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춘래불사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4월초에는 논에서 개구리가 떼창을 했습니다. 개골개골개골~~~ 열심히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나비와 벌이 몰려왔으므로 꽃이 서둘러 피는 듯 했습니다. 꽃이 피어 만개했을때 나비와 벌이 꿀을 먹으면서 수분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암술에 수술의 꽃가루가 뿌려져 열매를 맺는데 그 매개체가 나비와 벌입니다. 바람도 가능하겠지만 대부분 아름답게 피는 꽃은 나비와 벌이 다녀가야 합니다.

바람으로 수분작업을 하는 경우는 벼나 보리 등 그 꽃이 크게 피지 않는 식물의 경우입니다. 벼도 꽃이 피기는 하지만 벌이나 나비가 논에서 날지는 않습니다. 그냥 바람이 불어스 스르르 수분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봄의 상징은 꽃이고 그 사이를 오가는 벌과 나비가 열매를 맺도록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중재자인 것입니다.

 

오늘은 4월1일 월요일입니다. 희망차게 4월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모든 조직의 기획부서와 사업기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큰 역할을 다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행정도 한참 두참 열심히 일하는 시기이고 기업도 생산라인을 바쁘게 돌리는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조금 어렵습니다. 장관후보 2인이 물러났습니다. 한 분은 지명철회, 다른 한 분은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물러나는 장관 자리를 채우려는 것인데 후보자로 올라온 국회의원 출신조차도 야당 의원의 지적을 받습니다만, 민간인 출신의 후보는 재산문제, 해외여행시 부실한 학회명의로 다녀왔다는 점, 자녀에게 황제유학을 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고 노회찬 의원 지역구에 대한 보궐선거가 진행중이니 여야의 경쟁이 더더욱 치열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치와 언론이 더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는 봄인듯 아닌듯하고 황사가 줄고 나면 미세먼지가 날아다니고 미세먼지가 해결된듯 보이면 하늘이 뿌옇고 그리고 봄답지 못하게 춥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이상기온, 이상난동으로서 겨울날에 삼한사온도 아니고 요즘에는 삼일 바람 사일 황사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온 국민 생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20년쯤 후에는 아이들이 1960년대 우리나라 봄날씨의 정경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시를 읽어주는데 참으로 공감이 갑니다. 그러면서 내 시에는 왜 저 만한 아름답고 간명한 표현이 들어가지 못하는가 반성해 봅니다.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어느 시인은 태양이 서편으로 지는 모습을 내일 아침을 준비하러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하루 종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해바다에 사우나하러 태양이 스르륵 내려간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정도 시인들의 표현은 멋집니다. 스스로 반성해 보면 아직도 태양이 뜨고 지는 모습을 시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시적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반성을 합니다. 작은 벌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108배를 한 번 더 올리면서 오늘을 위해 떠오르는 태양을 경배하는 시를 한수 구상하라는 명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 시인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쓰고 발표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그동안 시라는 타이틀로 쓴 것들이 그냥 수필의 문장을 짧게 줄인 수준이니 어디 미안하고 창피한 일이 이정도로 끝나겠습니까.

평생을 수필가, 시인이라 자부하며 살았고 신문에 나름 작은 주장을 펼치는 글을 올리기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글에 대한 반성과 돌아봄이 부족했습니다.

 

글은 쓰는 것으로 시작일 수 있겠으나 쓰여진 글을 버리고 다듬고 다시 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냥 써 두고 다음날 자화자찬으로 패스하는 작가는 실패합니다.

쓴 글을 고치고 가필 첨삭하면서 기름기가 쫙 빠진 삼겹살을 말리고 건조해서 파삭 바스러지는 식감을 창출해 내야 하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숙성해서 가쓰오브시라나(가다랭이, 鰹節 = 견고한 생선) 우동에 뿌리는 대패밥 같은 초콜릿 나비 날개같은 식감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제 길게 쓰는 수필이 좋은 것인 줄 알지만 짧게 합축하는 시 한수에서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점을 생각해 봅니다. 수필은 조금만 길어도 요즘같이 바쁜 시대를 사는 이들이 읽어주지를 않습니다.

스마트폰에 떠오르는 사진과 그림과 글을 영화보듯 손가락으로 슥슥 밀어가는 사람들에게 1940년 단편 소설책을 하루종일 읽는 시대에 맞추라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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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