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릇을 만나 함께한 세월이 10년이 넘었을 것인데 오늘 새벽 會者定離(회자정리)의 상황을 맞았다. 식탁에 놓인 밥그릇과 물컵을 동시에 옮기다가 밥그릇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밥그릇 모양의 밥 덩이가 함께 뒹구는데 밥 아래 부분에 깨진 그릇 조각들이 여러조각 붙어있다. 순간이었다. 두 손으로 두 개의 물건을 들고 빨리 이동시키겠다는 생각에 집중한 나머지 손가락 지문의 접착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을 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3초정도 '동작그만'을 한 후에 차분히 비닐봉지를 준비하여 덩어리 큰 것을 우선 정리하고 비로 싹싹 쓸어모았다. 그리고 깨진 사기 밥그릇 조각을 주워담은 후에 물티슈로 문질러 담았다.
다시한번 억새꽃 핀 후의 가느다란 꽃술로 만든 비로 쓸어담았다. 다시 물티슈로 파편이 튀었을 주변 반경을 모두 닦았다. 다시 물걸레로 전체를 청소한 후 물걸레 천을 돌돌 말아 목욕탕 물속에서 세척했다.
억새꽃 비자루도 물에 씻어 말리는 중이고 세척한 욕조 역시 쎈 물로 여러 번 닦아냈다. 미세한 조각 하나도 바닥에 남지 않도록 정리했다. 깨진 밥공기 파편을 담은 비닐봉지는 버리는 쓰레기봉투에 돌돌만채 넣어 묶었다.
아내가 다른 쓰레기를 담다가 날카로운 밥공기 조각에 손을 다칠 수 있기에 95% 채워져 5%정도 더 담을 수 있지만 입구를 묶어서 잠시후 8시반경에 배출하기로 했다. 9시에는 소포 3개를 탁송하고자 한다.
평소에는 밥을 담아 맛있게 먹고 국물을 퍼서 따스하게 먹었던 그릇인데 한번 바닥에 정통으로 떨어지니 아마도 150개의 파편으로 흐트러졌다. 방송국 고속카메라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했다면 다시 역방향으로 돌린 후에 어느 영화처럼 다른 시공으로 이동하면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릇이 깨지는 것은 일순간이고 돌이킬 수 없는 파손의 상황이다. 인생도 삶도 깬진 후에 돌이키지 못한다. 어제의 불찰, 불면한 모습을 반성하라는 부처님의 뜻으로 여긴다.
아마도 누군가가 걱정하고 신경쓰심이 있는데 이른 새벽 혼자의 시간에 밥그릇을 깨치므로서 아침밥을 날리고 그릇을 버리게 되고 이후 처리과정에서 추가적인 노동을 해야하는 상황을 미너어처로 보여주신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을 콘트롤하지 못하고 세상사 내려놓을 것을 불필요하게 잡고 있으면 이런 사건사고가 날 수 있음을 밥그릇 파손이라는 비교적 작은 사건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넌즈시 상기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과정을 운명적으로 만들어 주신 절대자, 신, 아니면 그 누군가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부처님이시거나 지장보살이시거나 그럴 것 같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