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노인학대예방조례

이강석 전남양주시 부시장

2008년과 2009년 상반기까지 1년6개월동안 의회사무처 공보담당관실에서 일했습니다. 정말로 부서장이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노인학대 예방조례, 헌혈조례 이벤트,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특히 노인학대예방조례를 홍보하기 위해 ‘별이 다섯 개’컨셉으로 나서서 커다른 의사봉을 만들어 본회의장에서 이벤트를 펼쳤습니다.

 

 

의회사무처에 근무하면서 공직+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중차대한 상황을 만나게 되었고 부족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하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상황악화를 막고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 적은 글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스 매칭 독도 방문]

2008년 8월에 경기도의회 부의장, 당대표, 상임위원장, 재선이상 의원 40여명을 모시고 공무원 8명이 묵호항을 거쳐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였습니다.

일본의 중등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한 것을 규탄하는 '독도수호 결의대회'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2016년에도 일본 교과서 70%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도일정 방문에 있어서 이른바 '미스매칭'이 발생하였습니다.

 

 

도의회 의원단은 묵호항 1박, 울릉도 1박의 2박3일 일정을 잡았는데 여행사간 미스매칭으로 울릉도 2박으로 판단하여 금요일이 아닌 토요일 배표를 확보하였고 일행은 금요일에 다시 돌아오는 일정으로 알고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도의회를 출발한 버스 2대에 도의원과 공무원이 탑승하였는데 1호차와 2호차에 공무원 4명씩 분승하기로 하였으나 1호차에 의원님이 다수 승차한 관계로 공무원은 저 혼자만 남게 되었고 수행 공무원 7명은 2호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천~여주를 지나 한참을 달리자 생수를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고 물병과 휴지 등 이런저런 소품을 나르는 저에게 부의장님께서 "직원들도 함께 나르지"하시는데 "공무원 7명이 의원님께 자리 내드리고 2호차에 탑승하였습니다"라고 답했다.

 

계획상으로는 4명씩 분승예정이었으나 의원님들께서 1호차를 선호하시므로 혼자 남게 된 것입니다. 어찌저찌하여 묵호항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이른 아침에 울릉도행 대형 여객선에 승선하여 뱃고동을 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울릉도에 도착하여 우선 기념사진을 촬영하였고 이어서 독도로 향하는 배안에서 사진을 전송하였습니다. 이어서 순조롭게 독도에 도착하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기념사진 촬영 후 다시 독도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금요일 아침에는 울릉도 몇 곳을 여행하고 오후 4시경 짐을 챙겨 울릉도 도동항에서 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출발이 임박한데 배표를 가지러 간 직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로 출발이 임박하였기에 급한 마음으로 여행사 사무실에 뛰어 갔습니다.

아하!!! 여행사 직원과 우리 공무원 2명이 난감하게 마주보고 앉아 있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바 우리 일행의 배표는 내일, 즉 토요일 4시30분으로 되어 있답니다.

 

일단은 도의원 일행이 기다리시는 현장으로 왔습니다. 의원님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실수를 하여 배표가 내일로 확보되어 있답니다. 오늘 배표가 없답니다. 일단 오늘 묶으신 숙소로 다시 돌아셔야 합니다. 저희들의 잘못은 의회에 돌아가서 설명 드리고 벌을 받겠습니다.

이번 행사는 옆사무실에서 진행하였고 울릉도 방문기간에 휴가를 가고자 하는 동료와 이미 휴가를 다녀온 저에게 대신 안내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므로 “저의 책임은 없다”고 변명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지 않은 것은 평생을 통해 참 잘한 일중 하나가 된 듯합니다.

 

상황이야 긴박해도 일단 저녁은 드셔야 하므로 인근의 매운탕집으로 모셔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전원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어묵, 김밥 등을 준비하여 아침식사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오전 9시경 울릉군수님, 부군수님이 오셔서 위로해 주십니다. 관광이 중요 산업인 울릉군의 군수님은 여행사의 실수도 울릉군청의 잘못인양 사과를 하십니다.

