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테크노파크 이임 인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에 근무하는 이강석입니다. 그동안 부족하고 미력한 저를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해 주시고 격려 해주셔서 부족하지만 어렵게 원장직을 마칠 수 있게 성원해 주신데 대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제 공직 39년 8개월, 경기도 산하 공기관인 경기테크노파크 근무 24개월을 합해 41년7개월의 공직을 마감하는 마음의 준비와 부분적인 짐 정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인생도 훅~ 지나가고 공직도 공기관에서도 참으로 행복하게 일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이 모든 공직의 과정 속에서는 수많은 선배 후배 동료들의 화수분 같은 성원과 도움을 받았고, 이에 보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공무원 공직과 공기관 공직을 모두 마치게 되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어도 조직 안에서 차분히 적응하면서 눈치껏 일해 왔구나 하는 자평을 하게 됩니다.

 

거듭 생각해 보아도 공직은 수많은 선배들의 내리사랑과 동료애, 그리고 上敬下愛(상경하애)의 정신으로 이어온 경기도청과 시군청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용기를 키워주었고, 사랑과 관심의 아름다운 에너지가 큰 힘이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경기도에 대한 애정이 깊고 선배로부터 받은 사랑을 후배에게 전한다는 마음을 늘 간직해 왔습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이곳 경기테크노파크에서 일하면서는 경기도와 도의회의 소통, 안산시와 시의회와의 원활한 관계, 그리고 유관기관간의 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이곳에서 아주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지만 나름 개인적인 속마음으로는 이런저런 일을 했구나 하는 작은 자부심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2년도에 경기, 서울, 인천시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수도권교통본부에 파견근무를 했을 당시에 과거의 미진한 업무를 현재의 담당자가 처리한다 하기에 앞으로 장기 근속 할 직원이 책임을 무겁게 하는 것보다 조만간 퇴직할 제가 그 부담을 함께 분담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시에서 파견 온 이 직원이 송별식 날 저녁에 저를 평생 가슴에 간직하겠다 말해 주어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늘 행정이든 사회생활이든 긍정의 마인드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8년10월22일에 사표를 제출할 때 안산시의 간부께서 외부로부터 전화를 받은 바가 있는가 물으시기에 그런 전화나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확실히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사표 제출은 온전히 저의 판단과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말씀 드립니다. 그래서 경기도청 공직자로서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경기도청에 오랫동안 근무한 공직자로서 연말에 아무런 미련없이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직을 떠나는 것입니다.

 

재단 정관상으로는 임기가 3년이어서 2019년까지 1년이 남았다 하지만 저는 발령받는 순간부터 2년 후 정년이 되면 물러나겠다는 다짐을 하였었고, 그 생각은 이후에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공직자로서 떠나는 모습이 공직 선후배의 눈길에서 불편하지 않고 저 자신도 행복한 뒷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언제라도 경기도청 정문 앞 버드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가는 공직 후배 중 아는 이와 반갑게 악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연세 드신 언론인을 만나도 자신있게 인사드릴 생각입니다.

 

다산선생님의 牧民心書(목민심서)중 제12조 解官(해관) 제6조에 벼슬을 떠나는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관직이 교체되어도 놀라지 마라. 수령직은 반드시 교체됨이 있는 것이니,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관직을 잃어도 연연하지 않으면 백성이 그를 존경할 것이다.

 

이 말씀에 크게 공감한 바 있고 앞으로도 기억하고자 합니다. 저는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경기테크노파크가 경기도내 중소기업과 기업인,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기도청의 자랑스러운 공기관으로서 그 면모를 더더욱 멋지게 내외에 과시하고 그 역할이 증대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도청 경제실 과학기술과와 각 부서, 도청의 협력부서의 적극적인 성원과 指導鞭撻(지도편달)이 긴요합니다.

 

잘 아시는 바대로, 경기테크노파크는 20년전(1998)에 안산시 소재 한양대학교 교수님들이 산학연 지원을 위해 시작하였고 15년 전(2003)에 안산시가 참여했습니다.

 

2003년 안산시의 제안으로 2008년까지 조례제정, RIT동 준공 등을 통해 경기도가 본격 참여하면서 명실공히 광역자치단체의 테크노파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전국의 테크노파크는 어려운 지역의 중소기업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다만, 경기도에는 공기관이 많아서 그 역할과 기능이 각기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 타시도의 경우에는 테크노파크의 비중이 높고 규모도 커서 일부 광역도청의 경우에는 TP원장이 경제부지사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각종 기업관련 행사장에 도를 대신해서 참여하고 축사를 하는 등 하루 2~3건의 일정을 수행한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도는 경제과학진흥원, 신용보증 등 경제관련 큰 공기관이 있어서 중요행사를 소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수원 광교에서 시작된 경기도의 경제정책은 최근에 판교가 더해져서 숨 가쁘게 진행되고, 고양의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경제 관련 경기도의 행사가 자주 열리는 반면 전통산업으로 출발한 이곳 안산에 소재한 경기테크노파크에서는 경기도의 큰 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테크노파크 임직원들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늘 도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내구년수에 임박한 가스 승용차를 몰고 경기도 전역을 내달리다보니 그 누적치가 1년새 지구를 3바퀴 돌았습니다. 안성으로 평택으로 여주로 이천으로 포천으로 동두천으로 연천으로 파주로 남양주로 달리다 보니 같은 부서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볼 기회가 없다는 말도 합니다.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은 늘 최고로 일한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했습니다. 저는 복도에서 우연히 遭遇(조우)하는 기업인들의 이야기 중에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은 참으로 빠르게 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조회와 회의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切磋琢磨(절차탁마)할 것을 권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더 일 잘하는 직원이 일할 기회를 막고 있다는 謙讓之心(겸양지심)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합니다.

