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행정 연수 수강소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적극행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구체적 실천을 이끄는 전령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지방자치인력개발원으로 달려왔습니다. 2007년과 2012년에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이란 이름으로 수원시 파장동에서 장기연수를 받은 바이어서 전북도 완주군으로 이사 온 개발원에 오는 것은 추억여행이 되었습니다.

 

 

달려오면서 함께 공부했던 전국 시도의 공무원들을 떠올려 보았고 특히 매번 10월의 마지막 밤을 맥주한잔 하면서 음악과 연주가 있는 저녁을 보낸 추억 또한 새롭게 각색하여 소환해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개발원 인근에서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을 들고 강의실에 도착하니 전국 시도에서 오신 원로 공무원, 즉 퇴직 공무원들이 강의실을 채우고 있습니다.

 

젊은 현직 공무원도 다수 보입니다. 뒤편 적당한 자리에 노트북을 설치하고 약식 입교식에서 행정안전부 담당 과장님의 적극행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민간에 나가서 적극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시는 박사님의 명강의를 들었습니다. 첫 번 2시간 강의를 들으면서 적극행정의 기본골격을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90분정도 두분의 실무강의가 이어졌습니다.

 

강의 교안을 보니 그동안 충분한 준비를 하고 많은 연구과정을 거쳐서 PPT를 만들었고 나름의 강의 시나리오도 준비한 듯 보이는데 실전에서는 마음이 급하니 강의하는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마무리에서 급작스럽게 종료되는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전국의 사례를 적정하게 배치하고 나름의 연구한 각종 자료를 제시하고 조금은 어려운 행정용어를 적절히 구사하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4,000원쯤으로 맛있는 불고기 백반으로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의 숙소에 들었습니다. 1인실 원룸인데 경기도청 북부청에 근무할 때 배정받은 원룸보다 조금 커서 혼자 쓰기에 적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대, 모니터, 전화기, 선풍기, 에어콘, 샤워실이 완비되었습니다. 목민관 4층 17호실입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쉬면서 오늘 들은 3과목 강의 기록을 수정하였습니다. 첫 시간을 장문으로 수정할 곳이 많았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이미 앞 시간에 들은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적은 내용은 길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 정리해서 저장해 두었습니다. 2일차에 강의실에 가서 와이파이를 잡으면 가페에 올리고 카톡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집을 떠나면 인터넷 연결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강의중에 나온 이야기 중 일정한 공간에 시청에서 정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밖에 나가 건물에 들어가거나 들판에 서있어도 늘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20년전쯤 어느 대학에 업무 차 갔을 때 공원 안에 ‘와이파이 잡히는 곳’이라는 푯말을 본 기억이 이제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처럼 소중한 와이파이를 무료로 준다니 일부러 쓰레기를 만들어서, 어머니에게 쓰레기 버릴 것을 찾아달래서 그 현장으로 달려오는 청소년들이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심야버스 노선을 정할 때 젊은이들의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많이 잡는 곳을 지도로 만들어 노선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큰 도시 상파울루는 서울시보다 큰 곳으로 버스노선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 버스노선에 대한 의견을 이벤트 형식으로 받아 빅데이터로 만든 후에 전체 설계를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다수의 생각이나 움직임을 빅데이터로 융합하는 IT시대 그 현장에서 행정을 추진하는 공무원이라면 이 같은 변화라는 시대적 추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심도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곳 지방자치인력개발원의 와이파이는 강의실 주변에서 잘 잡히고 이곳 숙소에서는 ID, PW가 있어야 하는데 원로 공무원들이 수강하러 온 과정이다보니 숙소는 IT적으로 작명했지만 방안은 아나로그 입니다.

