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의 시작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91년4월24일에 공무원 6급에 승진하여 인재개발원 교학과 운영계에 근무했습니다. 운영계는 9급에서 6급까지 지방공무원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부서로서 사무관 계장과 6급 3명, 7급 1명이 근무했습니다.

교육운영을 하면서 예산실무와 홍보실무에 대한 신규공무원 강의도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는 교육에 실무분야는 6급과 5급 공무원이 담당했습니다.

 

 

인재개발원에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강의는 정시에 시작하여 조금 일찍 마치는 것이 좋겠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강의, 명강의도 휴식시간을 침범하면 그만큼 감점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절대로 휴식시간을 뺏으면 안되고 더구나 점심시간은 더더욱 소중히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4주간 교육받는 신규공무원 첫날 오전 3~4교시(11:00~13:00)는 평소의 점심시간을 지나서 편성되어 있고 1시에 점심을 먹게됩니다.

그러니 강의를 조금 일찍 끝내야 부지런히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늦으면 식당가서 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공복의 고통을 겪으니 말입니다.

 

오늘 이 강의가 끝이 아니고 앞으로 6간이 남았는데 오늘 교관이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새벽에 출발하느라 아침을 못먹은 젊은이의 점심시간을 10분 빼앗을 권리가 강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교수부장님의 지적을 받더라도 월요일 오전 강의는 10분 일찍 끝내는 것이 강사와 교관의 권한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직에서 6급이라는 자리는 축적과 퇴적의 시기입니다. 경험과 노하우와 업무에 대한 나름의 판단력을 갖는 것은 경험의 축적이고 이를 바탕으로 외연을 넓히고 품격을 키우는 일입니다.

하지만 경력이 높고 급이 있으니 조직속에서 자리를 누리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에 지나온 세월이 그냥 퇴적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가는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8개월간의 인재개발원 근무기간동안에 스스로 해야 할 일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체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치좋고 시설 좋은 인재개발원에서 자연과 벗하며 지낸 시간이 이후 6급으로서 공직에 충실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 이야기>

1991년은 아이들 쌍둥이가 태어난 날입니다. 1991년 4월에 6급에 승진하고 9월9일에 쌍둥이 아들딸을 낳았습니다. 아내의 육아일기는 1990년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내의 일기장은 대략 추산해 보면 28년*365=10,220장입니다. 바인더북에 대략 100매가 들어가므로 현재 94권째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두 아이의 이유식, 약, 변, 병원 등에 대한 기록이었고 유치원 기록, 초중고, 대학, 군대,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가족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살림을 장만한 영수증이 그날짜 일기장에 들어가고 중요 행사를 하면 그 내용과 리플렛을 함께 일기장에 보관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소감문과 여행 여정, 지도, 영수증, 경비내역을 정리하여 보관합니다.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갈 때에도 지난날의 여행기록을 찾아보고 참고합니다. 세상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가족의 역사가 기록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20년전 어느 날에 무슨 일을 하였는가 찾아볼 수 있는 타임머신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기장 100권이 채워지는 날 작은 기념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