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역사시간에 배운 향약, 두레, 노동요 등은 힘을 합치고 일시에 노동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데 중점이 있다. 공사장에서 무거운 돌을 이동할 때 여러 명이 함께 '하나 둘 셋~!'하면서 힘을 모은다.

 

혼자서는 하루를 고생해도 안 될 일을 3명이 힘을 합치면 일거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 창작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혼자서 작업을 해내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힘을 합치면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그중에 가래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찰기억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적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의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현대적 버전으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바꿔야 할 것이다.

 

호미는 손으로 잡고 밭고랑을 파고 농작물을 심는 개인도구다. 가래는 최소 3인이 호흡을 맞추는 협동의 장비다. 가래의 특징은 2인의 힘과 1인의 조율에 의해 흙을 깊게 파서 멀리 보내는 농업 인력 활용과 협업의 최고경지를 보여주는 조상들이 개발한 농기구다.

 

어린 시절 관심있게 본 가래질 과정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가래의 삽날을 땅에 대는 순간에 1번줄과 2번줄이 어느 정도의 힘으로 조정할 것인가를 알아차린다.

 

좌측줄을 강하게 잡아당기면 퍼 올린 흙이 왼쪽으로 날아가고 우측 줄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날아간다. 이때 상대편 줄을 잡은 이는 반 정도의 힘으로 가래날의 균형을 맞춘다.

 

이는 마치 현대의 토목장비의 최고봉인 불도저가 좌회전할때 오른쪽 무한궤도가 빠르게 돌고 좌측은 잠시 멈추는 것으로 매칭해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대입해 보면 힘의 조절도 필요하고 맨탈적 협업이 중요해 보인다. 회사이든 기관이든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협업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가래질 작업은 오랜 경험과 숙련된 역할 배분으로 줄과 가래장치 나무 손잡이로 흐르는 감각으로 소통하지만 현대인들은 SNS와 눈빛으로 대화한다.

 

간부회의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후배가 팀장이 되고 선배가 팀구성원이 되는 시대다. 가래질 3인은 대충 쉬는 듯 해도 세명이 각각 일하는 것보다 2배의 성과를 낸다. IT시대, 4차산업의 시대를 맞았다. 부장, 팀장, 팀원 모두가 지금 우리가 하는 업무의 내용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하나같이 주인정신을 발휘하는 '가래질 협업'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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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