 

숙소를 숙소로 이름 짓지 못한 이유는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개발원 주변에 식당, 원룸, 기타 상업시설이 따라들어 왔는데 연수시설 중 숙소를 장기교육생들에게 제공하면 자신들의 영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민원을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그래서 장기교육 입교자는 주변의 원룸을 이용하거나 아예 맛집이 유명한 인근의 전주시에 숙소를 잡고 버스나 승용차로 출퇴근 연수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세상은 공무원만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파장동 연수원의 후반기에는 지역의 원룸이나 아파트 임대업 사장님들이 완주군으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정책이 완주에는 원룸 영업을 키우고 파장동에는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둘째날 아침 일찍 기상하여 주변을 정리하고 잠시 밖으로 외출하였습니다. 뉴질랜드 정도의 해외여행을 왔다는 기분으로 이것저것 정리한 짐을 들고 차 트렁크에 싣고 다시 돌아와 강의실 갈 짐만을 챙겼습니다.

 

밖은 초겨울 11월1일입니다. 5시40분경에 밖으로 나갔습니다. 6시 전인데 지하 헬스장에는 젊은 공무원들이 반바지 운동복을 입고 걷기, 뛰기, 들기, 당기기 운동에 열중합니다. 어제 강의듣고 밤늦게 공부하고 새벽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국가지원기라는 전 장관님의 글귀를 떠올려 봅니다. ‘賢才(현재)는 국가의 힘’이라는 좋은 말씀을 큰 돌에 새겼습니다.

 

밖은 드넓은 휴식처입니다. 어렵게 자리한 차를 흰줄이 처진 공식 주차장으로 이동시키고 연수원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운동장으로 향하니 6시 전에 젊은이들 14명이 걷기운동을 합니다. 땅거미가 가시기 전이니 그냥 사람의 모습으로 숫자만 헤아릴 수 있습니다.

 

2바퀴를 도니 인원이 늘고 3바퀴째에는 동녘에 태양의 흰자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5바퀴째에는 23명이 돌고 있습니다. 간만에 약간의 조깅을 하였습니다. 모두 걷고 있는데 콤비양복 입은 사람이 살살 뛰는 것이 좀 거시기했지만 이렇게 짧게 조깅으로 달리기를 한 것은 오랜만입니다.

 

골프연습장에 불이 켜지고 나이트 테니스경기는 6시 이전부터 진행중입니다. 파장동 연수원시절에도 아늑하고 넓다 했지만 광교산 자락이라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이곳 완주군은 드넓은 평야지대이니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건물을 짓고 그 앞에 파장동에서 가져온 역대 내무부장관의 기념식수를 이식하고 유사한 소나무를 구해서 보식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덕이 없으니 그냥 벌판입니다. 갯벌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입니다. 플라타너스 등 키큰 나무를 주변에 많이 심어서 산림숲을 조성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수원 운동장 5바퀴를 돌았습니다. 400m이면 2km 거리입니다. 5,279보입니다. 만보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아침 운동량으로는 적정합니다. 걷기운동을 많이 한 이유가 있습니다. 교육생카드는 숙소에 두고 숙소카드만 지녔으니 사무실을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이가 들어갈 때 끼어들어 구내식당을 통해 주차장으로 가서 숙소 4층에 오르려 했지만 지하에서 막혔습니다. 차량통행로를 이용해 밖으로 나와서 다시 현관에서 다른 이의 도움으로 건물에 진입하였고 구내식당 지하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숙소, 목민관에 들어왔습니다.

 

강제로 1,000보 더 걸은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또다시 오게되면 모든 카드를 지니고 밖으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해외여행중 호텔에서 키를 지니지 않은 채 복도에 나갔다가 문이 잠기는 바람에 낭패를 당했다는 스토리텔링은 무궁무진합니다.

 

운동장을 5바퀴 돌고 나니 주변이 밝아져서 건물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러 컷 찍어서 까페에 올리고 잠시 쉬는 시간입니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차에 넣고 9시부터 강의를 들을 것입니다.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먹고 오후 3시경에 끝나면 저녁 7시경 수원에 도착할 것입니다. 보람찬 교육이 되도록 아침운동을 하였고 이제 출강 준비를 하겠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