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의 책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001년 7월22일부터 24일까지 내린 폭우로 용인과 수원지역에서 비피해를 입었다. 언론에서는 난 개발이라는 신조어를 써가며 용인지역 수해피해 원인으로 도시개발을 지적했다.

 

7월26일 12시 연합통신 기사를 보면 '이번 폭우기간중 용인지역 대규모 공동주택단지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일부 쓸려나와 피해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 원인은 사상최대의 집중호우와 농촌지역의 수해방지 투자 부족에 있다'는 경기도의 주장이 실려있다.

 

 

같은 날 연합통신 오후 4시 30분 기사를 보면 용인보전 공동대책위원회는 '완만한 구릉지대와 논이 많던 용인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산림이 깎이고 농지가 사라지면서 저수기능을 완전상실했다.

이번 폭우에는 난개발지역에서 토사까지 흘러내리면서 하수구 등을 막아 시가지 곳곳이 침수됐다.'고 주장했으며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 정책부장은 '지난 1998년 하루동안 3백여㎜의 비가 왔는데도 전혀 피해가 없었던 난개발 지역이 수해를 입은 것은 마구잡이식 개발이 분명한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보도되었다.

 

경기도는 수해관련 분석자료에서 (용인을 비롯한)경기남부지역 수해는 짧은 시간동안의 집중호우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시우량은 이지역 기상관측사상 최고수준이었으며 지난해 경기북부지역의 시우량을 초과하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99년 시우량은 연천 108㎜, 파주 66㎜, 동두천 55㎜이었고 당시 피해지역인 용인이 127㎜, 평택 104㎜, 수원 100㎜라고 발표했다.

 

그후 수해복구가 진행되고 피해지역의 어지러웠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10월13일 신문에 "용인 난개발"공무원 해임 및 파면이라는 기사가 났다.

감사원이 용인시 간부공무원 4명에 대해 파면 및 해임 조치하도록 경기도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난개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진행됐다고 한다.

 

헌법상 기관인 감사원의 조치에 대해 조심스럽게 몇 가지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공무원에게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

교통신호를 위반해도 벌을 받는 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의 잘못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더 큰 우려를 하는 것은 공무원의 사기문제이다.

 

강도 높은 공무원 징계조치가 과거에는 공무원 기강확립 차원에서 행해졌고 먹혀들었지만 구조조정, 연금문제는 물론 공무원의 기초구조가 흔들리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그나마 매달려 있던 풀뿌리마져 끊어버리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댔으나 나그네는 옷을 부여잡고 바람을 피해 엎드렸다는 우화를 되새겨 볼 일이다.

 

둘째,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는 정책기관이기 보다는 집행기관이다. 중앙에서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파면이나 해임의 징계를 받을 잘못을 범했다면 중앙의 정책입안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용인시의 부단체장과 국장, 과장이 도시개발과 관련한 정책상의 잘못으로 공직자로서의 명예와 가족 친지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인생을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면 더 이상 우리사회에 공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지난 5월부터 2개월간의 용인 도시정책에 대한 감사 직후 이 지역에 수해가 발생하였고 언론에서 "난개발"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 유탄이 되어 용인시가 간부공무원 중징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다.

 

국난이라는 IMF환란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집단민원과 순서가 뒤바뀐 도시개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에게 사형이랄 수 있는 중징계를 결정한 감사원의 판단기준은 어디에 눈금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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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