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이 있습니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아침에 일어나면서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은 전방을 지켜준 국군아저씨께 감사, 다음으로 범죄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경찰관에게 감사, 화재와 여러가지 위난으로부터 지켜준 소방관에게 감사, 가스를 보내준 가스공사, 전기를 보내준 한국전력, 인터넷 통신을 보내준 회사, 케이블방송 사장님과 임직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파트에 물을 보내주신 시청 상수도사업소장, 밤새워 아파트를 지켜낸 경비아저씨, 신문배달 아줌마, 우유와 요구르트를 신선하게 문 앞에 놓아주신 분등 참으로 감사할 분들이 많습니다.

가족에게도 감사합니다. 잘 자고 일찍 일어난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도 새벽에 일어나 부엌살림을 정리하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 세상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말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리고 모든 것을 낮추는 그런 삶을 살고자 합니다. 내려놓을 것이 더 없을 때까지 내려놓고 가는 자세를 유지하겠습니다.

 

아마도 내려놓을수록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니 더더욱 안정적인 인생이라는 빌딩을 잘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거운 짐을 머리와 어깨위에 두면 몸이 무겁고 허리에 부담이 클 것입니다만 무거운 것을 아래로 내리고 밖으로 보내면 그 무게는 가벼워지고 척추와 다리는 그만큼 편안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온하게 이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일들에 대해 긍정의 마인드로 받아들이면 참 좋은 일이 많을 것입니다. 어깨위의 권위를 버리고 마음을 열고 주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나의 가치가 더 높이 올라가고 주변의 공감을 얻게 되어 그 감동이 축적되면 존경의 거수경례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루를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 그 일처럼 평안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힘과 에너지의 충돌과 화학적 작용을 거쳐서 유지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내가 내려놓고 마음을 숙이면 모든 이들이 그만큼의 위치에서 함께 바라본다는 사실이 짧게 살아온 인생사를 돌아본 소감이기도 합니다.

 

### 4인실 입원실에서 1번 자리 환자가 쿨쿨 잘 자고 있었습니다. 정각 3시가 되자 보호자는 자고 있는 환자를 황급히 깨웠습니다. 그리고 알약을 입에 넣어주고 물 컵을 들이대어 마시게 합니다.

환자는 다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잡니다. 옆 병상 2번 보호자가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어머니! 그 것은 무슨 약이기에 자고 있는 환자를 깨워서까지 먹이시나요?”

“이약을 시간 맞춰 먹이라 했어요”

“무슨 약인데요? 수면제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우리 생활 속에는 잠자는 환자 깨워 일으켜 먹이는 수면제 같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백화점 세일에 가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는 듯 하고요, 아파트 주말시장을 놓치면 절대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주부가 더러 있는 듯합니다. 우리 행정 속에서도 '자는 환자 수면제'의 사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집단민원이 오면 우선 대문부터 잠그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김문수 지사님은 첫 번 도지사 당선자 시절 도청주변 울타리 철조망을 걷자 하셨고 취임 이후에는 정문과 후문의 철문 철거를 지시하셨습니다.

당시에 전면에 나서서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동판을 잘 보전하여 경기도인재개발원 박물관에 보존, 전시되고 있어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요일에 사무실에 나가서 작업자에게 동판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념하여 떼어 달라 했습니다,

이후 도청 정문에는 집단민원 시위가 더러 발생하였고 민원인들은 정문 앞 보이지 않는, 지금은 없어진 철문과 사라진 철조망의 추상적 라인을 지키시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시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경찰은 없지만 선이 있고 경계가 있고 경기도청의 울타리가 있다는 점을 집단민원 지도부들에게 수시로 상기시켜 주신 듯합니다.

 

요즘에 규제개혁이 정치권의 화두입니다만, 포수가 총을 쏘면 물위로 뛰어가 물오리를 물고 오는 사냥개가 신기하여 친구를 불러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냥꾼의 친구는 말했습니다. 자네의 사냥개는 수영을 못하는군.

동작이 민첩하고 빨라서 물속에 들어가 개헤엄을 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물위를 달리는 모습은 확인하지 못하고, 개는 물속에 들어가 개헤엄을 쳐야 한다는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보니 수영을 못하는 사냥개라는 酷評(혹평)을 하고 만 것입니다.

