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밀레니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2000년에 모든 컴퓨터가 1900년과 2000년을 구분하지 못하여 인터넷 대란이 일어난다고 걱정을 했지만 큰 문제없이 2001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86년에 아시안게임, 1988년 88올림픽, 그리고 제70회 전국체전 준비 등 행정은 늘 준비를 합니다. 준비하는 내용도 꽃길, 가로청소, 환경정비 등 실제 체육행사는 아니고 주변적인 업무입니다.

각종 체육행사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출전하는 종목과 경쟁 상대선수, 그리고 경기장이 대부분 들어차있을 것입니다. 경기장 주변에 코스모스가 피었는지, 사루비아가 붉게 피었는가는 큰 관심사항이 아닐 것입니다.

 

경기장이 준비되고 선수와 관객이 타고 오는 버스와 승용차의 통행에 차질이 없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우리는 본경기보다 주변의 환경정비에 돈을 투자하고 공을 들였습니다.

물론 외국의 마라톤 경기 중계를 보면 가끔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환경불량 구간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1등으로 들어온 선수가 2시간 몇분대에 들어왔는지, 인간의 한계가 1시간 59분59초에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중앙의 관리들은 자신의 분야에 무엇인가 조금 연관을 지어서 일항는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공무원 동원이 적습니다만 1980년대 매달 열리는 새마을대청소, 반상회, 퇴비독려 등 여러가지 행정적인 일들은 정치인이나 장관의 기분 맞추는 정도의 행사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새마을대청소의 경우 새벽에 일어나 비질 몇번하고 해장국집에서 군수님, 새마을 회장단, 리장단, 군청직원 몇명이 아침을 먹고 출른합니다. 그 밥값으로 가로청소원 복지향상에 보태면 우리의 도심 도로는 늘 깨끗할 것입니다.

 

군수님이 노랑 민방위복 입고 어깨띠(청소 합시다)를 메고 비질 몇번 한다고 해서 군민들, 군청소재지 읍에 사시는 주민들이 청소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르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자화자찬식 행사가 주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행사에 따라다녔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하였는데 감사원 감사를 받았습니다. 처음하는 일이라서 옆의 선배님 지도를 받아 단계별로 추진한 일인데 감사관이 일주일동안 수시로 불러서 추진과정을 질문하고 서류를 확이했습니다.

감사기간 마지막날에 감사관이 불러서 가보니 돌아갈 준비를 한 상태에서 나의 서류를 테이블위에 덩그라니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관은 일을 열심히 하든가 대충하든가 해야지 이렇게 애매하게 적절히 하였으니 감사에 지적하기도 안하기도 참 애매모호하다 말했습니다.

이제 잘 끝나는구나 하고 얼른 서류를 잡고 당기는데 감사관님은 마지막까지 생각이 남은 듯 얼른 서류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번 감사에서는 성동격서로 몰아가므로 어느 한편은 인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공직에서 잘 지내기 위해서는 첫째 상사를 잘 만나야 합니다. 좋은 동료를 만나야 합니다. 착한 전임자, 좋은 후임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감사는 업무를 진행하고 2~3년 후에 받기때문에 그때의 후임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지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공무원이 감사도 받고 열심히 하다 보면 경고장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일할 때는 열성적이고 정열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적습니다.

 

한 시대에 그 업무를 담당하면서 다른 직원이 했다면 더 큰 성과를 냈을 것이라는 주변의 비판을 받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자리가 자신을 위한 직위가 아니라 누군가도 이 자리에 와서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하고 부담으로 느껴야 합니다.

흔히 5대 요직 계장이 새로 발령나면 '적재적소' 라는 칭송을 합니다만 이시대에 공무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사무관이라면 누가 기획, 예산, 인사, 평가, 복지, 보건, 도시, 농정, 환경, 축산, 지적, 기계 등 수십개 직렬에 가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말한다 했습니다. 예산계장이 되면 무거워 보이고 인사계장이 되면 듬직해 보입니다. 기획계장이 되면 빠리해 보이고 복지계장이 되면 인자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선거후 시청 총무과장하던 사무관이 사업소 사업과장으로 가면 조금 가벼워서 체중이 빠진듯 보일 것입니다. 세상사 모든 상황이 주어진 직위에서 풍기는 마력이 있습니다.

박사가 예비군복을 입으면 필부가 되고 평범한 공무원에게 양복 입혀서 단상에 올려 앉치면 국장, 장관처럼 보이는 법입니다. 절대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어렵게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고 자존심을 듬뿍 머금은 무게감 있는 장미덩굴, 덩굴장미처럼 공직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고 공직에서도 일할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다. 오늘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속에서 한발짝 두발짝 앞으로 나가는 자세를 취하고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광교산 정상 형제봉에 올라가서 수원 성남 안양 안산 의왕 오산 화성의 하늘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업무에 집중하다보니 하늘에 구름이 있고 밤하늘에는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인생이 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배려와 사랑으로 축적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도무지 바쁘다고 직장에만 맹종하지 말고 아내, 자녀, 부모를 생각하고 함께 모이고 만나서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식사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평온하게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뒤늦게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대화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하게 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