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참방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76년 10월 8일에 수성고등학교 3학년 문예반 학생으로 경희대학교 전국 고교생 백일장대회에 갔습니다. 그리고 '코'라는 과제를 받고 원고지 10장을 적어내고 4등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2등까지는 무시험 1학기 장학생으로 경희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하는 특전이 있었지만 참방 4등으로 상장과 한자사전을 상품으로 받았습니다. 경기도 안성출신 조병화 선생님을 직접 만나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제출한 글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는데 심사위원들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제목을 듣는 순간 생각한 문장을 적어냈습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창의력보다는 순간의 순수한 생각을 주제로 삼았던 기억이 납니다.

 

코는 후각으로서 처음에는 확실하게 냄새를 맏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마취되어 냄새를 모른다는 점을 압니다. 그래서 시골 재래식 화장실에 가서 처음에는 냄새가 나서 조금 불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각이 마취되어 냄새가 사라진 것처럼 편안해 집니다. 그런데 코의 기능은 이처럼 냄새를 맏으면 되는데 다른 쪽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콧구멍이 뻥 뚫린 것이 유난히 표가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이 화장실에 가서 코를 아래로 자꾸 잡아 당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코가 예뻐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몇번인가 화장실에 앉아서 코를 당겨보았지만 그냥 콧등이 빨개질 뿐 더이상 예쁜 코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고3으로서) 코의 기능은 냄새를 맡아 나쁜 것을 피하거나 가스 누출 등을 막으면 되는 것이지 얼굴에서 코가 아래로 길게 내려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의 모습은 그 민족이 살아가는 자연여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추운 지방에 살면 차가운 공기를 데워서 폐에 보내야 하므로 코가 길게 되었고 더운 지방에서는 공기를 뜨겁게 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빵하고 뚫린 코안으로 공기를 받아 들이면 되는 것이랍니다.

 

지금 보아도 러시아 사람의 코가 크고 유럽도 코가 아주 길에 생겼습니다. 하지만 열대지방인 배트남, 필리핀, 중국의 온대지역 사람들의 코는 빵하고 뚫려있습니다.

 

중국 고사에 기우라는 말은 비가오면 콧구명에 빗물이 들어갈까 걱정하였다는데서 유래되었는데 유럽, 러시아인에게는 비가온다 해서 콧구멍에 빗방울이 들어갈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쓸데없이 과민한 걱정을 기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경희대학교에 제출한 작품을 구하고자 수성고등학교에서 만든 교지를 구하려 해보니 그해에 학교 예산이 부족하여 책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희대학교 고교백일장 원고는 없어지고 남은 것은 상장과 한자 옥편 하나입니다.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