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 아침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대입 수능의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젊은이들의 미래의 방향을 잡아주는 참으로 중요한 전환의 아침입니다. 60세인 저는 18세에는 예비고사라는 것이 있어서 그 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원서를 내고 다시 본고사 시험을 보았습니다. 예비고사 점수의 반영비중이 높은 대학은 예비고사 성적 우수자가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인생은 대학에서 결정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는 특히나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대학을 가고 졸업해서 취업을 준비합니다. 취업준비는 또하나의 수능이고 과거의 예비고사 기간입니다.

 

취업이 쉽지 않고 취업을 해도 본인의 적성에 맞는 것인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과연 이 직장에서 평생을 다해 일할 것이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은 거의 99%가 평생 직장을 바꾸지 않습니다. 이들의 영역에서 최대한 일하고 나름 준비를 하면 정치에 나서기도 하고 사업 수완으로 큰 기업을 이룩하기도 합니다.

 

자격을 얻는 고시나 "士字(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은 평생을 갑니다. 80세에도 의사를 하고 82세에도 회계사 사무실에서 직원을 채용하여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무원으로 39년8개월을 근무하고 공기관에서 24개월을 일했지만 더이상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제서야 공무원 할것 같고 공기관의 특성을 이해해서 어찌 나가야 하는가 알만해 하는 시기에 덜썩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제 의회에서 도의원들과 몇가지 업무내용에 대해 토론을 벌였던바 본부장, 팀장의 도움을 받아 75점 정도로 행감을 수행했다고 자평합니다.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이상은 행정사무 감사에 나설 기회가 없습니다.

 

행정사무 감사장에 가는 길은 두가지. 하나는 의원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사 차장대우 객원기자로 취업하는 것입니다. 둘 다 쉽지 않은 일이고 두 가지 모두 대단한 용기와 자기혁신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간의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을 깡그리 버려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공직 자부심을 버린다고 해도 남은 것이 깡도 아니고 배반은 더구나 아닐 것입니다만 그래도 그 자부심이 조금은 흔들릴 것입니다.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이라는 것은 법인카드에서 발견됩니다. 절대로 법인카드를 사사롭게 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지난번에 국회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집 앞으로 지나가는 7001번 타고 사당 내려서 4호선 타고 다시 9호선 환승해서 여의도 국회역에 하차하여 걸어서 의원회관에 들어갔습니다.

 

공기관의 인권교육을 받고 12:30분에 국회 의원회관 구내매점식당에서 5,000원짜리 카레밥을 먹었습니다. 개인카드로 돈을 냈고 딸 현아에게 줄 초콜릿 21,000원짜리를 구입했습니다.

 

15년 넘게 법인카드를 써왔지만 늘 갈등은 있습니다. 눈 한번 감고 긁으면 내 돈이 안들고 좋은 물건을 집에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카드전표에는 사무실용이라고 적어 내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법인카드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11월13일에도 행정사무감사를 받기 위해 무거운 서류 가방을 들고 버스 타고 도의회로 갔습니다.

 

의회에 가까이 도착할 무렵 약국을 발견했고 들어가서 피로회복제 1박스를 18,000원에 구매했습니다. 이것은 의회 전문위원실 직원에게 전할 목적으로 구매한 것이니 법인카드를 꺼내도 될 일이지만 개인카드로 구매했습니다.

 

어찌보면 개인적으로 행정사무 감사를 받을 때 잘 도와달라는 뜻이 담겨있으니 개인이 사야하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공적인 일이니 사무실의 법인카드로 사도 지출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에 경기도청 간부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부속실 직원이 아메라카노를 내리기 위해서 커피콩을 9,000원에 한봉지 구매했다고 합니다.

 

이를 '커피재료'라고 지출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인데 쉽게 일한다고 그냥 '커피'라고 적어서 행정사무감사 자료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서에 올려 인쇄한 자료를 전체에 배포했던 것입니다.

 

이를 본 언론인들이 아무개 국장은 법인카드로 커피도 마신다는 기사를 적어낸 것입니다. 자신은 그동안 꼭 필요한 경우에만 법인카드를 썻다고 자부하는데 부속실 직원이 키피콩 재료구매한 것이 자신이 법카로 커피를 마신 결과로 언론에 크게 나온 것입니다.

 

일일이 설명도 어렵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중이라면서 당시 언론담당관인 이강석에게 하소연을 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기관장, 원장, 대표이사 등에게는 별도의 여비를 주지 않습니다. 1박2일 행사에 가는 경우 숙박비는 법카로 찍어서 전표를 내면 되고 식사는 법인카드로 수행원이 계산을 합니다. 고속도로 톨비는 차량에 장착된 카드에서 자동으로 나가고 현지교통비는 쓸 일이 없습니다.

 

업무용 차량으로 가고 현지에서 이동하니 여비를 받을 일이 없습니다. 업무용 차량이 없이 출장비를 받아 가는 경우에는 5만원짜리 방으로 받은 여비로 4만원 방을 이용하면 10,000원이 가족 호두과자 구입비로 세이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법인카드로 계산되니 출장을 다녀와도 남는 돈이 없습니다.

 

연초에 미국 라스베가스 CES에 출장을 갔는데 매년 행사기간중 호텔비가 수배 올라서 그 돈 내느라 국외 여행경비에서 세이브가 없고 오히려 개인돈이 더 들었습니다.

 

그래도 미국 LA~Las Vegas~San Diego~LA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면세점이나 현지에서의 기념품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이돈도 개인돈이 들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여기에 왜 열거하는가?

 

대부분의 해외여행에서 경비를 세이브했기에 하는 말입니다. 큰돈은 아니어도 5만원짜리 기념품은 여행경비를 절약해서 구매했으니 하는 말입니다.

 

대학 수능을 이야기하다가 엉뚱하게 여행경비 세이브 이야기까지 왔습니다. 인생은 이러합니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발한 초등학교 어린이가 수만 수십만의 다양한 직업의 바다에 발을 담그고 조각배를 타고 클루즈를 타고 항해를 하다가 난파하기도 하고 무인도에 도착하기도 하고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오늘 수능을 보는 모든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더 높은 이상을 실현하는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새로운 돛을 올리는 아침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앞날을 개척하고 더 크게 넓혀가는 무대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펼치기를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