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마도 상가에서 느낀 바를 적은 글이 9번째쯤 되는 듯 해서 제목을 '상가에서 9'라고 적었습니다. 화요일 저녁 8시에 자택에서 영면하시어 산업도로변 병원 영안실에 모셨습니다.

 

 

어제 오후에 문자로 연락을 받고 버스타고 걸어서 도착하여 조문을 하였습니다. 천주교 집안이어서 절을 하지 않는가 봅니다. 상주 두 분이 공무원이어서 경기도청에서 조문객이 많이 옵니다.

 

가서 만난 비봉면에서 지도를 해주신 선배와 우리 집안의 어르신 등 몇명이 한시간을 보내고 자리가 꽉차서 옆자리 도청 과장들 자리에서 도청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복도에서 초등학교 동창 둘을 만났습니다. 수원에서 택시사업과 운수사업을 하는 친구와 국가공무원을 한 후 퇴직해서 안양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택시를 하던 그 동창은 매탄동 연금공단 아파트에 살 때 그 택시를 만났고 집으로 와서 늦은 점심을 함께한 기억이 있습니다. 평생을 운수업에 종사하는데 중학교때나 지금이나 그 몸매와 체중이 같다고 합니다. 건강체질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다른 집안내 동생은 화성지역의 여러 곳 개발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많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는 집안의 어르신들을 보면서 50년 세월이 흐른 각각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젊은 나날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생노병사의 현장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모두 이처럼 긴 세월을 각자의 집과 직장과 상황에서 살아온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스스로 역기를 만들어 운동을 하고 흙으로 벽돌을 찍어 집을 짓는 성실한 아저씨는 이제 나이들어서 걸음이 불편합니다. 세월은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시간은 나무를 크게하고 동물의 왕국을 만들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을 밖으로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거대한 대자연은 그 모습 그대로인 채 흘러가면서 한 해 두 해를 겪어가지만 보이지 않는 그 바닥, 땅속의 정글에서는 처절한 생노병사의 굴레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상가에서 오랜만에 옛날 어르신들을 만나고 어려서 더 어렸던 아이들이 큰 어른이 된 모습을 보면서 지난날 세월을 참으로 많이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참으로 긴 세월을 건너뛰어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도 함께 나이를 먹었고 머리칼 빠져서 뒷머리카락으로 앞머리 위를 덮은 그 모습이 역시나 누구에게나 시간은 고르게 흘러가는구나 생각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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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