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닮아가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전에도 시 랍시고 몇편 쓰고 문예지에 송고하여 활자로 인쇄로 나온 바도 있지만 그것이 시인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냥 글 장난이거나 흉내 내기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자님께서 수백편의 시를 읽으시고 시는 '思無邪'라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시는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고 하신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고전이나 현대시이거나를 불문하고 시는 내면의 생각을 일부 골라내어 글로 적은 것입니다.

 

 

누구의 시도 모두가 하나같이 가슴속의 생각을 말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쓰는 시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인들은 외롭거나 괴롭거나 힘든 환경에서 시를 써냅니다.

 

흔히 표현하는 것처럼 누에가 비단실을 뽑아내듯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4잠을 자면서 뽕잎을 먹고 또먹고 고치가 되기 위해 수백만번 채머리를 흔들어 고치를 완성하고 서서히 구름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처음 고치를 짓기 시작한 누에의 모습이 서서히 안개가 끼고 뭉게구름속으로 우주선 사라지듯이 흰 색으로 사라집니다.

 

누에고치는 초콜릿색이어서 뻔데기라는 아이들 영양식으로 1960년대 ‘뻔뻔뻔’ 부부를 탄생시켰고 요즘에도 전통시장이나 등산로 입구에서 연탄화덕위에 위태롭게 올려진 회색 양푼에 담겨져 나무 주걱으로 휙휙 저어주면서 1봉지 2,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뻔데기 부부가 골목을 누비면서 뻔~, 뻔!, 뻐언~!하고 다니다가 집에가서야 디기디기를 반복한다는 말입니다. 정말로 데기, 디기는 묵음이 되어서 뻔만 들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수필이 되는 것이고 그 정경을 짧은 문장으로 함축, 요약하면 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문장의 구성이나 길이가 문학적 장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가슴속의 피와 머리속의 눈물을 짜내어 응축하고 말려서 겹겹으로 적어내면 시이고요, 그것을 나오는 대로 술술 뻔데기 누에게 실을 풀어내면 수필이고 길게 써내면 단편소설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누에고치를 보고 있다면 그것은 시를 감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필이나 컬럼을 쓰는 노력을 하다가 거기에 단단히 응축될 만한 글이 있어서 이를 조청 졸여 단단한 엿을 만들고 그 남은 엿 누릉지에 물을 붓고 끓이다가 쌀밥 튀기를 넣으면 강정이고 깨나 볶은 콩을 넣으면 깨엿이고 콩엿이 되는 것입니다.

 

팟죽에는 쌀밥이 90%인데도 초콜릿 색으로 인해 팟죽인줄 압니다. 그러니 정물화, 추상화의 구분이 대략 나오듯이 시, 수필, 소설의 장르도 피차가 구분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냥 시인을 닮고 싶은 아침입니다. 고귀하게 시를 쓰시는 분들의 작품을 닮아 가도록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과 사유를 하나 둘 적고 모아서 작은 글로 내놓고 이를 시라는 이름으로 자랑하고자 합니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시이고 힘들어도 수필이고 즐겁고 행복해도 좋은 글이 되는 것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