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2월1일에 다시 8급에 승진하였습니다. 보통은 강임이라 해서 승진한 급에서 한급 아래로 내려갔다가 모든 후보자에 우선하여 승진하는 제도가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군청과 도청간의 소통이 부족하여 발생한 사안으로 강임은 아니었고 승진 취소였습니다.

물론 경기도에서는 9급 전입시험으로 선발하였으니 9급 발령이 맞습니다만 합격후 10개월이 경과하였으니 화성군의 8급 승진을 경기도가 인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행스럽게 6개월후에 8급으로 승진하였고 승진기념으로 새마을교육계에서 서무계로 부서가 바뀌었고 잔일이 늘었습니다. 새마을계는 교육진행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었는데 서무계는 모든 일을 하는 곳입니다.

庶務(서무)란, 별로 생색이 나지 않는 잡스러운 일이라 합니다. 문서를 다루는 書務(서무)라는 직무는 없습니다. 한자 변환에도 書務(서무)는 나오지 않습니다.

서무계에서 일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필요한 것이 운전과 타자입니다. 당시 농민교육원(지금의 일자리재단 직업학교)은 지금 농업기술원과 함께 있었는데 국도1호선 병점까지 2km, 수원시내까지는 12km를 차를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3대의 차량에 운전직원은 2명이므로 늘 차량이용에 어려움이 컷습니다. 그래서 운전학원을 다녔고 인천에 가서 1종보통 면허를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수원 팔달문 인근 경기타자학원에 등록했습니다. 퇴근후 학원에 가면 중고 여학생들이 타자연습을 하는데 마치 소나가와 우박이 함께 내리는 소리가 납니다. 손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손가락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손가락이 빨라서 안보이고 저는 느려서 안보입니다. 독수리 타자법이라 해서 두 손가락만 열심히 움직입니다.

타자 자격증이 없습니다. 2벌 시험장에 전자 타자기를 가져가서 실격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두손의 9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안보고 글자를 찍어냅니다.

2003년 공보실에 근무하면서는 도지사님 월례조회 말씀은 사무실에서 워딩하여 종료후 즉시 출입기자들에게 e-mail로 보냈습니다.

운전과 타자로 장착한 후에 몇가지 획기적인 일을 해냈습니다. 우선은 사감실 확장공사입니다. 교육생들이 일주일간 합숙을 하므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사감근무를 하는데 그 방이 좁고 습기가 차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당시 제가 많이 크게 존경하였던 유재연 계장님께 허락 결재를 받아서 공사를 했습니다. 사감실 옆 창고를 정리하고 벽채를 헐어 바닥에 깔고 짚차로 모레를 실어오고 시멘트를 사다가 바닥공사를 했습니다.

수원시내에 나가서 벽지를 사다가 도배를 하고 장판을 구매하여 바닥을 완성하였고 2층 철제침대 2개와 이불을 준비하여 4명이 쓸 사감실을 완성하였습니다.

어느 날 김학록 원장님께서 간부회의시 '최근까지 면서기하다 온 이 서기 만큼도 못하는 당신들은 월급받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선배님이 회의내용을 전하면서 '이서기, 살살해. 우리가 힘들어!'하면서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에 힘입어 크고 작은 일을 신나게 처리해 나가자 이번에는 보일러 담당 직원이 공문을 들고 왔습니다. 당시에 받은 공문에는 각 기관의 옥상에 설치한 급수탱크 청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시 몇 사람을 동원하여 노랑색 급수탱크 청소에 나섯습니다. 선배 공무원들도 동참했습니다. 2m가 넘는 물탱크 안에 남아있는 물을 빼내고 통안으로 들어가 황토흙을 양동이에 담아 올려보냈습니다.

밖에서 흙을 받아 가마니에 담아 처리했습니다. 맑은 물이 담겨있었던 노랑통 벽과 바닥에는 검은 실모래가 갯벌흙처럼 붙어있습니다.

이후에도 물기가 차는 곳에는 자갈을 깔고 시멘트로 보강하였습니다. 구내식당 아주머니들이 금요일 점심시간에 파업을 하면 고무장갑을 끼고 닭곰탕을 만들어 교육생에게 배식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구내식당 아주머니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소통하였습니다. 영양사가 아파서 결근하면 구내식당 메뉴를 짜서 급식을 도왔습니다.

영양사 메뉴보다 맛있게 국수를 먹었다며 칭찬을 들었는데 월요일에 출근한 영양사 말이 참기름 등 고급 재료를 2배나 썻다고 했습니다.

연말에 정년퇴직하시는 유 계장님 댁에 가서 비품과 소모품대장을 정리하고 도장을 받았습니다. 전임자들이 비품을 소모품처럼 관리하고 소모품도 수불이 되지 않아서 수개월 동안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1982년은 어쩌면 공무원으로서 기본을 갖추는 단련의 기간이었습니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낸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인격을 갈고 닦음 = 출전 : 시경)

자화자찬이 과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정말 물불 못 가리는 앞으로만 내달리는 어린 청년이었습니다. 운전을 배우고 타자학원을 다니고 공사를 직접 시행했습니다. 그래서 7살 선배들이 같은 모임에 끼워주었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흐르고 흐트져서 모이지 못합니다만 농민교육원 선배들과의 모임 멤버를 소개합니다. 장운순 면장님, 이해운 국장님, 이순찬 구청장님, 최진석 국장님, 김진묵 국장님이 그립습니다.

이해운, 최직석, 이순찬 세분은 안산과 수원을 오가면서 스크린 골프에 정진하십니다. 안산 경기테크노파크에 근무할 때 한번 골프 현장을 방문해서 와인한병과 저녁식사를 대접한 바가 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