공기관에 노조가 많이 있습니다만, 경기테크노파크 노조 조합원들은 늘 재단법인 경기테크노파크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사업비에서 인건비를 받는 시스템이니 열심히 일해야 봉급을 받고 더 밝은 테크노파크의 미래가 있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조 조합원에는 이처럼 착하고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인재들이 가득 합니다.

 

殺身成仁(살신성인), 先公後私(선공후사), 率先垂範(솔선수범), 切磋琢磨(절차탁마). 부족한 제가 아는 좋은 평을 하는 단어를 다 모아도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의 노력을 다 설명하지 못하여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다른 기관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남의 일이 아닌 듯 걱정이 됩니다만 막상 접해보면 우리일이 아닌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업무 성과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그 성과를 가늠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원장으로서 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경기도와 도내 기업인을 위해 애쓰는 직원들의 모습을 체감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늘 사업성과를 계량화해야 하는 행정적인 틀이 있습니다. 채용 시험에서 객관식 5문제 중 1문제 고르기가 가장 확실한 채용 방법이겠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험성적보다 인성이 더 소중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단법인 경기테크노파크 노조원들의 건의를 받고 팀장을 줄이고 팀원을 늘려서 일하는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부분적인 의견 개진이 있었지만 원장을 믿고 따라와 달라고 호소하며 일하는 조직으로 재편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 팀장이 차장이 되어 결재판을 들고 복도를 바쁘게 오가고 회의실에서 물병을 나르고 안내판에 알림 용지를 붙이는 등 모두가 일하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간부들도 수평적인 사고를 생활화하고 모든 직원이 소통하는 부서가 되도록 양보하고 협의하고 대화하면서 일합니다.

 

계량화는 어렵지만 열심히 일하는 분위가 높아졌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재정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략본부장 5개월 공석 중에 팀장, 대리, 본부장, 원장이 열심히 뛰었습니다.

 

기술본부장이 전략본부장을 겸직했습니다. 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받았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큰 성과를 내기위해 東奔西走(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직 42년을 걸고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이 사심없이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채용감사, 사업감사 결과에서도 나오듯이 절차상 경미한 부족함은 있겠지만 그 업무 전체를 잘못한 경우는 감사결과에 지적된 바 없습니다. 또한 확실히 사심없이 일하고 있다는 점을 확언드립니다.

 

저도 조직원들의 성원에 맞춰서 부속실직원을 전략본부의 사업부서에 배치하였습니다. 손님을 접대하고 컵을 설거지하고 사무실을 정돈하며 한 달에 두 번 난에 물을 주어 잘 키우고 있습니다.

 

난이 잘 자라는 것도 테크노파크가 기업인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문자나 카톡으로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힘은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잘못을 한 직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조직을 끌고 가는 힘이라는 의미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100명 규모의 조직에서 信賞必罰(신상필벌)이 지름길이고 王道(왕도)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은 소통하는 조직, 용서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에 여러 번의 토론을 거쳐 더욱 열심히 일하는 전기를 삼자고 했고 이후 모든 직원들이 自省(자성)하고 업무에 盡力(진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확실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부서가 협력하고 양보하고 '기업인 우선'의 정신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거리가 멀어서 다양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밖에서 보면 우리가 坐井觀天(좌정관천)하는 듯 보일 수 있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경기도내 중소기업인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一翼(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일념으로 업무에 매진하겠습니다.

 

100명!!!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의 충심을 받아주시고 더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배전의 指導鞭撻(지도편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정말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경기도의 경제정책을 현장에서 실현하고 경기도의 새로운 경제분야 멋진 사업을 발굴하는 등 더더욱 치열하게 일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경기테크노파크 직원으로서 일한 수 있는 남은 기간을 알지 못합니다만 참으로 소중하고 멋진 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그 전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도의 경제정책의 실현, 테크노파크의 발전, 그리고 우리 100명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퇴직 이후에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생각이 나면 관련 부서에 전하고자 합니다. 경기도에도 개인적으로 좋은 생각을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나아가서 경기도에서 평생을 보낸 공직자로서 경기도와 경기도민에게, 경기도와 시군 공무원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공직을 떠나면서 다시는 경기도청 건물을 되돌아보지 않겠다는 분이 몇 분 있었습니다만 아마도 지금쯤은 가끔 팔달산 자락을 거닐며 흘끔 도청을 바라보실 것입니다. 혹시 광교청사 공사가 잘 되는가 궁금해서 판넬 틈사이로 들여다보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首丘初心(수구초심)!!!!!

 

경기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의 마지막 부서가 된 경기테크노파크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物心兩面(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할 각오를 말씀 드립니다.

 

이 새벽에 눈을 비비며 쓴 不肖(불초)의 부족한 그리고 불필요하게 긴 글을 읽어주신 관계관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경기도청 모든 공직자들의 큰 발전과 榮進榮轉(영진영전)을 기원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