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자연공원#온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93년초까지 도시과에서 남한산성 도립공원 지원, 온천관리, 도시계획도로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16년 공직생활 중에 자신의 담당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의 큰 보람을 느낀 기간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부서에서 보람차게 일했습니다만 도시개발계의 업무는 현장이 확연한 일이었습니다. 남한산성 도립공원과 함께 김포약암온천, 화성 월문온천, 포천 신북온천 등은 현장을 볼 수 있는 업무입니다.

 

 

도시계획도로 업무역시 공사현장이 있고 2년정도 진행되면 어느날 깔끔한 도로가 개통되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는 성과 측정이 가능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다니면서 보람을 느끼고 이렇게 행정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서 보람차게 일했습니다.

지금도 포천 신북온천에 가면 당시의 관보에 올라간 지구지정 고시문을 볼 수 있습니다. 남한산성에 가면 올해 예산으로 개선된 시설물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날 고향 선배가 만나자고 합니다. 예산담당관실 주무계 삼석 주사자리에 오라합니다. 경기도청 예산계 실무자라면 1981년 도청 전입 당시에는 생각도 못한 일인데 시간과 세월도 흘렀지만 주변에서 중요부서에 배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피할 일도 아니고 늦으면 놓칠 것 같아서 덥석 승락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1993년4월27일에 예산담당관실 예산 1계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예산계에 근무하면서 만난 분 중에는 민선 평택시장, 김포시장, 인천광역시장, 행정안전부장관을 하신 분도 있고 당시에 7급 동료 5명 자리가 있었고 먼저 온 사람이 이동하고 새로 발령받은 직원을 합하면 7급 12명 정도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날 대부분 서기관에 승진 하였고 현재 근무중인 동료도 많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구효상 선배입니다. 2년 가까이 함께 근무하면서 잠시 쉬는 시간에 들은 바로는 공직 이전에 엄청난 곳에서 열성적으로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공직 선배와 달리 체계적으로 일처리를 했고 주변의 상황을 효율적으로 처리했습니다. 또 다른 선배에게는 의전을 배웠고 다른 선배에게는 기관간 업무조율을 익혔습니다.

경기도청 예산의 일부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되어보니 늘 약한 부서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권력은 쓰라는 것이 아니라 양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도지사님 결재를 받은 예산안인데 예산계에서 깍으면 되는가 항의를 합니다.

 

그대의 도지사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분이니 가용재원을 따지지 않고 참 좋은 사업이니 하자 하시는 것이고 우리가 모시는 도지사는 각 부서의 요구예산을 종합하여 우선순위나 도지사의 도정철학에 맞게 재원을 배분하시는 분이라고 설명, 변명했습니다.

권력을 부리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수반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어느 부서의 예산을 깍았으면 그 이유와 명분을 설명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산을 편성하면 다른 부서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고 의회의 질문에 답해야 하며 시민단체의 요구에 설명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알고보니 예산은 깍는것보도 편성, 수립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깍는것도 권력,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권한입니다만 둘다 해명, 설명, 보충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3석 주사가 경기도청안에 5명쯤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행정계, 기획계, 보건계, 예산계, 소방계등에 삼석 6급 주사가 있습니다. 이들 삼석 주사는 훗날에 돌이켜보면 대부분 3급에 승진했습니다.

당시 주사 중에 비교적 젊은 직원이 3석 주사에 배치되었습니다. 기존 6급 차석보다 나이가 어린 주사를 삼석에 배치한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의 농담으로 삼석주사 모임이라도 하자 했습니다.

 

삼석은 대내적으로는 7급처럼 일하고 대외적으로는 차석으로 근무했습니다. 다시말해 부서에서는 그냥 보통의 직원인 것이고 다른 과에서 차석을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는 자리입니다. 부서 내에서는 발언권이 없습니다. 있어도 주의해야 합니다.

고 김종필 전 총리가 영원한 2인자라 하고 2인자론이라는 책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2인자의 처세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 책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예산계 근무 첫해의 에피소드 하나 입니다. 지방자치가 의회구성을 먼저하고 단체장은 민선이 더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서 관선도지사 이재창 지사님께서 다음연도 예산안을 검토하시는데 자꾸만 각론을 보시고 전체 예산규모에 대한 결재를 미루셨다 합니다.

자료준비만 하면서 묵묵히 기다리던 우리의 선배 차석이 한마디 했습니다. "지사님, 오늘 결재 안하시면 내년도 경기도 예산은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도지시께서 물으시니 그제서야 담당관(과장)님, 계장님이 실제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과거에는 예산안을 편성하여 내무부 재정과 심의를 받으면 예산안이 확정되었는데 올해부터는 지방의회가 구성된 지방자치시대이니 도의회의 심의를 받아 확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상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시한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 제127조(예산의 편성 및 의결)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시ㆍ도는 회계연도 시작 50일 전까지, 시ㆍ군 및 자치구는 회계연도 시작 40일 전까지 지방의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예산안을 시ㆍ도의회에서는 회계연도 시작 15일 전까지, 시ㆍ군 및 자치구의회에서는 회계연도 시작 10일 전까지 의결하여야 한다.

③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

 

아주아주 유명한 지방자치법 127조입니다. 지방재정에 대해서 지방자치법에도 나오고 지방재정법도 있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에 나오는 이 규정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예산안 제출시기와 의결,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가 있어야 증액이 가능합니다만 감액은 의회의 권한입니다.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고 의결권은 의회에 있다는 조항입니다만 세월이 갈수록 두 권한간의 간극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내무부 예산승인권에 익숙한 상황이라서 이재창 도지사님은 예산 각론을 심의하셨고 담당 부서에서는 새로운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제도에 맟춰서 의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차석의 一喝(일갈)로 그날 저녁 도지사님의 결재를 받았고 연이어 도의회 예산심의라는 우리 모두가 처음 가는 길에 행정-의회가 동행하게 된 것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