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목요일 저녁에 가려했던 불가마 싸우나를 금요일 밤에 갔습니다. 목요일 저녁에 와인 한잔을 한 바 크게 취해서 운전도 못하고 싸우나 가는 것도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 연기하여 6월14일 금요일 저녁에 지하 4층에 주차하고 5층 싸우나에 가서 11시까지 쉬고 땀내고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편안하게 쉬다가 왔습니다.

 

 

저녁에는 팔목이 아파서 상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팔이 아픈 것은 일을 하기 때문이고 쉬어야 낫는다는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 말씀입니다. 집안 일이라는 것이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 팔 다리가 아프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이 보여도 그대로 버리고 다음날 하는 것으로 미루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새벽예불 방송을 켜고 절을 합니다. 스님 수십명이 동시에 절을 하시는 화면을 보면서 따라서 절을 올립니다. 스님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올리시고 사찰 내외를 청소하시고 아침 공양을 하실 것입니다.

주방장 스님은 더 일찍 일어나서 솥에 불을 피우고 음식을 준비하실 것입니다. 이 세상은 모두가 서로를 돕고 사는 곳입니다.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나 홀로 장군이라 해도 군사가 없으니 장군이 아닙니다.

 

그런데 개인 창업은 독불장군입니다. 혼자서 다 합니다. 편지를 쓰고 봉투를 붙이고 우체국에서 발송작업을 합니다. 인터넷으로 우편번호를 찾아서 적고 봉투를 완성하여 우체국으로 가져갑니다.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등기가 오면 2시간 이상 읽어보면서 분석하고 대한을 고민합니다. 제도의 변화, 법과 규정이 개정된 것을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독불장군입니다. 나 홀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무실입니다. 존재하는 곳이 사무실이고 앉은 자리가 일터입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흥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조직속에서 일했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늘 조직의 상층부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을 처리하거나 정해진 업무만 담당하였던 좁은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모르면 묻고 찾고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9급 공무원 시험감독을 가는 날입니다. 수원시내 동수원중학교에서 9급 공무원 공채가 있습니다. 1977년 2월에 수원 유신고등학교에 와서 공무원 시험을 보았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와 시험을 보았습니다. 유신고를 찾아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살아온 나날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어려서 밥 먹고 목욕하고 뛰어다니고 옷 갈아입은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클 그림으로 그려두었습니다. 대체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1965년에 초등학교, 국민학교에 입학한 기억이 있고 2, 3, 4, 5, 6학년을 다녔습니다. 운동회, 소풍, 활동사진으로 말하는 영화감상 등 몇가지는 기억을 합니다.

 

중학고 1, 2, 3학년도 마찬가지입니다. 3학년때 유도하다 다리뼈 다친 사건은 크게 기억합니다. 기독병원에서 깊스를 하였고 부어올라 밤새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의 기억은 조금 진하게 보입니다. 송죽동 이모님댁에서 다닌 3년과 그 당시에 만난 친구들, 실력있는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국어시간 유선 선생님, 국어 이학재 2학년 담임선생님도 최근에 뵈었습니다. 차가원 수학선생님, 임학수 국어선생님, 도현수 생물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이후 공직에 들어와 42년을 살았는데 그 긴 세월이 한 장의 종이위에 쓰여지고 그림그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인생이 그렇게 흐르고 달려왔습니다. 삶의 기억중에 크게 기억나는 일들은 그만큼 자신에게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살아가면서 큰 감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을 많이 만들고 열심히 실천하는 삶을 이어가야 하겠습니다. 더 많은 더 좋은 일을 가슴속에 간직하는 멋진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사는 것도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순간 올리는 108배 시간 20분이 후다닥 지나갑니다. 주마등이라고도 하고 파노라마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여러 개의 액자가 겹쳐 지나가거나 밀짚모자를 장식하던 영화필름처럼 흐르륵 가고 말았습니다. 순간의 기억이 살펴보니 55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기억하는 한 5세부터라면 그럴 것입니다. 오늘아침 108배에서는 인생, 일생의 모습이 참으로 후르륵 지나갑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