속 좋은 생명체들 중의 하나입니다. 서로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면서 지구라는 행성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어주는 분자식의 C, H, O입니다. 물은 H2O이고 Co2는 이산화탄소라 합니다. 서로 충돌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생명체의 충돌에 대한 반대의 견해도 있습니다. 바닷속 물고기들은 조금 깊은 곳,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깊이에서는 충돌사고가 일어나고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충돌하면 중경상에 불구하고 심연으로 가라 앉게 되고 그 속에서 먹이사슬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지상의 동물의 왕국에서도 사자나 호랑이, 코끼리조차도 노쇄하면 중간 맹수류의 먹이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 먹이사슬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자정작용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지상이든 수상이든 수중이든 모든 생명체가 순환하는 과정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먹이사슬이 촘촘하게 잘 짜여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동물의 왕국에 늙은 동물이 없고 병들거나 연약한 개체가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 20대 젊은이로 일기장에 하루 일을 정리하는데 시작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가나다 어느 글자를 우선 쓰고 나서 그것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만들어 주어로 삼거나 형용사로 쓰거나 했었습니다. 물론 글씨를 쓰는 것이 지금의 키보드를 치는 것보다 빠르지 않겠지만 슬슬 문장을 이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편리한 키보드를 가지고도 문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생각의 호수가 메말랐고 생활에 대한 기억력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잉크도 필요 없고 책받침도 쓰지 않은 채 수직으로 세워진 노트와 같은 화상의 가상의 벽면에 글을 쓰고 이후 글자를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며 일시에 여러 장을 복사해서 다른 곳에 이동할 수 있고 SNS에 이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1988년에 시작된 키보드 쓰기는 이제 천지인으로 간소화되어 작은 스마트폰에서 엄지로도 손 빠르게 가능해졌습니다. 엄지로 쓴 글을 다시 한글 키보드가 요리하는 무대로 이동시켜서 재활용이 가능하고 다시 어느 곳에든 여행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1958년생의 2016년 = 58세) 글이 도망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를 시작하였지만 영 마음만큼 글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한 9매 정도의 원고지를 메우기 위해서는 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고민이 쌓여야 하는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젊음이 힘을 낼 때는 술 마시고 쓴 글이 다음날 아침 숙취를 풀어줄 정도로 상큼하게 공감이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술 마시고 집에 와 글을 쓴 이후에 급격히 뇌세포가 감소하여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함께 줄었기에 전날의 글에 대하여 사자가 물속 제 모습에 놀라듯, 산골 아내 거울 속 여자보고 남편에게 여자를 집에 들였다며 시샘하듯 하였다는 촌평을 늘어놓기도 했었습니다.

최근 들어 언제부터 자신이 최근에 써둔 글에 대하여 감동은커녕 불만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제정신이 들어왔다고 해야 하는지 정말로 글 쓰는 수준이 떨어진 것인지는 자평할 수 없지만, 요즘에는 글쓰기가 참 버겁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 많아졌음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혹시 이런 증상은 기성작가에게도 나타나는 것이어서 14년만의 단편소설 출간이니 10년간의 절필 속에서 새벽을 달려 쓴 단편모음집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나오는 책들을 관심있게 보고 싶어 지는가 봅니다.

깊은 겨울 추위를 견뎌내야 이른 봄에 청보리가 힘차게 자라나듯 적정한 고통과 고민은 창작을 위해서는 필요한 삼계탕의 황기와 인삼, 그리고 대추 같은 존재라 할 만 하겠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