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민원해결법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그때에는 윗선에 이야기하면 민원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많은 민원인들은 중앙에 아는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도청에 간부들을 잘 안다고 말하며 민원을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민원과 관련한 압력이 늘 불편한 혹뿌리였다.

 

 

그런데 아주 멋진 국장님이 한분 계서서 명쾌하게 민원을 해결하고 추가민원도 예방하는 一石二鳥(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려주셨다. 그 분은 당시 경제분야 국장이셨는데 일단 민원인이 국장실을 방문하면 실무자를 부른다. 7급이나 6급 실무자는 국장실에서 민원인, 국장과 함께 3자가 앉아서 민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국장이 먼저 나서서 실무자를 야단치기 시작한다. “당신이 일을 잘했으면 이 바쁜 시간에 사장님이 여기 도청까지 오실 일이 아닌데 당신이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였으므로 오신 것이 아닌가. 이를 어찌할 것인가.”

 

담당자는 아무 말 못하고 국장의 야단을 맞는다. 이때 화가나서 찾아온 민원인(사장님)은 만감이 교차한다. 이거 오늘 한 건으로 내 민원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1년에 여러차례 실무자와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큰일 났구나.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이는 격은 아닐까?

결국 사장님은 야단치는 국장에게 미안하다면서 실무자와 다시 협의해서 잘 처리해 보겠다고 한다. 국장은 슬쩍 민원인의 상황을 살피면서 야단치는 강도를 조절하다가 이내 민원인이 일어서고 이어서 나가면 문밖까지 인사를 한다. 담당자는 다시 민원인을 배웅하고 닫힌 국장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간다.

 

<국장> 내가 잘했냐????

<담당> 네, 국장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도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결국 민원인은 담당자가 국장에게 야단맞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번 민원업무 볼 것을 대비해서 한두걸름 물러나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그 국장님은 테니스를 잘 치신느데 중간에 서서 오가는 길목을 ‘탁탁’ 막아주니 복식파트너는 뒤로 넘어오는 하이볼만 받으면 된다고 한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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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