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바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08배를 하면서 불교방송을 보니 커다란 바위에 마애불이 새겨지고 그 옆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 이른바 자연친화적인 배치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바위를 옮긴 것은 아닌 듯 보이고 멋진 바위 옆에 절을 지은 듯 보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사도 바위를 옮기지 못하니 그 근처에 건물을 짓듯이 내가 안 되면 스스로 다가서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기준이 아니라 세상의 보편적인 모습이 중심이 된다는 말이고 그래서 중용이 중요하다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할 때 나보다 키가 크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말합니다만 당신의 키가 몇cm인지, 당신의 체중이 몇kg인지, 몇 살인지는 절대 말하지 않으면서 자신과 상대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천정이 낮아서 구부정하게 서 있는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에게 바른 자세를 강조하기 보다는 더 넓은 공간으로 나가서 꼿꼿하게 서서 움직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늘 나의 기준에 주변을 맞추려고 합니다. 물론 내 나이나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최근 김형석교수님의 글을 보면서 몇 가지는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는 공직에 근무하면서 늘 나보다 더 실력있는 사람이 이 자리에서 근무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데 내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좋은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앞세우자는 점에 공감합니다.

 

혹시 후배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나의 고집으로 일을 늦추거나 더 큰 성과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늘 사려깊게 생각하면서 살자는 말 입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서 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아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상실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말합니다.

 

남양주시청에 근무하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 중 '해관'편을 보고 명예퇴직 마음을 정했다면, 이곳 경기테크노파크에서는 김형석 교수님의 저서 '백세까지 살아보니'의 직분에 대한 올바른 판단기준을 읽고 마음 편안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더 실력있고 덕망있는 분이 오셔서 경기테크노파크를 잘 이끌고 도와 협력하고 시와 협력하고 의회를 설득해서 더 많은 예산과 사업을 받아와야 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처럼 60세부터 75세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살펴보고 느껴보고 착실하게 새로운 영역에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 무대를 만들어 가자는 의지를 표명합니다.

 

더불어 가족의 중요성을 이제야 더욱 강하게 느끼면서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찿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바위를 움직이지 못하면 집이 가까이 다가가는 설계가 필요하기도 하고 작은 바위는 집 근처로 이동시키는 혁명적인 생각도 함께해야 한다는 뜻으로 김형석 교수님의 글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