 

소방차가 왕왕거리며 시내를 질주하고 용감한 소방관들이 화마 속으로 뛰어 들어가 국민을 구출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소방서의 존재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날로그적 인식이고요, 1년 내내 평온한 가운데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소방관들이 예방활동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교통사고 환자가 발생하면 민간 앰브런스보다 소방 구급차가 먼저 달려오는 소방서가 일 잘하는 것이지요. 放火(방화)는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防火(방화)의 시대를 지나 防護(방호)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범인을 체포하는 형사보다는 범죄를 예방하는 경찰이 필요합니다.

일반 행정도 만찬가지 일 것입니다. 토지관련 집단민원 현장에서 용감하게 행정의 입장을 설명하는 용감한 공무원도 필요하겠지만 중요 사업에 대해 사업 초기에 미리미리 잘 설명하고 이해시켜서 주민들의 집단민원 발생여지를 사전에 줄이는 것이 효율적인 행정일 것입니다.

지난주 보건소에서는 모기유충 발생지역에 대한 대대적 소독작업을 한다 했습니다.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는 것보다 유충이 발행하는 웅덩이, 하수구를 정리하고 방역하는 일이 더 쉽고 효율적이고 저비용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모든 행정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명하고 이해시켜 드려야 합니다. 더구나 시장님실로 다수인이 오시는 민원 중 해결방향이 확실한 경우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사전에 소통하지 못한 결과로 집단민원이 발생합니다.

집단민원, 다수인 민원의 해결책은 소통입니다. 대화입니다. 민원인 대표들은 사업계획 초기에 설명이 부족하였음을 지적합니다. 시간이 해결책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과 설명이 지름길입니다. 물론 무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화를 해야 합니다. 잠자는 환자를 깨워서 수면제를 먹이는 심정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식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근접하는 해답이라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 우선 1970년대 조크하나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요즘 같은 한여름에 목욕탕 사장님과 종업원이 골목에 앉아서 여름에 휴가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업원 이 말했습니다. 사장님, 다들 휴가를 가서 그런지 우리 목욕탕에는 손님이 별로 없네요. 사장님 답변하십니다. 그래, 사람들에게는 다 때가 있느니라.

나이 어린 종업원은 마음속으로 사람들이 때가 있으니 며칠 지나면 목욕탕에 와서 뜨거운 물에 불려서 때를 밀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목욕탕 사장님 말씀은 목욕탕은 겨울철에 잘 되고 여름에는 조금 비수기라는 의미의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한겨울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목욕탕에 자주 오는데 비해 한여름에는 집에서 샤워하고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냉방기를 틀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장님과 종업원은 각각 다른 생각으로 그 무더운 여름날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때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흔히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고 한 달의 시작은 첫날이며 한해는 1월에 큰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금연을 선언하는 날이 1월1일이고 1월2일에 喫煙(끽연)을 재개하게 됩니다. 인생도 젊은 시절의 꿈을 바탕으로 어른으로서 미래의 지도를 그리게 됩니다.

따라서 젊은 시절의 인생준비에 따라 다양한 직업으로 살게 되고 그 인생이 매일매일 선택과 결정에 따라 하나의 포도송이처럼, 또는 진주처럼, 소의 목에서 생성되는 고통의 산물 우황처럼 나름의 일가를 형성해 갑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한 청춘시절에는 끝없는 희망이 펼쳐집니다.

듣는 대로 기억되고 읽는 만큼 축적됩니다. 모든 분들에게도 메모지가 필요 없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보름 후의 날에 약속을 잡아도 기억되는 나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금방 들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책을 2줄 읽고 나면 그 앞 3줄 부분이 지워집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컴퓨터 키보드를 잡았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는데 누구에게 전화를 하려 했는지 모르겠고 마우스를 잡았지만 인터넷에서 무슨 내용을 검색하려 했는지 생각니 나지 않습니다.

정말로 짜증나는 일은 아주 유명한 분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화중에 그분의 이름을 넣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름은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그 대화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 중요한 분의 이름은 오후에서야 생각나므로 오전에 대화한 지인에게 카톡이나 문자로 보내줍니다.

이것이 忘却(망각)과 癡呆(치매)의 차이입니다. 망각은 나중에 생각이 나면 그 상황으로 돌아간 듯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치매는 생각이 나지도 않고 생각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치매를 피해야 합니다.

