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장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안방에 수납장이 들어옵니다. 어제저녁에 벽 장식장을 교체하기 위해 정리했습니다. 33년 동안 함께 해온 장식장을 내보내고 새로운 서가를 들여옵니다. 목재 장식장을 철거하여 밖으로 내보내고 이를 재홀용으로 가져가는 비용이 5,000원입니다.

 

 

전에 시골에서는 그냥 화목으로 활용하였고 나중에 재를 걷어내면 그 속에서 고승 진신사리 찾아내듯이 못과 나사를 찾아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 재를 밭에 뿌리니 더러는 김을 매다가 대못을 발견하여 다시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경기일보에 쓴 정승의 고철 저축은 아닐지라도 가끔은 시골 길가에서도 쇠붙이를 주우면 집으로 가져와 광속 나무박스에 담아 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쇠붙이가 어느 날에 임자를 만나면 적재적소에 활용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입니다.

 

혹시 사람도 언젠가는 적재적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청와대 개편이니 정부 개각의 소리가 들이니 일부 논공행상에서 소외돈 사람들이 그 기대감을 가지고 귀를 크게 세우고 전화기를 한번 더 들여다 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오늘 수납장이 들어오면 이런저런 소품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될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그리하여 좀더 정리되고 나면 이런저런 작은 물품의 관리와 활용이 전보다 더 능률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최근 정겸시인의 글을 보면서 드넓은 서해바다를 고향으로 둔 분이어서 그 글의 폭이 넓고 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고향마을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척박하고 평범한 시골동네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고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시골일 것이면 깡촌이든가 큰 강이나 높은 산이 있어 깊은 계곡을 돌아다녔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태어난 고향을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만 조금은 더 크고 깊은 공간에서 심도있는 사색의 문학소년이 성장한다는 점도 필연적인 화두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아침에는 작은 정리정돈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조금 더 가볍고 의미있게 하늘위로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곧 다가설 아지랭이를 10살 소년시절에 보았던 그 시각으로 그 논높이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이 아침을 차분히 열어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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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