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연수에 대하여

세상의 아름다움은 더 많은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후 그 자리에 남아있는 흔적의 일부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기가 예쁜 이유는 모태로 생명수, 영양을 받은 탯줄이 있었음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흔적을 인간 모두가 간직하고 있으므로 인간은 성선설로 선하고 이 세상의 인간사회가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발생하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종교인들이 살신성인, 나를 버리고 중생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흰 연기가 되어 산 언저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해안가에 외롭게 서있는 저 바위가 처음 이 세상에 나왔을때는 수천의 돌기둥이 함께 했었지만 바람과 파도와 세월의 흐름속에 바닥으로 내려와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고 물고기의 비늘이 되어 바다를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바위는 매년 찾아오는 가족들이 고래의 지느러미, 또는 작은 물고기의 비늘이 되어 있음을 알기에 바위아래 따스한 작은 동굴속으로 고기들을 품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 하루를 행복하게 살기 위해 100년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계산하는 詩"라는 제목으로 한수 읊어 보겠습니다.

하루를 행복하기 위해 100년을 버리는 인생, 하루를 즐겁기 위해 10년을 모아가는 세상, 100일중 99일은 버려야 하는 시간, 양보해야 하는 기간, 그래서 40,000번 절하지 못하는 인생, 10년은 3,650일, 100년은 36,500일, 80년은 29,200일, 이미 살아온 60년은 21,900일이네.

10년 3,650일이거나 20년 7,300일을 살고지고 살고지고. 주어진 시간 다 알면서도 영생을 꿈꾸는 중생들에게 오늘 아침 배를 올리네 절을 올리네.

[2007년 장기교육]

2007년에 장기교육을 받았습니다. 5급 사무관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의 분위기로는 가겠다고 손드는 이들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5급 교육을 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 4급은 자리를 돌려야 하는 인사적체 해소책이어서 대부분 누구나 장기교육으로 1년간 직을 내려놓고 학생의 신분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고 전국의 시도 시군구에서 참여하는 교육생으로 파견명령을 받았습니다.

의정부 북부청 원룸을 정리하여 잔짐을 차에 싣고 수원으로 향하던 중 남양주시 어느 주유소에 들러 나왔을 즈음에 주머니속 담배가 1개피 남아있었습니다.

그날 그 담배 한모금의 추억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그날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금연하고 월요일에 지방행정연수원(수원시 파장동)에 등록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구내식당을 나서는데 전국에서 올라온 5급, 4급, 3급 교육생들이 저마다의 애환과 걱정과 1년간의 장기교육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연기에 담아 광교산 정상으로 날려보내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담배 금단현상을 실험하는 1관문이고 다시 연수원 본관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두번째 시험의 문입니다. 그리고 연수원 건물 안쪽 화단주변에서 또다른 끽연가들이 행복가득히 구름과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해서 점심을 먹은 후에는 아예 식당위쪽 솔밭길을 따라 올라가서 광교산 언저리를 지나서 수덕관, 청심관, 목민관 주변을 돌고 연수원 본관 정문으로 들어와서 강의실로 갔습니다.

물을 마시고 또 마시고 어금니를 깨물고 양치질을 하면서 일주일을 버티고나니 서서히 침샘이 나오고 입안의 냄새가 부드러워지면서 목이 개운 개운해집니다. 금단현상도 있지만 금연효과도 함께 나타나는 것입니다.

한달, 두달, 100일이 지나니 정말로 금연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납니다. 금연의 적은 술과 커피이기에 술을 마실 때에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말자고 지인들에게 당부하였고 커피를 마신 후에는 맑은 물로 입가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나만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니 하나는 운동을 늘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업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운동은 등산을 시작한 것이고 수업에 집중한다는 것은 강사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쓰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인터넷 개인까페에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시간 강의내용은 물론 현장방문도 적었습니다.

우리분임 7명이 어느 시도의 명산, 명소를 다녀오면 사진과 함께 그 소감을 적었습니다. 해외여행도 기록하였고 다리를 다쳐서 수업에 못가는 1달간 현장실습은 한배수 국장이 대필해 주었습니다.

나름 노력을 가한 결과 수료 10일전에 자료를 정리하여 이틀전에 자료집이 인쇄본으로 나와서 140명 수료생들에게 한권씩 배부했습니다.

