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스아바바 - 에티오피아 수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마늘을 사왔습니다. 마늘의 종류가 있답니다. 마늘장아찌용은 부드럽고 껍질이 두꺼운 것이고 양념용 마늘은 알이 단단하고 동그랗고 특히 보라색 껍질이 좋습니다. 그제, 어제 새벽에 일어나 마을을 깠습니다.

오늘은 어제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새벽 2시에 일어났습니다. 꿈에 네비게이션에 ‘황’자를 입력하다가 잠에서 일어났습니다. [ㅎ.ㅡㅣ.ㅇ] 을 위딩하면 한글로 황자가 나옵니다. 이 자판을 좁은 스마트폰에 장착한 것이 [천지인]이라는 글자판입니다.

 

영어나 일본어나 중국어는 천지인이 되지 않습니다. 한글만이 가능한 자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글이 과학적이고 세계적이며 특히 인터넷시대에 걸맞는 자판을 운용할 수 있어서 유리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서로 중요정보를 실시간 주고받을 경우 우리 한글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전달이 가능할 것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종민이 얼결에 맞춘 에티오피아의 수도는 아디스아바바입니다. 어제 아디스아바바에서 아주대학교에 유학온 연구원 '아디스'씨를 만났습니다. 우리 부부는 집 근처 사거리에서 일을 보기위해 사무실에 들렀다가 내려왔습니다. 차 시동을 거는데 아내가 승차하지 않으므로 살펴보니 외국인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3인이 지혜를 모아 대화를 해보니 출입국관리소를 가야 한답니다. 얼마전에 출입국 사무실이 영통 한가운데 있음을 알기에 3km정도 거리의 영통까지 태워주기로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명함을 주고 짧은 영어 몇마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40대 초반의 청년은 에티오피아에서 왔고 지금 아주대학교에서 연구와 함께 강의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청년이 에티오피아에서 왔다고 말하는 순간에 아내가 '아디스아바바'를 외쳤습니다. 가수 김종민이 1박2일에서 외국 수도맞추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는데 특히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맞춰서 본인은 물론 일행, 시청자, 국민들까지 크게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아내는 네이버 검색을 해서 단어를 알려주고 두 남자는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공무원을 퇴직해서 행정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사라는 영어가 있는가 모르겠습니다만, 어드민스트레이션 서비스 맨이라 했습니다.

 

명함을 뭐라고 하나요? 쉽게 네임카드라 하면 될 것을 외국인 앞에서는 영어가 더더욱 짧아집니다. 집에 와서 생각이 났습니다. 정답은 아닌 줄 알지요.

돌고 돌아 집으로 가는 길에 이 청년이 전화를 했습니다. 다 알아듣기에는 영어가 부족하지만 들리는 단어를 종합하니 "일을 마쳤다. 덕분에 잘 마쳤다. 고맙다. 다음에 연락을 하겠다"정도입니다. 그래서 "댓스 굳! 해버 굳데이, 땡큐!!!"라고 말하자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로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점심 모임이 있었는데 이 스토리를 마음껏 자랑을 하면서 우리가 이제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으니 글로벌(글로 벌을 선다 = 반성문)만 하지말고 정말로 국제무대에서도 활약 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말했습니다.

정말로 공무원 열차를 내리니 일반인 쾌속 지하철을 타고 심야에 지하 50m속을 달리는 기분입니다. 이 기차가 어디까지 가는지, 어디에서 정차하는가도 모른채 그냥 하루 이틀 덜덜 달리고 있습니다.

 

지방행정동우회에 가면 원로선배가 가득하므로 다시 도청 서무담당이 되기도 하고 경기도청을 방문하면 후배들이 과장, 국장이 되었고 주사, 사무관은 모르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세월, 역사가 참으로 빠르게 훅~~~~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6.25전쟁에 참전해서 우리를 도와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서 참전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우리를 도와준 에티오피아를 우리가 도울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제 이야기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아저씨에게 딸 현아의 도움을 받아서 영어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Greetings!

My name is LEE Gang-suk who drove you to the immigration office several days ago.

It was such a valuable opportunity to have met you, and this kind of relationion is very important in my culture.

I worked as a civil servant for 42 years, and my positions included the Deputy Mayor position at several cities in Gyeonggi-do Province.

Currently, I work as a licensed adminisrative agent. I handle various administrative tasks including but are not limited to immigration, visa, passport, and other necessary tasks for foreigners.

I am also licensed to perform administrative tasks that have to be handled by goverment offices.

If you ever need any help or know someone in need of help with paper work, feel free to contact me at your convenience.

 

그리고 답장을 받았습니다.

Hello. First, thank you so much for your kidness and cooperation. Yes, I will inform you when I need such type of service. I will also inform you when others need to get this service.

 

마늘까기는 새벽 2시에 시작해서 5시에 마쳤으니 3시간 동안 작업을 했습니다. 마늘 반접 50알을 깠으니 하나에 8쪽으로 치면 400알입니다. 400알을 까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3시간이면 600배정도의 절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절하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마늘까기를 108배로 생각하면서 차분히 천천히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랬기에 힘들지 않았고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습니다. 마늘의 액이 왼손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묻고 피부를 통해 스며들었는지 아리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번 손가락으로 작업을 해서 물집이 잡히는 경우와는 그 느낌이 다릅니다. 아린 느낌은 마늘액이 피부를 통해 스며들었다는 것입니다.

잠시 쉬면서 꿈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래도 절은 해야하므로, 마늘 400알 작업을 마쳤지만 그것은 그 일이고 절하기는 또 다른 도전입니다. 차분히 열심히 절을 하였고 이제 마늘까기와 절하기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일이란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돈내고 골프치는 분들은 신이 나고 임금을 받는 풀뽑기 작업자들은 오늘따라 태양이 뜨겁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