 

그리고 배를 내주시고 버스를 보내주시고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그래서 오전과 오후에 죽도, 코끼리바위 등 몇 곳을 더 둘러본 후 다시 배를 타기위해 항구로 왔습니다.

그런데 표를 가지러 간 직원이 또다시 '咸興差使(함흥차사)'입니다. 또다시 몸이 달아서 한걸음에 여행사 사무실에 갔습니다. 여행사 직원이 우리 일행의 표를 손에 쥐고 공무원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어제 추가로 묶은 숙소비용과 아침 식사비용을 내야 표를 주겠다고 합니다. 여행사간 미스매칭이 원인임에도 실무 직원은 숙박비와 식비를 결재해야 표를 주겠답니다. 정말로 대치가 길어져서 배가 떠나고 50명이 승선하지 못하면 정말 대형사건이 날판입니다.

저와 차석이 은행으로 뛰었습니다. 카드를 긁어 돈 400만원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돈을 내밀었으나 표를 주지 않습니다. 아래 식당에서 별도로 식사한 분이 10여명 계신데 그 식비 186,000원이 방금 청구되었다는 것입니다.

 

여행사 실무 직원은 정치적인 감각은 없어 보입니다. 자신이 할일만 하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으므로 뒷주머니에 개인돈 20만원을 꺼내 1만원을 빼고 190,000원을 건넸습니다.

이 직원은 책상서랍에서 천원, 천원을 줍듯이 모두 4,000원을 꺼내어 표에 얹어서 느릿르릿 건네 줍니다. 표를 받아 차석에게 넘기고 거스름돈 4,000원을 그 직원 책상위에 팁으로 주었습니다. 평생 처음 누구에겐가 물건을 툭하고 던진 것이 처음으로 기억하는데 그 물건이 바로 거스름돈 4,000원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도 작은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이 일순간 머리를 스치기는 하였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50여명 일행을 생각하며 또 다시 한숨에 내달아 뛰어왔습니다.

의원님!!!!! 승선!!!~~~!!

의원님들 표정이 환해지십니다. 배는 떠난다고 붕붕 거리는데 표는 오지 않고 다수 의원님들이 큰 걱정을 하신 듯합니다. 그리하여 배는 도동항을 박차고 동해바다위에 둥그러니 몸을 실었습니다. 4시간이 지나 묵호항에 도착하여 땅을 밟으니 미 대륙을 발견한 컬럼브스라도 된 듯 기분이 상쾌합니다.

 

그 와중에 작전이라고 저녁은 이미 9시가 지났지만 묵호항 식당 말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드시도록 하자 했습니다. 묵호항에서 식사를 하시면 소주를 드실 수 있고 그러면 말씀과 대화가 길어지고 이번 여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리운전도 걱정이고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소주를, 술을 팔지 않는 다는 사실을 손학규 도지사님 모시고 가던 동해시 수해복구 지원당시에 확인하고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번 '미스'가 났습니다. 고속도로 진입 후 첫 번째 휴게소에 들어갔으니 손님도 별로 없고 영업이 부실한 곳이어서 음식메뉴대로 주문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의원님들은 좀 시간이 걸리는 메뉴(라멘)를 선택하셨고 공무원들은 아주 간단한 라면밥(라면)을 주문하였습니다. 그런데 휴게소 주방장이 쉬운 메뉴를 먼저 조리하여 내놓으므로 의원님 식사는 10분 이상을 기다려서야 나왔던 것입니다. 공무원 앞으로 나온 일반적인 라면밥은 퉁퉁 불었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12시30분이 지난 밤중에 의회에 도착하였습니다. 박신흥 사무처장님을 비롯한 간부들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임위 소속 의원님들을 모시고 이리저리 안내합니다.

처장님께 한 번 더 상황을 보고드렸습니다. "일정을 재대로 챙기지 못한 점을 현장에서 사과 드렸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참 잘했다, 수고했다 격려해 주십니다.

 

지금도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했던 여행사 직원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여행사 직원이 지금쯤은 CEO가 되어서 경영의 깊이를 이해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직은 물론 평생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자 합니다.

변명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작은 용기이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자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