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미스매칭의 회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어제저녁에 효지도사 교육을 마치고 수료를 앞둔 기성세대 만학도 앞에서 50분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보았습니다. 공무원의 직급을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 5급 을류 공무원이 지금의 9급 공무원입니다. 서기관은 4급공무원입니다.

 

 

그리고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중에 도의회 공보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하시는 도의회 의원님을 수행하였습니다.

 

2008년 도의원님들은 일본의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규탄하는 행사를 열기위해 강원도 묵호항 인근에서 1박 하고 다시 울릉도에 들어간 후 배를 바꿔타고 독도로 향했습니다.

 

동해바다 한가운데에서 저 멀리 수평선에 떠오르는 독도를 만나는 감흥은 실제로 배틀 타고 그 현장에 가셔야 제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너나 할 것없이 자신도 모르게 저 가슴 깊은 곳에서 신음소리를 낼 정도로 장엄한 독도와의 만남입니다. 울릉도가 저만치 보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독도와의 마주침의 공명이 아주 크다는 점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순조롭게 진행된 독도방문을 마치고 울릉도에서 오후배를 타기 위해 짐을 들고 도동항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중 배표 담당이 출항 30분 전에도 돌아오지 않는 함흥차사입니다.

 

부잣집 엄나가듯 여행사로 간 직원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의원님들이 배표를 빨리 배부하라 하십니다. 여행사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여행사 직원과 우리측 공무원이 茫然自失(망연자실)하고 앉아있습니다. 배표가 없답니다. 우리의 표는 내일, 토요일에 배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상세히 설명하면 안양시 여행사와 울릉도 회사간에 미스매칭입니다. 2박3일은 맞는데 우리는 묵호, 울릉도이고 울릉여행사는 울릉 2박입니다. 경기도 의회는 목·금 이틀이고 울릉도는 금·토 2일입니다. 그래서 토요일 배표를 예매한 것입니다. 비상사태입니다. 그리하여 급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연결합니다.

 

파출소에 달려가 물으니 큰 배가 없다고 합니다. 울릉군청에도 행정선이 있으나 그 크기가 해안가를 돌아다니는 정도입니다. 울릉도에서 강원도, 경상도의 해안가로 항해하는 크기의 배는 오직 여객선 뿐입니다. 戰艦(전함)은 가능할 것이지만 국방을 담당하는 배로 민간인이 묵호항까지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사무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휴가를 가니 휴가를 마친 이강석 담당관을 대타로 보내고 휴가를 떠난 아무개 과장도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사무처장님은 밤새워 사무실에 대기하면서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대책이라는 것이 경상북도 기조실장인 교육 동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입니다. 휴가 간 과장님은 울릉군청 부군수가 교육 동기여서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많은분의 성원과 도움 덕분에 다음날 아침, 토요일 오전에 군수님과 부군수님이 숙소에 오셔서 간부 의원님들을 만나 본인들에게는 잘못없는 정무적 사과를 위로성으로 전하시고 점심을 내시고 배를 보내주셨습니다.

행정선을 지원해 주셔서 해안가를 관람했습니다. 평소에 여행사 단골코스에서 빠진 새로운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 사건중에 정말로 잘한 것은 이 모든 미스매칭이 저의 잘못이라고 말씀드렸다는 사실입니다. 의원님 여러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한 벌은 의회에 돌아가서 내리시고 오늘과 내일은 평온한 마음으로 미스매칭을 긍정의 마인드로 즐기시기 바랍니다.

 

이 한마디가 이강석을 살렸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제 잘못이 아니고 저는 그냥 의원님을 모시고 왔다가는 과정만 챙기는 담당이고 여행일정은 총무담당관실에서 한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제 잘못임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버스안 중간에서 어느 의원님께서 이사람아, 담당관 잘못이 아니고 저쪽 과에서 잘못한 것이니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변호해 주십니다.

 

만약에 제게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피하려 했다면 큰 공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오늘도, 지금도 돌이켜보면 그 순간에 제잘못임을 확실하게 고백한 용기가 자랑스럽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