이 자료집은 당시 우리과정을 담당하였던 행정자치부 노조위원장 출신께서 우리 연수원 우리과정을 담당하였던바 교육 마무리 즈음에 자료를 정리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하면서 연수원 예산으로 자료집 발간을 하겠다고 하면서 원장님 추천의 말씀을 직접 써서 앞부분에 넣어주셨습니다.

역시 이만한 적극성이 있는 분이기에 강원도청에서 내무부로 전입 오셔서 지금 중앙에서 큰 일을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1년간의 장기교육을 받으면서 한 가지 더 크게 느끼고 확인한 점이 있으니 경기도는 말 그대로 임금의 땅이고 다른 시도는 관찰사가 왕명으로 받아 관리하는 백성의 현장이라는 생각입니다.

살펴 보건데 경기도내 어느지역에 역사적인 인물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율곡 이이는 강원도 오죽헌에서 태어나 한양으로 와서 벼슬하고 임진왜란 10년전에 파주로 낙향하시고 화석정을 지어서 선조의 신의주 피난을 화석정을 태워서 도왔다고 합니다.

육곡선생은 낙향후 후학을 양성하면서 어린 학동들에서 수업료 대신아 참기름, 들기름, 아주까리 기름을 가져오도록 한 후에 화석정 기둥과 바닥에 칠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선조왕 피난행열이 칠흙같이 어두운 임진강을 안전하게 건너도록 화석정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해설사로부터 들었습니다.

다음 경기도 인물로 남양주 조안의 다산이 있습니다. 차석으로 과거에 합격한 후 장원의 불법행위가 발견되어 합격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장원합격자가 된 후 18년 벼슬, 18년 유배, 18년 여생의 기간동안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00권을 편찬하셨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땅에서 유명하신 조선시대 인물이 더 있을 것입니다만 제가 다 알지 못함이 송구합니다.

그런데 경기도를 벗어나면 조선의 인물, 독립투사, 문인 등이 산고을 넘을때마다 나타나십니다. 충청도로 가면 독립운동 불교대표 한용운 서생, 추사 김정희 선생을 만날 수 있고 유관순 열사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방 나들이를 하다보면 길가의 고동색 안내판에 역사를 지키고 빛낸 분들의 흔적을 보게 됩니다.

연수기간동안 광역시도단위를 돌고 돌았는데 역사의 인물이 타시도에 많이 계심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타시도는 공무원 사회에 의리와 안스러움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공무원이 교육을 가면 그날저녁에 삼겹살을 먹고 500cc 맥주한잔 더하면 끝인데 다른 시도(지방이라 표현하면 싫어하심)의 공무원들은 교육내내 1년동안 늘 안스러움의 선배 동료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양쪽 수원 파장동 연수원에 가셔서 얼마나 고생을 하시는가입니다. 자기를 대신해서 한양(수원파장동 연수원)에 교육받으러 가서 고생을 많이 한다는 애처로움이 스며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솔직히 경기도청 어느 과에 근무하다가 1년 장기교육을 가면 일하기 싫어서 교육간다는 주변의 눈초리가 느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육을 받고 와서 더 큰 그림으로 도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일하기 싫어서 도피성으로 교육을 자원했을 것이라는 나름의 추측의 눈총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교육을 가면 근평이나 경력관리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현실이었습니다.

해서 교육중 해외여행, 여러번 기회가 주어지는 가까운 국내 2박3일 현장방문으로 근평삭감을 대체하자는 자구책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장기교육 두번에 국내 섬중 못간 곳은 남해안 무인도 뿐이라는 자부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독도, 울릉도, 거제도, 남해, 홍도, 안면도, 대부도, 강화도, 백령도까지 동해에서 남해, 서해를 뺑돌아 섬여행을 다녔습니다. 교육비로 다녀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금연하게 해준 교육,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준 연수, 다양한 지식을 안겨준 참 좋은 기회를 얻었음을 늘 자랑하고 있습니다.

근평이나 연봉산정에 다소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1년간 장기교육을 긍정의 마음으로 즐겁게 받아들이고 신나게 능동적으로 따라다니면 바닷가에서 조개와 굴을 줍듯이, 들판에서 주워 모은 벼이삭이 만석이 되듯이 얻고자 하는 이에게 이득이 오는 연수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잡으시기를 강권하는 바입니다. 35년 장기근속의 세월속에서 1년을 빼내어 연수원 생활을 하는 것도 삶의 활력소이고 중간에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됩니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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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