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울#인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발령을 기다리는데 아마도 평택시에 소재한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의 본부장으로 갈듯 합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경기와 충남이 교대로 1급 공무원을 보임하다가 몇년전에 충남도 쪽 사업이 종료되면서 경기도 중심으로 구성되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파견 근무하시는 간부가 복귀하면서 후임으로 내정되었다는 복도통신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발령 10여분 전에 다시 수도권교통본부로 변경되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그리하여 발령장을 받고 내일 출근을 준비하는데 사무실이 서울 남대문 인근에 소재한 고층 건물 중간층에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서둘러 전철을 타고 명동에 내려 우체국 앞으로 돌고 돌아 남산 기슭에 자리한 사무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수도권교통본부는 60명 정도 근무하는데 모두가 경기, 서울, 인천에서 파견나온 공무원들입니다. 발령장에 파견근무 명령하는 내용만 들어있어서 본부장으로 발령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가보니 행정실장은 인천에서, 기술실장은 서울에서 파견나온 공무원이 이미 차지하고 있습니다. 빈방 하나가 교통본부장이 근무하는 곳이므로 들어가 짐을 풀고 업무파악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수도권교통청 설치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검토중입니다만, 2013년 당시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광역교통청 설치 논의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수도권 교통정책을 경기, 서울, 인천이 협의해서 추진하라는 것은 그냥 이합집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서울시는 새로운 교통노선을 반대합니다. 경기와 인천의 광역버스는 한강 이남에 종점을 두고 도심 진입은 지하철, 전철을 이용하라는 입장입니다.

 

인천시는 서울로 빨강버스, 즉 광역버스를 넣어야 하고 경기도는 사방팔방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노선이 수백개가 넘을 것입니다. 7700번 사당~수원역 버스는 3분마다 한대씩 양쪽에서 지나갑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인근에서도 강남과 잠실(7001, 3007), 서울역으로 가는 빨강 광역버스(8800) 3노선이 운행중입니다.

 

그래서 이곳 수도권교통본부가 수도권 교통정책을 지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구조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청 교통과장의 권한은 하늘처럼 높습니다. 국장은 만나기도 어려운 분입니다. 그리서 교통본부장이 할일은 파견나온 3시군 공무원들이 상호 화합, 소통, 단결하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함께 근무한 경기도 파견 공무원에게는 많이 미안합니다. 회의시간에도 서울과 인천 공무원에게 눈길을 주었고 경기도 공무원에게 칼국수를 대접하고, 서울과 인천 공무원과 식당에 가면 탕수육을 주문했습니다.

 

그것이 수도권교통본부 파견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무대매너가 되었습니다. 서울파견 직원이 업무상 고충을 이야기하므로 그 해결책을 제시, 제안하였습니다. 많이 공감하고 복귀하는 날 취중에 고맙다 인사를 했습니다.

공직에서는 상사를 잘만나야하고 좋은 동료와 함께해야 하고 후임자를 책임감 있는 자를 만나야 합니다. 전임자는 조금 일에 열심하지 않은 이를 만나야 새로운 임지에서 1~3개월 안에 빛을 발휘합니다.

 

전임자가 일잘하면 열심히 일해도 보이는것이 적습니다만 부족한 전임자의 미진한 업무를 1개월안에 정리해 버리면 상사들이 기뻐하십니다.

 

후임자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업무에 대한 감사는 3년후에 받게 됩니다. 서류로 감사를 받게 되는데 후임자가 본인이 처리한 일 아니라고 대충 대응하면 감사에 지적을 받습니다. 후임자가 책임성을 가지고 감사에 대응해 주어야 수감상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직근 후임자, 그 다음 후임자까지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조상님들이 챙겨주실 蔭德(음덕 = 조상의 덕)입니다.

 

혹시 스스로 판단해도 좀 미진한 업무가 감사에 잘 지나갔다면 조상님께 한번 더 절하고 어적, 육적, 봉적 등 3적을 준비하여 제사를 잘 모시기 바랍니다. 3적을 사는데 들어간 10만원보다 더 큰 비용이 감사결과 지적될 뻔했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골프공이 나무에 맞고 안쪽으로 떨어져 주는 것도 조상님 음덕이라 합니다. 제사를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골프공이 나뭇가지를 맞고 건너편 홀로 데굴데굴 굴러간단 말입니다.

 

수도권교통본부 근무중에 한번 더 승진하였습니다. 지방공무원의 꿈의 무대인 3급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발령공문이 왔을뿐 발령장은 없다고 합니다.

 

행정상 낭비요인을 줄인다며 발령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무원 승진 발령장 한장을 생략하면 캔트지 1장, 프린터 토너 5g, 인주 0.009g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승진 발령장을 받지 못한 공무원의 섭섭함으로 인한 행정스트레스 비용은 누가 대체하시겠습니까.

 

해서 인사과에 승진 발령장을 주문을 하였더니 우편으로 보냈다 하는데 오지 않습니다. 어느날 직장 동료가 회의차 경기도청에 간다 하므로 부탁을 하였고 다음날 승진 발령장을 받아왔습니다.

 

승진이어서 그런지 발령장의 인주도 진하고 인쇄도 선명했습니다. 면직원 들어와서 군청 사무관 과장을 우러러 보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앞으로 30년 일하면 군청 과장에 승진할 수 있을까 상상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동두천시청에서 근무하다가 연수원에 1년간 파견근무를 명 받았고, 이이서 수도권교통본부 파견근무 1년을 마치고나니 소속감이 모호합니다. 그냥 밖에서 근무하는 떠다니는 부평초같은 느낌이 듭니다.

 

존재감도 사라지고 도정에 대한 감각도 무디어집니다. 그렇게 2013년 수도권교통본부에서의 근무를 이어갑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 2121 M버스를 타고 수원~용인~성남~한남대교~남산1호터널~서울시청~숭례문을 지나는 2시간 출퇴근을 1년내내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직업병이랄까 개선하고 싶은 현장이 보였습니다.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분들이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점거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도로 경계석 쪽으로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교통본부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참으로 소중한 경험을 한아름 안고 다음해에 오산시청에 가서 새로운 행정의 현장에 동참하게 됩니다. 1년6개월간 꾸준히 근무하면서 소통하고 혁신하고 양보하면서 일했고 참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나는 행운을 접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