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마곡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어제는 토요일로서 테크노파크 과학축전이 열리는 날이라서 부부가 안산에 갔습니다. 행사장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일행들과 구내식당에서 5,000원짜리 중고생들이 좋아하는 갈비탕에 쏘시지가 곁들여진 점심을 잘 먹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시간이 좀 있으니 시화호 방조제를 가보자 했습니다.

 

넓고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도 일상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세상을 보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시화호 방조제를 절반쯤 달렸을때 불현듯 충남의 어느 장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 네비게이션을 바꾸니 그 노선은 수원 집으로 가는 길에 봉담으로 내려가서 평택을 달려 충남으로 가는 국도 41입니다.

 

전에는 고속도로인 줄 생각하면 서 달렸던 길인데 다시보니 국도입니다. 국도가 고속도로급으로 업데이트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애초에 목표한 현장에 당도하였지만 오늘은 일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생각하다가 내려오던 길에 본 마곡사라는 교통표지판이 생각나서 부부는 일단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마곡사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좀 거리는 있지만 수원을 향해 가는 길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 차에 지도를 한권 두고자 합니다. 무조건 달리고 달려서 좁은 1차선 도로를 20여km달려 마곡사에 도착했습니다. 1,000년 고찰이라는 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부처님의 뜻으로 부부가 마곡사에 가서 1,000배를 올리라는 지시를 내리신 듯 느껴졌습니다. 가을 단풍으로 한껏 멋을 낸 사찰 대웅전에 인사를 드리고 다른 신도들에게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웅전 뒷편 건물에 들어가 108배를 시작하였습니다.

 

첫번째 배는 평소에 하던대로 올렸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배를 올리고 까페이 그 기록을 올려서 108배 소요시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20분, 19분이면 108배를 올린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7번과 8번째에서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결국 1,000배를 올리고자 하는 계획에서 2번이 부족한 9번 배를 올렸습니다. 아침에 기본으로 절한 108배가 있으니 10번을 올린 것입니다.

 

힘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관절이 아파서 계산을 내려오는데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물과 사탕을 준비해서 108배를 올리는 몸의 힘을 보충해야 하겠습니다.

 

자동차 엔진처럼 절하기에도 윤활유와 연료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정신력이 앞서서 중요하겠지만 체력도 필요한 것이 108배 10회, 1,080회 도전입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3,000배를 올리고 성철스님을 뵈러 가야 합니다.

 

열반하신 성철스님은 정치인이나 만나보아야 자신들 이야기만 하는 그런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기를 청해오면 종무실을 통해서 3,000배를 올리는가 정확히 확인한 후에 접견 일정을 잡으로 했습니다.

 

몇분 정치인은 그래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3,000배에 도전했지만 中途(중도)에 포기하였고, 3,000번 절하기에 성공하신 정치인은 이미 그 절하는 시간 동안에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스님께는 접견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철스님은 3,000배를 통해 세상사 이치를 터득하도록 이미 가르침을 주신 것이고 접견을 하고자 했던 이들이 스님의 말씀을 듣거나 접견상황 사진을 가지고 자신의 영달에 활용하려 했던 잘못된 마음가짐을 반성하고 바른 길로 가셔서 큰 성공을 이룬 것으로 기대합니다.

 

864배를 올려보니 1,000배의 산이 높고 3,000배 정상은 단순한 3배가 아니라 3의 3000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108배 9번 절하기를 마치고 마곡사를 내려왔습니다. 10월의 산속 산사 주변에는 어둠이 일찍 옵니다. 7번째인가 절하기를 하는 중에 들었던 종소리가 6시 예불을 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도 조금 더 머물렀으니 어둠을 쌓아가는 땅거미가 한가득 엉켜서 산인지 나무인지 개울가인지 다리인가를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부부가 손을 잡고 길을 걷고 데크를 지나 멀리 보이는 가로등에 하루살이 달려 가듯이 발걸음을 재촉하니 민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화장실은 센서로 켜지니 칠흙같은 어둠속에 갇히기도 합니다.

 

평소에 늘 불켜고 편안하게 살았던 일상이 고마워지기 시작합니다. 그처럼 편안하게도 살아온 나날들에 대해서 더더욱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배가 고픕니다. 내려오는 길 초입의 식당은 토요일 저녁인데 문을 닫았습니다. 저 아래 주차장에는 3시간전 도착했을때 빈자리가 없어서 한 바퀴 돌고 어렵게 교행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식당에는 손님이 없는 것입니다.

 

길 아래 더 가까운 민가의 식당들은 전기료 아끼지 않고 환하게 불을 켜고 불나방 손님을 맞이합니다.

 

휘황찬란한 식당 불에 이끌려 들어가니 더덕구이도 있고 산채나물도 있지만 올갱이 해장국이라는 글자가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옵니다. 수저를 준비하고 손을 닦은 후에 잠시 기다린 제일먼저 감자전 4개, 계란전 4개를 줍니다. 깔끔하고 맛있습니다.

 

식당을 잘 정했구나 하는 기분 좋은 멘트가 맛있는 전의 맛과 함께 입 주변을 돌고 돌아다닙니다. 다시 동치미, 나물, 풋고추장아지, 초석잠, 김치, 살짝 말려 식감을 보탠 도토리묵, 실뿌리인삼나물, 깍뚜기에 올갱이 해장국을 줍니다.

 

남편은 아내가 조금 남긴 밥 마져 말아 먹었습니다. 9번 108배를 올리는 데는 공기밥 1개반이 필요한가 봅니다. 초석잠 나물이 필요하고 동치미와 깍뚜기 등 무우로 만든 음식도 좋은가 봅니다.

 

청정 산에서 채취한 나물에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멋을 낸 산나물도 젓가락 두 번에 사라집니다. 이 식당 참 좋은 식당입니다. 깔끔하고 정제된 친절이 고맙습니다. 젊은 사장과 그 동생으로 장차에 식당으로 성공할 듯 보이는 청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두 번 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에 있는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로 이 식당을 잘 운영해서 더 큰 사업으로 번창시키고 나이 40쯤에는 공주시내에서 큰 식당 CEO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에 돌아오니 차량은 거의 떠나고 듬성듬성 가을날 들판의 볏단처럼 차들이 주인을 기다립니다.

 

다시 1차선 길을 달리고 달려서 공주시를 지나고 거의 텅빈 시골길을 달리고 달려서 천안인근에서 국도를 만나 평택을 거쳐 오산을 지나 수원 영통으로 가기 전에 우회전하여 비상활주로를 거쳐서 오산시청 근무할때 다니던 92번 종점을 지나서 단골마트 킹마트에 차를 세우고 잠시 깜빡 졸았습니다.

 

신랑은 운전하느라 졸지 못하고 신부는 잠시 잠깐 차가 오산을 지날 즈음 눈을 붙인 듯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초콜릿 등 몇 가지를 사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안산으로 출발해 봉담, 수원을 거쳐 천안, 공주를 지나 다시 그 길로 되돌아온 태화산 마곡사 이야기를 마침니다.

 

해탈의 경지는 아니어도 반성하고 번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좀더 세심하여야 한다는 말씀을 부처님이 전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절을 올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밤 10시에 하루를 정리하는 감사하는 마음의 108배를 경건하게 올렸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