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직장을 떠난다면 남기고 싶은 편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존경하는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동료여러분!

저는 오늘 25년가까운 공직을 떠나면서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몇글자 남기고자 합니다. 사실 그동안 신문을 통해 몇 번인가 공무원으로서의 의견을 올린 바 있어 생소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40대 중반에 이 자리를 떠나는 글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20세에 공무원에 들어올 당시에는 공직에 입문하면 60세까지는 정년이 보장되니 그냥저냥 일하다보면 60세까지는 갈 것이고 그러면 공무원 40년을 했다고 자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일하다 보니 저의 초심처럼 공무원 생활이 쉬운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늘 이처럼 허망한 상황을 맞고 보니 그동안 조직원으로서 일했던 세월이 아쉽고 자신없어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저는 학교때 배운대로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네 자신이 안다는 신념하나로 일했습니다. 때로는 유혹도 있었지만 공무원이라는 자긍심하나로 뿌리치면서 나름대로 공직관을 지키며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리하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60세까지 계속되지 못한 것은 저의 부덕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자 합니다.

 

오늘 저는 새로운 제2의 인생을 가고자 합니다. 그 길이 가시밭이던 자갈밭이던 관계없이 그 길을 가고자 합니다. 아마도 제가 선택한 새로운 길은 공무원 철밥통이 깨진 이후에 생겨난 고난의 길일 것입니다. 그 길은 아주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험무대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길을 가려고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비닐 하우스 같은 공직에서 제생을 다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아마도 어느 신이 있어 저에게 새로운 구도의 길을 열어주기시 위해 이 같은 공직 중도포기의 기회를 주셨나 봅니다.

저는 나름대로 공직에 열심히 임했습니다. 일이 벅차고 힘들 때 마다 이것으 네가 능력이 부족하니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라는 조직의 꾸지람이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 인내하면서 진력한 보람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같은 돌출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지금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후배들에게 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는 말을 구태여 남기고자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제가 보았던 선배들 중에 본의 아니게 일시적인 감정이 앞서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다만, 저는 오래전부터 문학의 길을 가고자 했던 사람입니다. 몇 분들이 그따위 글을 쓰느냐고 힐문을 해도 저는 도도히 글을 써대곤 했습니다. 물론 중부일보사에서 저를 이끌어주는 무언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금 重言復言(중언부언)하며 글을 써댄 것이 나중에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어떤 힐난을 들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심정은 평온하고 明鏡止水(명경지수)와 같이 맑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인사드리겠습니다. 힘든 인생을 먼저 사신 선배님, 동료 여러분! 그리고 공무원 후배 여러분께 저 같은 불행한 공무원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줄입니다. 그리고 조직이 자신을 이 정도로 밖에는 평가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전적을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미 마음을 결정하였다면 제 책상위에 있는 컴퓨터도 제 것이 아니고제가 반한 이 조직의 소유물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와 1천만 도민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당부 드립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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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