치매를 이기는 방법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고 생각 속에서 고민을 더 많이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뇌는 더더욱 활발해지고 기억을 되살리고 되살린 기억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쓰면 쓸수록 명석해지는 두뇌를 인생을 통 털어 3%정도만 쓴다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책상의 PC도 그 역량에 비해 2%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워딩하고 인터넷 검색하고 글 써서 올리는 정도입니다만 이 거대한 전자기기를 혼자서만 쓰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텅 빈 사무실에서 PC는 잠자고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켜면 역시 커다란 화면의 눈만 멀뚱한 모습입니다.

소와 젖소의 목에 방울을 달아주는 이유가 있고 고양이목에 방울을 달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소들은 게을러서 열심히 풀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목에 방울을 달아주면 풀을 뜯으면서 고개를 위로 쳐드는데 이때 방울소리가 '딸랑딸랑~~'합니다. 젖소와 肉牛(육우)는 이 소리를 듣고 또다시 풀을 뜯어 먹게 되고 반복적으로 배불리 먹은 후에 평온한 시간에 되새김을 하면서 살을 찌우고 우유를 생산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는 어렵습니다. 고양이는 날렵하여 다락장으로 싱크대로 날듯이 다닙니다. 어머니 외출 중에 온기가 남아있는 인덕션에서 졸다가 스위치를 건드려 주방에 큰불을 내기도 합니다.

빠르고 총기있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방울을 달아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므로 지금 우리 고양이가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상대방 목에 방울을 달고 싶어 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목에 방울을 달아매고 싶어 합니다. 아침 출근 인사가 "일찍 오세요"입니다. 모든 가장들이 일찍 집에 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늦게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내가 아침에 일찍 오라고 한 말에 대한 반발도 5%가량 깔려 있습니다. 나머지 늦어지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다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늦게 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결혼 3년이 지나면 남편의 퇴근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직장의 선배들이 결혼 1년 동안은 조기 퇴근이나 술자리 이탈을 인정하지만 3년차가 되면 일반적인 직장인 그룹에 편입시켜 버립니다.

 

더 이상 일찍 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셀러리맨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더구나 선배들은 동지가 필요합니다. 때를 잃은 동지, 신혼을 지나친 동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선배들은 후배 중 결혼 2년 전후의 셀러리맨을 채식 식탁의 샐러드처럼 좋아하게 됩니다. 혹시 자신의 신혼당시 선배들의 만행으로 인해 잃어버린 ‘조기 퇴근 신부 만남의 행복’을 대리만족하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젊은 직원들과 소주한잔 더하고 청춘들의 대화에 끼고 싶어 하는 아재들의 마지막 발악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 50대 후반에 30전후 젊은 후배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어깨너머로 얻어 듣는 이야기들은 신선합니다. 스마트폰을 어렵게 사고 문자를 배워 아내에게 단문 몇 글자 보내는 것이 자랑스러울 즈음에 청춘들은 카카오톡이라는 노랑색 SNS를 만지고 있습니다.

 

은행가서 송금하고 통장 정리하는 것이 불편하여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여 공인인증서와 난수표 카드를 쓰고 있는데 얼마 전 카카오뱅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기고자 함은 아니고 따라가기라도 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카카오 뱅크에 가입했지만 여기에 저축해둘 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10만원 넣었다가 5만원 되돌렸다가 2만원 보냈다 해보는 것입니다. 카카오뱅크는 통장도 없고 인감도장을 찍을 일도 없습니다. 그냥 모바일에서 시작하고 모바일로 마치고 잔액, 입출금 내역도 손가락 터치로 확인 가능합니다.

이제 때 이야기를 마칠 때 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은 수월했습니다. 휴가철이기 때문입니다. 차량이 10%이상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음식 먹고 체했을 때 막힌 血流(혈류)를 한곳 탁하고 뚫어주면 전체 흐름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도 60을 향해가는 나이에 한 두번 탁하고 충격을 주면 서서히 막히던 흐름을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 바로 자신을 돌아보고 한번쯤은 ‘타닥’하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줄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오니 때에 대한 생각이 새록새록 새로워집니다. 바로 이때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는 생각을 합니다.

목욕탕 사장님 말씀대로 사람에게는 다들 때가 있는 것이니 오늘 아침이 바로 자신을 돌아보고 더 큰 발전을 위해 혁신하고 노력할 때임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